[인터뷰]
아시아·태평양, 최근 5년 유통업 성장률 타지역 4배
한국은 디지털 혁신 빠르고 시장 성숙도 높은 국가
롯데·신세계 등 전통 강자들, ‘미래형 점포’ 구축해야
"한국의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앞으로도 시장점유율을 계속 확대할 겁니다. 고객 만족도가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보다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들이 수익성을 갖출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 합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 중국 사무소에서 유통 부문을 총괄하는 조나단 청(Jonathan Cheng) 파트너는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미국의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와 비교해 수익화 모델이 불확실 하다고 21일 지적했다. 조선비즈와의 이번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그는 "아마존은 기업간 거래(B2B) 비즈니스인 클라우드서비스(AWS)로, 알리바바는 협력관계인 유통업체들에게 데이터, 마케팅을 지원함으로서 수익을 낸다"며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선 이런 강력한 수익화 모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나단 청 베인앤컴퍼니 중국 사무소 유통 부문 총괄 파트너. / 베인앤컴퍼니 제공
쿠팡, 마켓컬리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에게 고객층을 빼앗기고 있는 롯데, 신세계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의 경우 ‘미래형 점포(Future of store)’ 전환을 가속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래형 점포란 △높은 점포 생산성 △더 나은 옴니채널 경험 △'온라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오프라인 매장을 말한다.
청 파트너는 "유통업체들은 실적이 안좋은 상품군의 제품 수(SKU)와 점포 공간은 줄이고 옴니채널 전략에 더 많은 공간을 배분해야 한다. 예컨대 픽업 서비스나 점포를 풀필먼트(물류를 배송·보관·포장·재고관리 하는 서비스)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며 "신선식품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상품군에 대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베인앤드컴퍼니에 합류한 뒤 고객 주도 성장 전략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적 개선, 유통업 디지털 변화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북미 의류, 명품, 식음료 등 소비재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다음은 조나단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전세계 유통업체들이 아태 지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차별화된 디지털 성숙도 때문에 아태 지역은 앞으로 전세계 유통업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최근 이 지역은 전세계 소매업 성장의 4분의3을, 온라인의 경우 3분의2를 일으키고 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아태 지역의 소매업 연간 성장률은 다른 지역의 4배가 넘는다. 온라인 매출 성장은 두 배에 가깝다. 온라인 쇼핑 비중은 다른 지역이 2014년 6%에서 2019년 11%로 증가하는 동안 아태 지역은 9%에서 19%로 껑충 뛰었다."
-아태 지역 중에서 특히 유망한 국가는 어디인가.
"성장세는 시장마다 다를 것이다. 중국은 강력한 거시경제 기초체력과 유통업 혁신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유통업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시장은 전체 시장 규모 뿐 아니라 디지털화도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일본, 호주와 같은 이미 시장이 성숙한 국가의 경우 점진적으로 성장이 이뤄질 것이다."
-한국은 어떻게 보나. 지난 보고서에서 한국을 디지털 혁신, 시장 성숙도 모두 높은 국가로 분류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강력한 소비자 중심 전략(customer advocacy)에 힘입어 계속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소비자 만족도가 기존 유통업체들에 비해 높았다. 쿠팡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경쟁사 대비 소비 규모(SOW)가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쿠팡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수익성을 갖출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효율적인 수익화 모델이 있다. 아마존은 기업간 거래(B2B) 비즈니스인 클라우드서비스(AWS)로, 알리바바는 협력관계인 유통업체들에게 데이터, 마케팅을 지원함으로서 수익을 낸다.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선 이런 강력한 수익화 모델을 발견하지 못했다."
-롯데, 신세계와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강자들은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수익성 있는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미래형 점포(Future of store)'로의 전환을 가속화 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 행동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데이터 분석 능력을 향상하고 수익 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 미래형 점포는 △높은 점포 생산성 △더 나은 옴니채널 경험 △'온라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것을 필요로 한다.
유통업체들은 실적이 안좋은 상품군의 제품 수(SKU)와 점포 공간은 줄이고 옴니채널 전략에 더 많은 공간을 배분해야 한다. 예컨대 픽업 서비스나 점포를 풀필먼트(물류를 배송·보관·포장·재고관리 하는 서비스)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신선식품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상품군에 대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투자해야 한다."
-중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만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필요한 모든 물건을 주문하고 배송받을 수 있다. 두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현지 다른 업체들이나 해외 기업들이 파고들 여지가 있을까.
"중국 소비자들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그동안 물건을 대규모로 제공하는 게 신규 소비자를 확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경쟁사 대비 지갑을 얼마나 열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고객의 세분화되고 좁은 요구에 반응하는 신생 플랫폼 집단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라는 막대한 디지털 자산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시장을 잡으려는 기업들은 두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을 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중국 유통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 눈여겨볼 만한 사업이 있나.
"동네 공동구매(社区团购·Community Buy)다.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서비스 제공 비용을 큰 폭으로 낮추고 있으며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동네 공동구매는 알리바바, 징둥닷컴, 핀뚜어뚜어가 최근 잇따라 확대 도입하고 있는 신선식품 및 생필품 지역 배송 서비스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서비스 제공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지정한 동네 담당자가 주민들로부터 일정수량에 도달한 공동구매 건을 단체 주문하고 픽업, 배송까지 해준다. 대형마트가 없는 지역에 사는 온라인, 모바일 주문이 어려운 노년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면적이 넓어 배송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중국에서 신선식품 익일배송이 조만간 가능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동네 공동구매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유통업계에 10년동안 일어날 변화를 불과 1년 만에 가져왔다. 기업들은 그동안 확대해온 오프라인 점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중국 오프라인 업체들의 점포 방문자 수는 이전보다 15~20% 줄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근본적인 소비자 행동 변화는 앞으로도 유사하게 나타날 것이다.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디지털 전략과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에서 경쟁업체를 앞서야 한다.
자연스러운 옴니채널 경험을 구축하기 위해 점포의 역할과 형태를 다시 생각할 필요도 있다. 정보기술과 데이터, 공급망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은 유통업체의 옴니채널 전략과 현재 온오프라인 네트워크(형태, 규모, 입지)에 달려있다. 점포는 통합 공급망의 교점(node)으로서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오프라인 점포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가 디지털화, 자동화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선 근로자(front line employees)들은 차별화된,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주도하는 데 여전히 핵심적이다. 앞서나가는 유통업체들은 뛰어난 현장 근로자들에게 자율권을 주면서 고객 경험을 향상하고 비용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구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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