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는 모두 의미있는 일을 하고싶다

by dig it 2024. 6. 1.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6년 여름 호에 실린 ‘What Makes Work Meaningful or Meaningless’를 번역한 것입니다.

 

의미 있는 일은 모든 이들이 추구하는 바다.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인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의 설명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의미를 탐색하는 인간의 본능은 너무나 강력해서 아주 끔찍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인간은 삶의 목적을 찾는다.

1 좀 더 최근에 들어서는 연구자들은 일의 의미가 임금이나 보상, 승진 기회, 작업 환경 등 그 어떤 요인보다 근로자들에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왔다.

2 의미 있는 일은 개인에게 높은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업무 성과, 일에 대한 헌신, 그리고 만족감을 높여준다.

3 하지만 놀랍게도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리더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4필자는 10개의 서로 다른 직종에 속한 사람들 135명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들에게 직장에서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게 해준 경험과 그와 반대로 이 일을 도대체 왜 하고 있는 거지?” 같은 회의적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필자는 일의 의미라고 하는 것도 직무에 대한 열의나 헌신과 같은 여타 직무 관련 자세와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의 결과로서 발생됐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은 일반적 근무 태도와는 달리 매우 개인적이며 개별적인 성향을 나타냈다.

5 직원들은 자신의 자아가 그 일에 반영될 때, 그리고 그 일이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으로 사회에 더 폭넓은 의미로 기여할 때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여겼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자신의 일을 부모와 자녀같이 중요한 가족들의 생각이나 기억과 관련해 의미 있다고 말했고, 또 일이라는 공적 영역과 개인 삶이라는 사적 영역 사이의 간극을 잇는 경향을 보였다. 필자들은 또한 일의 의미가 본인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경험한 비교적 지속적인 마음의 상태일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터뷰에서 종종 예기치 못한 불시의 순간에 자신의 일에 대한 깊은 의미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필자들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관리자들이 취하는 행동들과 분명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를 들어, 변혁적 리더(transformational leaders, 미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James Mcgregor Burns) 1978년에 처음 사용한 용어로 조직구성원의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해 미래의 비전과 공동체적 사명감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여기는 리더형-역주)와 함께 일하는 부하 직원들은 일에서 쉽게 의미를 찾는 반면 거래적 리더(transactional leaders, 변혁적 리더와 대응되는 리더십 유형으로 단기 성과를 강조하고 보상이나 협상, 그리고 교환을 통해 부하 직원의 동기를 부여하는 리더형-역주)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일에서 의미를 잘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6 하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직장에서 의미를 느낀 순간을 설명할 때 사실상 리더십과 관련된 특징들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 형편없는 리더십은 일의 가치를 파괴하는 주범임을 알 수 있었다.

필자들은 또한 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들과 깎아내리는 요인들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일에서 의미를 느끼는 경험은 서로 다른 요인들에 의해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듯 보였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관리자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일의 의미를 찾는 경향이 있었지만 만약 관리자가 직원들이 일에서 찾는 보람을 무너뜨리고자 한다면 그 목표는 훨씬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해?”라는 감정이 즉시 일어날 뿐 아니라 그 타격 또한 꽤 강력하기 때문이다. 만약 일의 의미가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여린 꽃이라고 한다면 단단한 철굽 장화를 신고 그 꽃을 마구 짓밟는 누군가를 생각해보라. 일의 가치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에게 일의 의미를 전달하는 직장 생태계를 양성하는 일은 이제 리더들에게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의미 있는 일의 5가지 특징

필자들의 연구 목표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또 왜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연구 내용 참조.) 필자들이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들의 경우 놀랍게도 전문직 종사자부터 단순 노동직 종사자까지 직업의 의미는 보통 직종과 무관하게 좋은 성과를 낸 일에 대한 자긍심과 성취감과 관련됐다. 일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했거나 자신의 일이 창의적이고 몰입도를 높이며 흥미롭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경향이 높았다. 동시에 타인에게서 칭찬이나 인정, 감사를 받는 것도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7 하지만 이런 요인들만으로는 일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8 필자는 일을 의미 있게 만드는 5가지 특징들을 연구 결과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필자들은 이 5가지 요인들을 통해 의미 있는 일에 내재하는 무형의 섬세한 본질을 설명해 줄 실마리를 찾았다.

 

 DBR mini box
연구내용
의미 있는 일은 점점 더 주목 받는 연구 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 개개인에게 의미 있는 일이란 과연 무엇인지 심도 깊게 파헤친 경험적 연구는 지금까지 별로 없었다.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필자는 심리학, 경영학, 사회학,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일에 대해 다룬 논문들을 광범위하게 검토했다. 분석 결과들을 통해 의미 있는 일을 자신의 일과 개인을 뛰어넘어 더 넓은 차원의 초월적 삶의 목적 사이에서 진정한 연결감을 느끼게 하는 일로 정의했다.


필자들은 연구를 목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속한 사람들을 통해 인사이트를 축적했다. 필자들은 10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135명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들에게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느낀 경우와 반대로 무의미하다고 느낀 경우를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판매직원, 다양한 종파의 성직자, 예술가(뮤지션, 작가, 배우 등), 변호사, 이공계 분야 교수,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기업가, 급성 환자 치료 병원의 간호사, 군인, ()성당 보존 작업에 참여하는 석공, 그리고 환경미화원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모든 데이터는 영국에서 수집됐다. 필자들은 인터뷰 내용을 전부 기록한 다음 그 내용을 주제에 따라 분류해 코딩 작업을 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일정 패턴들을 밝혀냈다.

 

1. 자기초월적

개인들은 자신의 일이 본인뿐 아니라 타인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때 사람들은 그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의미 있는 일이란 이런 측면에서 자기초월적 특징을 갖는다. 유명한 동기부여 이론가인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자기초월(self-transcendence)을 인간이 갖는 욕구의 피라미드 최상위에 올려 놓으며 심지어 자아실현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9 의미 있는 일에 대해 얘기할 때 사람들은 그저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일이 다른 개인, 집단,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과 관련성에 대해 얘기했다. 그 일례로 한 환경미화원은 자신이 수거한 쓰레기들이 그날 저녁 재활용 처리장으로 보내지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에 자신이 일에서 얼마나 보람을 느끼는지를 설명했다. 그 순간 자신의 일이 손자들은 물론 다음 세대들을 위한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분명히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졸업식에서 학위를 수여 받는 모습을 볼 때 일에서 의미를 찾는다고 말했다. 졸업식은 자신의 노력과 수고가 학생들의 성공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 성직자는 성당을 복구하는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커뮤니티 전체를 동원했던 감격적인 경험에 대해 얘기했다.

 

2. 가슴 아픈 경험

단지 행복하기만 한 일보다 가슴 아픈 경험을 통해 일의 의미를 발견할 가능성도 크다.

10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기쁨이나 행복 대신 불편하고 복합적이며, 심지어는 고통스런 생각과 감정을 느낀 순간에 자신의 일에서 진정한 의미를 발견했다. 자신이 일에서 의미를 찾았던 사례를 얘기할 때 인터뷰 참여자들은 종종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긍정의 심리를 강조하는 최근 트렌드는 근무 시간 내내 직원들에게 행복감을 주고,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데만 집중한다. 심리학자인 바바라 헬드(Barbara Held)는 이런 종류의 압박을 긍정적인 태도를 독재에 가깝게 몰아붙이는 강압적 긍정이라 설명한다.

11 의미 있는 일은 전통적으로 그런 긍정적 속성들과 결부돼 왔다.

 

필자들이 기대했던 바와 달리 연구 결과는 늘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12 사실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는 단지 직장에서 동기를 부여받고, 일에 집중하고, 행복감을 느낄 때보다 훨씬 더 풍부하면서 도전적인 순간이다. 간호사란 직업은 이런 결과에 대한 가장 극적인 예가 된다. 인터뷰에서 그들은 환자들이 생을 마감할 때 자신들의 전문 기술과 지식으로 그들이 좀 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울 때 자신의 일에서 가장 깊은 의미를 찾는다고 묘사했다. 변호사들은 오랜 기간, 때로는 몇 년 동안 힘들게 싸운 소송을 예로 든 경우가 많았다. 결국 소송에서 이겨 고객의 삶을 바꿀 만한 결과를 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종과 상관없이 많은 참가자들은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도 어떤 일을 달성하거나 거의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했던 경우를 의미 있는 순간으로 꼽았다. 이런 도전적인 상황을 극복한 경험은 일상적인 조건에서 쉽게 일을 처리한 경험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져왔다.

 

3. 단편적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은 지속적이기보다는 단편적으로 발생했다.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늘 일관되게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 대신 일이 의미 있다는 인식은 그 느낌을 전하는 강렬한 경험이 정점에 달했을 때 발생했다. 예를 들어, 한 대학 교수는 강의를 아주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에 자신이 마치 록스타처럼 느껴졌던 희열에 찬 경험을 얘기했다. 배우 한 명은 그런 감정을 다음과 같이 짧게 말했다. “세상에나, 사실 저는 제가 늘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거든요.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분명한 것은 이런 감정이 일정 기간-장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그날 하루 동안도 지속되지 않으며, 직장생활 중 간헐적으로 발생하거나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극적인 경험은 개인에게 아주 깊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기억에 생생히 남고 자신의 인생사를 대표하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식의 의미 있는 순간들은 외부 요인에 의해 강요되거나 조종되지 않았다. 인터뷰 참가자들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느꼈다고 밝힌 사례 중 극히 일부만이 조직의 리더나 관리자들의 행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유적지를 보존하는 한 석공은 대성당을 복원할 때 자신들이 조각한 돌을 건물에 박아 넣기 전에 뱅커스 마크(banker’s mark, 고대나 중세 은행들이 동전에 새긴 은행 고유의 표식)’나 자신의 사인을 새기는 일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 돌이 수백 년 동안 그대로 있다 먼 훗날 또 다른 석공에 의해 발견되면 표식을 통해 자신의 작품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의 특성상 석공들은 자신을 역사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병사는 전투가 일어났을 때 부대원 중 아무도 로켓 공격에 인한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경고 사이렌을 울려야 한다고 재빨리 판단했던 일을 회상하며 그때 자신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판매 직원들은 자신이 고객에게 도움이 된 경우를 많이 언급했다. 예를 들어 한 점원은 매장에서 갑자기 기절한 고객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보살펴줬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렇게 상당히 감정적이고 개인의 관여도가 높은 순간은 일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다.

 

4. 반추적

위에서 인용된 사례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느낀 경험을 말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비로소 그런 경험들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 일이 발생한 그 순간에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그 경험을 회상하거나 반추했을 때 자신이 수행했던 일을 인식해냈고 뒤이어 그 성과가 자신의 삶에 미치는 더 폭넓은 의미를 연결해냈다.

 

필자가 만났던 사업가 중 한 명은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난 후 사무실 조명을 다 끄고 한 해 동안 직원들과 함께 달성한 일들을 잠시 회상했던 일을 얘기했다. 환경미화원은 거리 청소를 마친 다음 잠시 숨을 돌리며 자신이 깨끗하게 만든 공간을 둘러볼 때 일에서 보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그들은 거리를 청소하는 자신의 물리적 행위가 청결한 환경을 만드는 데 전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하는지 반추했다. 한 교수는 몇 년 동안 자신이 수행했던 연구를 예로 들었다. 연구 당시는 별 의미 없는 일이라고 느꼈지만 20년이 지나자 자신의 연구 결과가 터치스크린 기술을 개발하는 솔루션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따라서 일의 의미는 보통 그 순간에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이후 사색과 회상을 통해 느끼게 된다. 물론 그 당시에도 벅차고 기쁜 감정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하루 일과 중 자신의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필자들과 얘기를 나눴던 사람들 대부분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일에서 보람을 느낀 경험을 처음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5. 개인적

자신의 일에서 느끼는 열정이나 만족감처럼 다른 직무와 관련된 감정들은 그저 일을 통해 느끼는 감정일 뿐이다. 반면에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일보다는 개인의 삶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관리자들, 그리고 조직 자체가 그런 경험들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적다. 한 뮤지션은 아버지가 생애 최초로 자신의 공연을 보러 와서 마침내 뮤지션이란 직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인정했을 때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성공회의 한 여자 신부는 신자 중 한 명이 개인적으로 끔찍한 일을 당해 그 비극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신자를 지원하고 도왔을 때 성직자라는 자신의 일에 대해 깊은 의미를 깨달았다고 밝혔다. 한 사업가는 자신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손자에게 자랑스런 할아버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군인은 제대기념 정찬에서 자신이 군 복무 중 겪었던 이야기들을 가족과 함께 나누며 군인으로서 강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친구나 가족들이 지인들에게 자신을 추천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본인이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었다. 한 환경미화원은 자신이 일하는 지역의 수도가 오염돼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배달하는 일을 맡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자신의 직업을 통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체감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런 개인적인 감정에 일이 잘 수행됐다는 타인들의 인정과 평가가 결합되면 사람들은 일의 의미를 한층 더 절실히 깨닫는다. 한 석공의 이야기가 이에 해당됐다. 그가 몇 년간 참여했던 성당 복원 작업이 마침내 완료돼 성당을 지지하던 비계를 떼고 천막을 내린 다음 사람들이 석공들의 장인정신을 치하했을 때 자신의 일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행사에는 성당의 종교지도자들은 물론이고 복원 작업에 참여한 석공들과 목수, 유리기능공 같은 기술자들, 그리고 지역의 고관들과 일반 대중들도 모두 참석했다. “엄청난 일이지 않습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무언가를 살려냈고 그 미래까지 지켜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니까요. 당신이 성당의 일부를 되살려 지역공동체에 돌려준 겁니다.”

 

의미 있는 일의 이런 특징들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보조하는 일 또한 상당히 복잡하고 심오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는 일에 대한 열의와 만족감 같은 상대적으로 피상적인 감정들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이고 회사의 고용주나 관리자와도 거의 관계가 없다.

 

일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7대 죄악

그럼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 이토록 섬세한 감정을 무너뜨리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흥미롭게도 자신의 일을 의미 없고 공허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일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요인들과 전혀 달랐다. 사람들이 도대체 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지?”란 회의감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는 일반적으로 그들이 조직의 리더나 관리자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았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일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리더들의 7가지 행위들을 지목했다.

 

1. 조직과 개인의 가치 부조화.

가치관의 조화가 일의 의미를 높인다고 말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지만 자신의 가치관과 고용주 혹은 팀의 가치관 간의 괴리는 일을 공허하고 의미 없게 만드는 주범으로 자주 지목됐다.

13 사실 가치관의 차이는 일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특히 수익성만 강조하는 조직과 일의 질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개인 간의 갈등은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주제였다. 한 석공은 비용만 강조하는 조직의 태도에 매우 좌절했다는 말을 남겼다. 교수들은 학교의 행정 관계자들이 이상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진정한 지식을 제공하는 데 애쓰기보다는 수익을 높이고 소송을 피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고 평가했다. 간호사들은 병실을 확보하기 위해 완치되지 않은 환자들을 퇴원시키는 병원의 관행에 절망하고 있었다. 변호사들은 고객을 돕는 것보다 수익에만 집중하는 법률회사 사례를 많이 언급했다.

 

2. 직원의 노고를 당연시 여기는 태도.

힘들게 일해도 조직의 리더가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경우에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는 대답도 많았다. 대학 교수들은 자신들의 연구나 강의가 좋은 성과를 냈는 데도 인정하지 않는 학과장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판매 직원들과 성직자들은 추가로 일을 맡아 하는 데도 고마워하지 않는 상급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석공은 아침 인사조차 하지 않는 관리자의 태도를 지적했고, 변호사들은 밤낮없이 일하는 자신에게 일이 빨리 진척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상사에 대해 말했다. 상급 관리자들이 자신의 노고와 가치를 제대로 인식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고마워하지 않는 경우가 일을 의미 없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부각됐다.

 

3. 무의미한 일을 지시하는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어떤 결과를 수반해야 하는지, 또 스스로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에 매우 예민하다는 사실이 조사 결과 나타났다. 그리고 지시 받은 일이 이런 생각에 부합되지 않을 때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는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간호사와 교수, 예술가, 그리고 성직자 모두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핵심 목적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관료주의적 업무와 자료 작성은 일을 공허하고 의미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석공들과 매장 판매직원들은 관리자들이 엉성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남아서 수습해야 하는 것은 자신들이라고 지적했다. 한 판매 보조원은 본사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매장 레이아웃을 바꾸라는 지시가 떨어졌는데 고작 일주일 만에 원상 복구하라는 요청이 다시 왔다고 불평했다.

  

4. 부당한 대우.

불공평하고 부당한 처우도 일을 의미 없게 만들 수 있다. 불공평한 처우는 부당한 보상 분배 등 매우 폭넓은 형태로 나타난다. 일례로 한 석공은 상사에게 수년 동안 자금 부족으로 임금을 올려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자신의 동료는 연봉 인상의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프리랜서 뮤지션은 무료로 영화음악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새로운 커리어에 대한 기회 부족이나 직장 내 왕따 등은 절차상 부당함에 포함됐다.

 

5. 의사결정권의 박탈.

업무 처리 과정에서 의사결정권이나 영향력을 박탈당했다는 느낌도 일을 무의미하게 인식하게 되는 원인으로 상당히 많이 언급됐다. 예를 들어 한 간호사는 선임 간호사가 절차상 잘못된 의료 시술을 하라고 지시했을 때, 자신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데도 지시대로 해야만 하는 현실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소송 건을 빨리 끝내기 위해 원칙을 무시하도록 강요 받는 경우에 대해 말했다. 석공들은 일을 서둘러 끝내야 하는 상황 때문에 그들의 장인정신에 맞지 않는 현대적 장비와 기술을 사용하도록 강요 받은 사례를 지적했다. 한 성직자는 관리자의 역할을 이렇게 요약했다. “관리자가 일하는 방식에 의해 사람들은 자신에게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제대로 경청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때, 즉 자신의 주장이나 경험이 고려되지 않거나 자신의 의견 자체를 제시할 수 없을 때 자신의 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6. 협력적 관계 차단.

직장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소외감도 일의 의미를 잃게 만든다. 관리자의 의도적인 배척이나 동료나 팀원들로부터 단절돼 있다는 느낌 등이 이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인터뷰 대상자 대부분은 일의 의미를 높이는 데 동료애와 동료 관계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사업가들은 초기 스타트업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 느낀 외로움과 공허함을 토로했다. 그들은 사업이 성장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게 되면서 성공을 함께 나누고 그 과정에서 일의 의미가 커졌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계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없을 때 깊은 허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7. 육체적, 정서적 위험을 초래하는 일.

많은 일들이 육체적, 혹은 정서적 위험을 수반한다. 그리고 이런 일을 맡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선택한 일의 가치를 이해하고 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은 일의 의미를 잃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간호사들은 공격적인 환자를 혼자 감당해야 할 때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은 청소 작업 중 피할 수 있는 사고를 당한 경우를 얘기했다. 그리고 군인들은 적당한 장비 없이 척박한 극한의 기후환경 아래 놓이는 경우를 묘사했다.

 

 7가지 죄악이 일에서 느끼는 가치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부각됐다. 이런 요인들이 다수로 존재할 때 일에 대한 의미는 상당히 저하됐다.

 

일의 의미를 높이는 생태계 육성하기

1960년대 프레데릭 허츠버그(Frederick Herzberg)는 직장에서 만족감을 높이는 요인들과 불만족을 야기하는 요인들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14 이는 일의 의미에 있어서도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서 일의 의미는 보통 개인이 자신의 일에서 스스로 찾는 것임을 확인했지만

15 일의 무의미함은 조직과 리더로 인해 발생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만족스러운 직장을 설계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가 일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7대 죄악을 피하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의미가 전체 삶이란 관점에서 폭넓게 해석되는 매우 강력한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경험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조직은 근로자의 직무를 더 의미 있게 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까? 일의 의미를 높이려면 조직원들의 발전을 북돋는 생태계를 창조하는 게 핵심이다. 다른 학자들도 주장했듯이

16 개인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일의 보람을 조정하거나 금하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더 많은 것을 잃게 만든다.

 

인터뷰 결과나 일의 의미를 다룬 많은 논문들을 읽어보면 조직원 각자의 삶 전체에서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는 감정을 고취시키기 위해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은 4가지로 나타났다.

 

17

 

 

 

 

 

1. 조직을 통한 의미 발견

거시적 관점에서 직원들이 조직의 광범위한 목적을 이해할 때 일의 의미가 더 고취된다.

18 물론 조직의 목적은 조직이 더 넓은 차원에서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다음 내용들을 분명히 표현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조직은 무엇을 통해 사회에 공헌할 것인가? , 조직의 핵심 사업은 무엇인가?

 조직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추구하는가? 조직의 사업 방식을 어떤 가치들이 뒷받침하는가?

 

이는 진정성 있고 사려 깊게 추진돼야 한다. 사람들은 환자를 최고로 여긴다는 병원이 회복도 안된 환자를 간호사에게 가능한 빨리 퇴원시키라고 지시하는 것과 같은 위선을 알아차리는 데 굉장히 능숙하다. 조직을 통해 일의 의미를 찾는 데 수반되는 도전과제는 조직의 목적을 분명한 메시지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일뿐 아니라 그 메시지에 인위적이고 속임수적인 느낌을 부가해 일의 의미를 약화시키지 않는 데 있다.

 

19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필자들이 인터뷰한 환경미화원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경영진은 환경미화원들에게 그들이 수거해 온 폐기물들이 재활용된다고 말해왔었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매우 추상적이었다. 이윽고 회사는 폐기물로부터 재활용된 물건들의 사진을 청소차 측면에 부착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환경미화원들은 수거된 쓰레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20

 

2. 직무를 통한 의미 발견

인터뷰 참여자들 대다수는 직업이 뮤지션이든, 판매 직원이든, 변호사든, 혹은 환경미화원이든 상관없이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 연구들에 따르면 개인에게 일의 의미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직업을 적극적으로 재정립해 나간다.

21 이런 작업은 종종 타인에 대한 자신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난다. 이런 사례 중 하나로 거대 유통점에서 일하는 판매 보조원들은 외로운 노령층 고객들에게 친절한 말벗이 돼준다는 사실이다.

 

조직은 직원들에게 그들의 직무가 조직의 광범위한 목적과 얼마나 잘 부합되는지, 또 보다 넓은 차원에서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증명함으로써 그들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감정을 고취시켜야 한다. 필자들이 인터뷰했던 성직자들은 자신들이 지역 교구에서 하는 목회 활동이 한 단계 더 나아가 교회 전체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종종 설명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관리자들은 직원들에게 그들이 담당하는 특정 업무가 조직 전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또 그들이 하는 일이 어떻게 타인들을 돕고 영구적인 유산을 창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격려해야 한다.

22 이와 더불어 일의 의미는 오직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도 반기를 들어야 한다. 도전적이고, 문제가 있고, 슬프고, 고통스런

23 일도 새롭고 풍부한 통찰력과 의미를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이를 간과하면 일의 의미를 높이는 생태계의 섬세한 균형을 뒤엎을 수 있다. 삶을 마감하는 이들을 곁에서 돕는 일은 간호사나 성직자들에게 고통스런 경험이지만, 이들은 그런 순간에 자신의 일에서 가장 큰 의미를 발견한다고 증언했다. 리더가 할 일은 어떤 직무에 내재된 복잡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인식하고, 그 일을 하는 직원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되 그런 일이 창출하는 가치와 보다 넓은 차원에서 기여하는 바를 솔직하게 알려야 하는 것
이다.

24

 

3. 일상 업무를 통한 의미 발견

한 직무가 매우 다양한 일들로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중 어떤 일은 나머지 일들보다 직무의 의미를 높이는 데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다.

25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신부는 미사를 주례하고, 병자나 상처받은 신자들을 돕고, 공동체 관계나 활동들을 육성하고, 그 밖에도 기금 마련이나 자원봉사자 관리, 교회 건물 유지 등 아주 폭넓은 활동을 관할한다. 사실 사제야말로 필자들이 인터뷰한 사람들 중에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일들을 일주일 내내 해내는 가장 고된 직업이었다. 아주 단순한 직무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과업들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조직이 갖는 어려움 중 하나는 직원들이 수행하는 개별 업무들이 그들의 직무와 조직 전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자신의 일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원인들을 설명할 때 자신들의 일상 업무가 되는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사실상 의미 없는 일들을 자주 언급했다. 일례로 석공들은 조직에서 처음 몇 달간 받는 교육 중 돌을 네모나게 깎는 훈련에 대해 언급했다. 그 훈련이란 큰 돌덩어리의 각 면을 몇 밀리미터 오차율의 완벽한 사각형으로 깎아내는 것이었다. 지시대로 사각형 돌 하나를 만들어내면 이내 또 다른 돌덩이를 깎아내야 했고, 이 훈련은 마스터 석공이 만족할 만큼 완벽한 수준이 될 때까지 무한 반복됐다. 이 훈련을 마친 다음에나 비로소 석공들은 좀 더 흥미 있고 복잡한 조각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많은 석공들이 훈련 과정에서 느꼈던 지루함과 무익함을 말했다. 한 석공은 완벽한 사각형을 만들어내기까지 총 18개의 돌을 깎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어느 순간 실력이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런 시점에 이르면 석공 일은 자신의 천직이 아닌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일을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 자신의 커리어에서 이 시기를 되돌아보면 그런 엄격한 훈련이야말로 좀 더 도전적이고 보람된 일을 향한 여정의 첫 단계였음을 인식하게 된다.

 

앞서 언급된 서류 작성 또한 의미 없는 일의 또 다른 좋은 예다. 자신이 속한 분야와 상관없이 모든 인터뷰 참가자들이 아무 생각 없는 관료주의야말로 일의 가치를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인식했다. 예를 들어 필자들이 만났던 대부분의 교수들은 자신들의 직무에 수반되는 상당한 양의 서류 작성 업무에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각종 서류들을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떨어뜨리는 기분이죠.”

 

조직이 필요하지만 따분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 당위성을 성공적으로 제시한다고 해도 이런 일들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의미 없고 헛된 일들은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또 다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따분한 일도 잘 해치우는 편이에요. 그 일이 더 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면 말이죠.”

 

 

 

4. 상호작용을 통한 의미 발견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2가지 방식으로 일의 의미를 찾는다고 한다.

26 첫째,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혜택을 받는 사람들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의미를 찾는다. 둘째, 협력적인 대인관계를 가질 수 있는 작업 환경에서 일의 보람을 찾는다.

27 앞서 확인했던 것처럼 관리자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자신의 일이 인정받거나 존중되지 않고, 일의 수혜자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등의 부정적인 상호작용들은 모두 일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이런 행위들은 근로자에게 그들이 하는 일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28 이런 측면에서 조직리더들이 맡아야 할 임무는 직원들 사이에, 그리고 관리자와 팀원들 사이에 협력적이고 서로 존중하고 수용하는 작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무 시간에 직원들끼리 의미 있는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은 이 공간을 통해 서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고, 공통 가치와 소속감을 얘기하고, 상대방의 업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말해 줄 수 있다.

 

타인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일의 가치를 느끼는 직종의 가장 두드러진 예는 필자들의 연구에도 포함된 간호사와 성직자일 것이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남을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간호사와 성직자는 타인이나 자신의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받는 수혜자들과 매우 자주 접촉하게 된다. 또 이런 접촉이 타인들이 삶에서 가장 힘들고 약해졌을 때 그들을 지원하고 치료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자신의 일이 타인의 삶과 생명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직접 목격하고 듣게 되면 일의 가치를 높이는 근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필자들이 이전에 수행한 연구에서도

29 타인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일의 의미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유사 결과가 도출됐었다. 하지만 필자들의 이번 연구에서는 과거 혹은 다음 세대의 수혜자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는 석공들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들은 돌의 뒷면에 새겨 놓은 자신의 뱅커스 마크를 통해 과거나 다음 세대 석공들과 교감했다. 환경미화원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일이 다음 세대가 살아갈 환경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것인지 상상하면서 일의 의미를 체감했다.

 

총체적으로 의미 있는 일 만들기

일을 의미 있게 만드는 직장 생태계를 구성하는 상기 4가지 요소들은 의미를 높일 수 있도록 서로 결합되기도 하며, 이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지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도 있다.

30 물론 이런 개별요소 하나가 발생하는 순간에 일의 의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중 2개 이상, 혹은 모든 요소들이 결합될 때 일의 의미는 더 풍부해진다.

31 그 증거로 한 판매 보조원은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팀이 어떤 식으로 함께 협력했는지를 설명했다. “다같이 매장 물건들을 옮기며 새벽 2시까지 일했어요. 모두가 늦게까지 남아 자신의 몫을 하며 서로 도왔고 보람 있는 순간이었죠. 다들 육체적으로는 지쳤지만 매장에는 웃음이 가득했어요. 다음날 아침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의 표정은 다들 밝았어요. 마치 소박한 가족이 함께 모인 것처럼 사랑스런 분위기였죠. 그리고 매장을 다시 오픈한 날, 제 두 눈엔 눈물이 가득했어요. 저희는 작은 행사를 열고 축사도 했죠. 점장님이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했어요. 누구 하나 빠짐없이 도움이 됐으니까요.”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경험은 직장을 초월해 개인 삶의 보다 넓은 영역까지 확대된다. 그것은 매우 심오하고 감동적이며 심지어 불편할 수도 있는 경험이다. 그런 경험은 드물게, 그리고 대개는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일어나며 이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일을 떠나 인생 자체에 생각할 시간을 준다. 일이 가치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더 이상 노동자나 직원이 아니며 타인들과 보편적인 인류애로 연결되는 인간이 된다. 일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조직들은 일과 개인 삶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 하기 때문에 높은 윤리적 책임감을 갖는다.

 

하지만 의미 있는 직장에서 일하는 개인과 조직은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의미 있는 일터를 만든 조직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회사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직원들을 유인하고 보유하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으며, 또한 직원들이 인간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직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캐서린 베일리(Catherine Bailey)는 영국 브라이튼(Brighton)에 있는 서섹스대(University of Sussex)의 기업 및 경영 부문 교수다. 

애드리안 매든(Adrian Madden)은 런던 그리니치대(University of Greenwich) 경영대학원에서 인사 및 조직행동 조교수로 있다.

 

'읽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널별 콘텐츠 관리  (0) 2024.06.03
팀의 케미를 위한 3感  (0) 2024.06.02
나의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 레벨 수준은?  (0) 2024.05.17
마흔 공부  (0) 2024.04.14
인공지능 때문에 디자이너 대체되는가?  (0) 2024.03.13

댓글

최신글 전체

이미지
제목
글쓴이
등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