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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 유래 어원

by dig it 2022. 12. 30.

하이볼 유래 어원

 

Highball

넓은 의미로 보면 적은 양의 술과 많은 양의 비주류 음료를 섞은 칵테일을 통틀어서 가리키는 말이다. 반면 좁은 의미로는, 특히 일본에서는 위스키에 물 또는 탄산수를 섞는 칵테일의 일종이다. 다른 말 없이 '하이볼'이라고 하면 보통 위스키 + 탄산수, 즉 '위스키 앤드 소다'를 뜻한다. 술이나 비주류 음료로 다른 것을 사용할 때에는 그 이름들이 추가로 따라 붙거나 아예 다른 이름이 붙는다. 진토닉, 스크류 드라이버,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잭콕 같은 칵테일들도 넓은 의미의 하이볼로 분류되며, 길쭉한 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서브된다. 이러한 글라스를 하이볼 글라스라고 부른다.


유래
어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길쭉한, 즉 높은 (high) 글라스를 쓰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개척시대 미국에서 철도 선로가 주행 가능한 상태임을 알리는 뜻으로 공(ball)을 높게 (high) 올리는 신호를 썼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즉 역에서 한잔 하다가 공이 올라가면 후다닥 열차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때 간단하고 빨리 훌쩍 마실 수 있도록 발전한 게 하이볼이라는 것. 또는 식당차가 딸린 증기기관차가 속도를 올릴 때 증기 압력을 보여주는 게이지의 공이 위로 올라가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한편 일본에 하이볼 붐을 일으킨 산토리는 다음과 같이 하이볼의 유래를 주장하고 있다.

하이볼이라는 이름의 유래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스코틀랜드 골프장에서 당시는 드물었던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서 마시는 방법을 시험해 보고 있던 곳에, 높이 쳐 올린 공이 날아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게 하이볼이다!"라고 말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19세기의 미국철도는 높은 철탑에 기구를 매달고 이것을 신호수가 높이 올리면 가라는 신호로 했다는 설과, 세인트루이스의 신호계에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 마시는 사람이 있었는데 마실 때마다 "하이볼!"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고, 그밖에도 탄산수에서 올라오는 기포의 볼을 보면서 하이볼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 설은 어째 영어권 자료에는 도통 나오지 않는다. 유래에 관해 그럴싸한 썰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의 특징이 여기서도 나타나는 듯.



가장 널리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미국보다 오히려 일본으로, ハイボール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되어 있다. 처음 미국에서 나왔을 때에는 단순히 물을 타는 것이었지만 일본에서 덕후국 답게 테크트리를 제대로 타면서 탄산수를 넣는 것으로 굳어졌다. 맥주 파는 곳이라면 하이볼도 판다고 보면 될 정도로 대중화 되어 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하이볼은 기본적으로는 탄산수만 들어가는지라 칵테일이라 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싶은데, 여기에 레몬즙이나 민트와 같은 것들을 넣어서 향을 주기도 한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길쭉한 글라스에 얼음을 채운 뒤 위스키를 넣고 탄산수로 잔을 채운다. 위스키에 비해 물의 비율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상당히 마일드해지며, 탄산의 톡 쏘는 맛 때문에 이게 술인가 싶을 정도다. 그렇게 먹다 보면 확 취한다. 위스키와 물의 비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알코올 도수가 7~8% 정도이므로 4~5% 선인 흔한 맥주보다 도수가 높다. 진 또는 보드카와 같은 증류주에 라임 쥬스와 탄산수를 사용하는 칵테일인 리키와 많이 비슷하다. 탄산수 말고도 진저 에일을 사용하는 진저 하이볼도 점유율이 좀 있다.

일본에서는 진즉부터 소주나 위스키 같은 증류주에 물을 타 마시는 미즈와리(水割り)가 일반화 되어 있었는데[2], 하이볼은 위스키맛이 슬쩍 날 정도로 탄산수를 타는 비율이 더 많다. 산토리에서 권장하는 비율은 위스키 1에 탄산수 4의 비율이며,[3] 먼저 잔에 얼음을 채우고 위스키와 탄산수를 부은 다음 딱 한 번만 저으라고 권장한다. 마시기도 부담 없이 깔끔하고, 증류주라 숙취도 적은 편이다. 여기에 더해서 퓨린이 없으므로[4] 통풍 위험도 적다는 장점도 있어서 일본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맛을 봐서는 맥주보다 약할 것 같지만 실제 알코올 도수는 4~6도가 주류를 이루는 맥주보다 오히려 높다.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를 40%로 보면 보통 권장되는 1:4 비율로 하이볼을 만들었을 때 이론상으로 12.5%가 나온다. 얼음이 녹으면서 좀더 낮아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대략 7~8% 정도 나오므로[5] 맥주보다 많이 높은 수준이다. 사실 맥주의 쓴맛은 상당 부분이 홉에서 오는 거라... 술이 순하다고 하이볼을 아무 생각 없이 마시다가는 정말 확 맛이 가 버릴 수 있다.


업소에서도 생맥주보다는 하이볼이 더 좋은 점이 여러 가지 있다. 일단 생맥주는 기계에 잡균이 끼기 쉽기 때문에 청소 및 관리를 잘 해 줘야 한다. 또한 생맥주 케그는 일단 개봉을 하면 서서히 맛이 가므로 2~3일 안에 다 소비해야 하며 최상의 맛을 위해서는 그날 다 소비하는 게 가장 좋다. 반면 하이볼은 증류주와 탄산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생물 증식에 좋은 유기물질이 맥주에 비해 훨씬 적어서 잡균 걱정이 적다.[6] 알코올이 날아가지 않게 잘만 밀봉하면 된다. 또한 같은 용량, 심지어 더 큰 잔을 쓴다고 해도 하이볼은 대부분이 얼음이기 때문에 실제 술의 용량이 작다. 대략 위스키 한 샷 30 ml에 탄산수 120~180 ml 정도를 넣기 때문에 용량이 200 ml 남짓이다. 한 잔이 300 ml~500 ml 정도인 생맥주와 비교한다면 하이볼 쪽이 한 잔을 소비하는 속도가 빠르므로 업주는 좀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7] 여기에 더해, 생맥주는 따르면서 거품을 걷어내거나 하는 과정을 통해 손실되는 양이 있지만 하이볼은 그런 게 거의 없다. 얼음을 얼려야 하고 다 마신 다음 남은 얼음을 버리는 정도의 번거로움만 있는데 얼음값과 맥주값은 비교가 안 되는 문제고 얼음 처리는 생맥주 관리의 번거로움에 비하면 일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같은 탄산수 서버를 쓰는 데도[8] 가게마다 편차가 있어서 어떤 가게는 탄산이 약한 김빠진 느낌을 주기도 하므로 기계의 유지관리는 중요한 요소다.

가장 대중화된 것은 산토리의 카쿠빈 위스키를 넣은 하이볼. 2008년부터 밀기 시작했는데 이게 대박을 치면서 일본에 하이볼이 빠르게 퍼졌다. 물론 덕후 천국 일본 아니랄까봐 업소용으로 4리터짜리 페트병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샴푸처럼 한 번 누르면 하이볼 한 잔 분량의 위스키가 나오는 펌프를 꽂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카쿠빈 하이볼 하나 떴다고 만족할 일본이 아니다.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온갖 위스키로 하이볼이 만들어지고 고급화 테크트리를 타면서 아예 하이볼을 전문으로 하는 하이볼 바도 있으며, 여기에 가면 카쿠빈은 물론 같은 산토리의 히비키, 야마자키, 하쿠슈, 치타를 비롯한 고급 위스키에 스카치 위스키, 싱글 몰트 위스키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을 정도다. 그 대표격이 후쿠오카시 나카스에 있는 나카스1923. 하이볼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꼭 가볼 만한 곳이다. 이게 성공을 거두면서 주요 도시에 <○○○1923>이라는 이름으로 체인화 되고 있다. 일본식 하이볼의 정석을 맛보고 싶다면 여러 대도시에 포진하고 있는 1923 하이볼 바를 찾아가면 최소한 실패하지는 않는다.[9] 심지어는 위스키의 종류에 따라서 탄산수의 탄산 정도를 조절해가면서 만든다고 자랑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


산토리가 버번 브랜드 짐빔을 인수한 이후로는 짐빔 및 프리미엄 제품인 메이커스마크 하이볼도 열심히 미는 중. 최근에는 아예 타겟을 셋으로 나눠서 가장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토리스 위스키는 젊은 사람들이 가볍게, 또는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마실 수 있는 하이볼로, 카쿠빈은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한잔 하는 하이볼로, 그리고 짐빔은 아메리칸 스타일로 좀 더 트렌디한 느낌의 하이볼로 밀고 있다. 광고 모델도 이러한 이미지에 맞춰서 2017년 기준으로 좀더 저렴한 라인이며 주머니 가벼운 젊은 층을 노리는 토리스는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를 가진 요시타카 유리코, 토리스보다는 비싸고 주로 직장인들을 타겟으로 하는 카쿠빈은 40대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이가와 하루카[10], 미국산 버번인 짐빔은 혼혈인 로라[11]로 세우고 있다. 그 위의 프리미엄 라인은 광고로 열심히 말고 있지는 않다. 프리미염 라인은 치타 빼고는 이미 품귀현상이라 아예 광고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워낙에 히트를 치다 보니 일본 위스키로 만들어야 맛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꼭 그런 건 아니다. 스카치 위스키로도 얼마든지 맛있는 하이볼을 만들 수 있고 버번도 마찬가지. 산토리가 밀고 있는 짐빔 계열 프리미엄 버번인 메이커스마크도 하이볼을 만들면 정말 맛있다. 다만 아일리 계열 위스키처럼 피트향이 강렬한 위스키는 하이볼로 만들면 은은한 느낌이 안 나고 강렬한 느낌만 애매하게 살아서 조금 안 맞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일본의 대형 주류 회사들이 해외 주류 회사들을 열심히 사들이고 있어서 이렇게 인수한 회사들의 위스키 혹은 자신들이 유통하는 외국 위스키도 하이볼로 신나게 밀고 있다.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닛카위스키 역시도 산토리 카쿠빈에 해당하는 닛카블랙 위스키를 열심히 밀고 있다. 닛카를 아사히맥주가 인수했기 때문에 주로 아사히맥주를 취급하는 가게를 통해서 열심히 밀면서 제법 시장을 먹고 있지만 아직은 산토리에 비하면 많이 딸리는 실정. 맥주는 아사히 슈퍼드라이를 팔면서도 하이볼은 카쿠빈을 파는 업소도 많다. 닛카는 맥주처럼 전용 기계를 사용한 닛카블랙 엑스트라 콜드 하이볼도 밀고 있다. 아사히 생맥주 엑스트라 콜드와 비슷한 개념.

보통 섞는 위스키의 이름을 앞에 붙여서 카쿠 하이볼, 히비키 하이볼과 같은 식으로 부른다.

 


마케팅의 승리


일본에서 하이볼의 성공은 산토리의 마케팅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나라에서 위스키는 유흥업소에서, 혹은 나이든 사람, 특히 중년 남자들이 즐기는 술이라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그에 따라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게다가 소득이 높아지면서 저렴한 위스키는 더더욱 외면 받는 분위기였다. 즉 마실 거면 돈이 좀 나가더라도 명성이 자자한 프리미엄 위스키를 마시던가, 아니면 맥주 같은 다른 술을 찾거나였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품경제가 아직 절정이던 1983년을 정점으로 위스키 소비가 줄기 시작해서 2007년에는 정점 대비 6분의 1 토막이 난 상태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산토리가 구상한 게 '하이볼 부활 프로젝트'였다.[12] 일본에서 위스키에 물이나 탄산수를 타서 마시는 하이볼은 2차대전 이전부터 있었지만 거품경제가 꺼지고 난 이후에는 위스키 대신 주세가 저렴한 소주를 사용한 츄하이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산토리는 젊은 층의 위스키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했는데, 맥주보다 가격이 비싸고, 무엇보다도 '나이든 사람들이 한 손으로 얼음을 짤랑거리면서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였다. 산토리의 과제는 '나이든 사람들이나 마시는 비싼 술'의 이미지를 벗고 젊은 층이 맥주처럼 마실 수 있는 위스키 음용법을 구상했고, '하이볼 부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산토리가 고심 끝에 하이볼을 밀고 성공을 거두면서 젊은 층과 여성의 위스키 소비가 높아졌고 카쿠빈과 같은 저가 위스키의 소비량도 크게 늘어난 효과를 거두었다.

 


일본 위스키 품귀사태


문제는 하이볼의 성공이 일본 위스키 소비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생산이 공급을 못 따라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 최근 일본 위스키 품귀 현상은 위스키 그 자체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경쟁력이 올라간 것도 있지만 내수로는 하이볼 열풍으로 위스키 소비량이 급증한 이유도 크다. 어차피 산토리의 저가 위스키인 토리스, 카쿠빈이나 고급 위스키인 야마자키, 히비키나 기본적으로는 같은 증류 원액을 사용한다. 어떤 오크통을 사용할 것인지, 얼마나 숙성할 것인지, 블렌딩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같은 차이로 저급과 고급이 나눠지는 거지 증류 그 자체가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카쿠빈을 비롯한 대중적인 하이볼에 공급할 양이 큰 폭으로 늘고 슬금슬금 한국을 비롯한 해외의 수요도 늘다 보니[13] 안 그래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고급 위스키를 만들 원액이 더더욱 부족해지는 사태에 이르고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값비싼 고급 위스키를 만드는 게 더 남는 장사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고급 위스키는 숙성 시간이 저급보다 훨씬 길고, 숙성이 길어질수록 엔젤스 쉐어 때문에 오크통 안에서 위스키 양이 줄어든다. 오히려 빨리 만들어서 빨리, 많이 팔 수 있는 카쿠빈 정도가 더 남는 장사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고급 위스키는 품귀 현상이 나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더 각인시킬 수 있지만 카쿠빈이 품귀 현상이 나면 그냥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을 찾든지, 츄하이를 마시든지, 맥주를 마시든지 하는 식으로 방향을 틀어버리면 그만이니, 위스키 회사로서는 원활한 공급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관건은 탄산수


일본에서는 탄산수의 탄산 밀도를 강하게 하는, 이른바 초탄산(超炭酸) 또는 강탄산(强炭酸)수를 사용하는 곳이 많은데, 청량감이 더 좋고 위스키의 향미도 별로 해치지 않는다. 보통 파는 탄산수를 가지고 하이볼을 만들어 보면 강탄산수로 만든 것과 비교해서 청량감이 떨어지고 좀 밋밋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얼음이 들어 있어서 탄산도 좀 빨리 빠지는 편이라 탄산의 밀도가 높으면 탄산감을 더 길게 가져가는 효과도 있다. 일본에서는 아예 하이볼용으로 200ml 혹은 190ml 용량 캔 강탄산수가 여러 가지 나와 있다. 가정에서 하이볼을 만들 때도 좋지만 바와 같은 업소에서도 병이나 캔 탄산수를 많이 쓰므로 이쪽 수요가 많다. 용량이 크면 단위 당 가격이야 싸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탄산이 빠지므로[14] 소용량 탄산수를 많이 쓴다. 일본은 하이볼 한 잔에 맞게 160 ml 병 탄산수도 나온다. 판매량이 많은 곳, 혹은 생맥주와 하이볼을 같이 파는 곳에서는 탄산수 서버를 두고 하이볼을 만든다.

 


파생 하이볼들


일본식 소주를 이용한 하이볼인 츄하이(酎ハイ)도 널리 퍼져 있고[15][16], 드물기는 하지만 위스키를 벗어나서 코냑 같은 브랜디를 사용하는 하이볼도 있다. 술에 타는 음료도 여러 가지로 파생되는데 탄산수 대신에 우롱차를 사용하고 소주를 타서 만드는 우롱하이도 인기가 좋다. 일본에서는 우롱차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우롱하이도 꽤 팔리는 편. 고독한 미식가에서 술을 못 하는 주인공 고로가 우롱차를 주문하면 가게 주인이나 직원이 '우롱하이 아니고?' 하고 되묻는 일이 종종 있다. 그밖에 전문 하이볼 바에서는 진저(생강) 하이볼[17], 자몽 하이볼, 콜라 하이볼과 같은 다양한 하이볼을 구비해 놓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바에는 자작으로 증류주를 가지고 만든 과일 담금주를 재료로 한 하이볼이라든지, 커피를 첨가한 하이볼, 물 대신 위스키로 콜드브루 커피를 내려서 만든 콜드브루 하이볼, 다즐링 홍차를 위스키에 우려내어 만든 다즐링 하이볼, 훈제 하이볼[18], 그밖에 별별 게 산재해 있다.

일본에서는 캔에 넣은 하이볼 제품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어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맥주및 발포주만큼은 아니지만 위스키와 소주로 만든 여러가지 하이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이나 호주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와 콜라를 섞어 놓은 술을 캔에 넣어서 파는데[19] 비슷한 지위라고 할 수 있을 듯.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에도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통해, 그리고 일본에 여행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 하이볼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자카야를 위주로 슬금슬금 일본식 하이볼이 소개되고 있으나 아직은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소주나 위스키도 스트레이트로 때려마시는 민족이다 보니 하이볼은 술도 아니다. 또한 대다수 업소에서는 위스키에 토닉워터를 섞은 것을 하이볼이라고 팔고 있는데, 마셔 보면 토닉워터 맛이 강해서 위스키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건 그냥 위스키 앤드 토닉이잖아." 하는 반응. 위스키의 향미가 은은하게 나지 않으면 하이볼로서는 꽝이다. 이쯤되면 그냥 토닉워터 맛으로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하이볼을 만들 때 전용 탄산수 제조기[20]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병에 들은 탄산수를 쓰는 업소도 많은데 한국에서는 굳이 토닉워터를 이용한다. 소맥 같은 폭탄주에 익숙한 한국인들의 입맛에는 탄산수 하이볼은 맛이 너무 밋밋하게 느껴져일 수도 있다. 강탄산수를 사용하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강탄산수 기계나 제품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만큼 탄산의 톡 쏘는 느낌을 내기 힘들다 보니 좀 밍밍할 수 있어서 토닉 워터를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하이볼용으로 추천할만한 탄산수는 태국제 창 혹은 싱하 소다. 이 둘은 탄산 농도가 매우 높아서 하이볼에 적합하다. 예전에는 마트에서도 많이 팔았지만 인기가 별로인지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아직 구하기 쉽다. 일본산 강탄산수로는 오픈 마켓에서 팔리는 쿠오스나 VOX 같은 탄산수가 있지만 태국산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다. 직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말로 배(탄산수 가격)보다 배꼽(운송비)이 훨씬 크다. 국산으로는 초정탄산수가 가장 강한 편이지만 탄산이 빨리 빠지는 편이라서 만들고 나서 빨리 마시는 게 좋다.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이 토닉 워터 맛에 꽤 길들여 있기도 하다. 젊은 층에서는 소주도 토닉에 타서 마시는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다. 일본에도 진저에일이나 자몽 쥬스, 콜라를 사용한 하이볼도 있긴 하지만 마이너이고, 토닉워터를 사용한 하이볼은 거의 보기가 힘들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토닉워터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정말 일본식 하이볼을 파는 가게에서 주문을 했다가 "이게 뭐예요? 위스키 맛만 쬐끔 나고 맹탕이잖아요!" 하면서 싱겁다는 반응을 보이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럼 위스키 맛 안 나고 토닉워터 맛만 나는 걸 원하시는 건가.

우리나라 나름대로 토닉 워터 들어가는 걸 하이볼이라고 하고 인기를 끌면 한국식 하이볼이라고 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약간의 술에 술 아닌 음료를 많이 탄 칵테일은 하이볼로 분류할 수 있고, 어차피 일본식 하이볼도 원조인 미국과는 약간 다른 스타일로 발전했다. 문제는 하이볼 파는 데가 주로 일본식 주점이고 하이볼이 일본에서 엄청 인기 있다고 일본어로 포스터까지 걸어놓고 신나게 홍보해 놓고서는 정작 일본에서는 하이볼이라고 취급도 안 하는 걸 마치 일본식 하이볼인 것처럼 파는 게 문제.

한술 더 뜨자면 그나마도 한국에서 파는 토닉 워터는 퀴닌이 들어간 정통이 아닌 인공향료로 맛을 비슷하게 낸 물건이다. 퀴닌은 한국에서 의약품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일반 음료에는 아예 넣을 수 없다. 한국에서 토닉 워터 하이볼을 마신다는 건 그냥 인공향료 음료를 마시는 것.

2018년 들어서 산토리가 빔산토리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아예 국내에 직접 진출했다. 산토리 위스키류의 수입처가 선보주류교역에서 빔산토리코리아로 바뀌면서[21]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2019년 하반기에 점포 50곳을 골라서 일본에서 제작한 하이볼 서버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22] 실제 일부 음식점이나 술집에 공급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강탄산수로 만든 제대로 된 하이볼을 만나기 쉬워질 듯. 아직까지는 맥주나 소주의 인기와는 전혀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일본식 음식점이나 술집을 중심으로 팬층이 상당히 넓어졌다.

2020년부터는 산토리 한국법인에서 '하이볼명가'라는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산토리로부터 하이볼 서버를 공급 받고 있으며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가게에게 인증을 제공하는 것.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의 인증제도인 달인점(한국에서는 품질의 명장점)과는 달리 하이볼명가는 산토리 본사 차원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한정이다.

한편으로는 조니워커나 스카치블루를 비롯한 일부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에서 바를 중심으로 하이볼을 밀어 보려고 하고는 있으나 생각보다는 잘 안 되는 듯. 2020년 8월에는 글렌피딕이 이마트24와 손잡고 위스키와 하이볼 잔, 스티어러를 넣은 하이볼 패키지를 내놓았다.[23] 다른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들도 잇따라 마트나 슈퍼마켓에 하이볼 글래스를 끼운 패키지를 내놓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위스키 하이볼이 점점 인기를 읻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다. 어쨌거나 관건은 강탄산수를 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아마도 강탄산수 개념을 잘 모르는 가정은 그냥 토닉워터에 타 마시는 게 대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들어 국내 위스키 브랜드인 골든블루에서 '골든블루 더블샷 하이볼'을 내놓고 바, 이자카야를 중심으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식 하이볼의 핵심인 강탄산수를 만들어 믹싱하는 기계인 '하이볼 마스터'를 업소에 공급하면서 국내 주류업계 중에는 가장 작심하고 업소 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24] 하지만 2022년까지도 그렇게 많이 퍼지지는 않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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