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현황 및 시사점
오늘날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의 공감각적 체험은 다른 차원의 아우라를 풍기며 등장했다.
현대인의 미적 체험에 대한 욕구로 기존의 관람 문법과는 다른 방식의 예술 향유를 필요로 하며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미술 형식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가 등장하였고
시장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예술 향유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본고는 미디어아트에 대한 기술적, 미학적 접근이 아닌 전시로서의 의의와 현황을 분석하고 다각도적 관점에서 성공요인과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 예술과 기술의 융합
기술의 진보는 경제 발전과 더불어 일상의 편의성을 증대시켰고 나아가 예술적 표현의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술은 매체를 발달시키고 발달한 매체는 새로운 예술 형식을 담게 된다.
기술은 예술 형태만 변화시킨 것이 아닌 전시 관람 방식까지도 영향을 끼쳤다.
미디어아트는 기술과 예술, 순수예술과 문화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탄생한 융복합 장르다.
19세기 사진의 등장으로 기존 회화의 재현적 성격에 도전하고 새로운 예술의 확산을 촉진시켰던 것처럼 오늘날 기술과 예술의 융합 장르인 미디어아트도 시대적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몰입형 미디어아트
예술과 기술의 융합 장르 중에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가 관람객들의 지속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미술 전시 시장에 화제를 일으키고 새로운 카테고리로 안착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는 미술 전시 유형을 확장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질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예술을 융합하여 공감각적 체험을 통한 관람객의 몰입을 끌어내어 21세기 뮤지엄의 방향성과 전시 동향에 맞는 새로운 미술 형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 몰입이란?
그렇다면 몰입형 미디어아트에서 ‘몰입’이 뜻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몰입형 미디어 ‘immersive media’를 살펴보면 ICT 중심의 ‘실감형 미디어’와 유사한 맥락에서 통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Random House Webster’s Unabridged Dictionary에서는 ‘immersive’를 “사람의 감각들을 깊게 관여시키거나 마음의 상태 변화를 만들어내는 디지털 기술이나 이미지를 언급하거나 이와 관련되는 (2014)”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문화산업에서 몰입을 디지털 기술과 상관관계가 깊은 것으로 연관지어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몰입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종이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독서에 심취하거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것 등은 몰입의 힘이다.
즉 필자는 몰입형 미디어를 실감형 미디어와 같은 맥락으로 보기보다는 몰입할 수 있는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공간 기반의 미디어아트 전시라는 측면에서 정의하고자 한다. ‘몰입형(공간) 미디어(표현) 아트(본질) 전시(방식)’ 이렇게 속성을 구분하여 반영한 것임을 피력하고자 한다.
▮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현황
2014년~2016년 초기 미디어아트 전시가 있었으나
오늘날 널리 알려진 초대형 공간에서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의 서막을 알린 것은 2018년 11월 제주 성산에서 선보인 “빛의 벙커”였다.
국내 최초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으로 개관하면서
오픈 첫 달부터 관람객들의 호응과 입소문이 지속되었고 10개월간 56만 명 방문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이런 정량적인 성과 뿐 아니라 미술 전시 산업에 유의미한 성과와 영향을 끼쳤다.
우선 국내 최초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상설 전시관으로 개관하여 선보였다는 점이다.
또한 초대형 공간의 벽면과 바닥 전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입장하는 순간 압도되는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 문화재생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반영한 콘셉트라는 점, 세션별 스토리가 있는 구성으로 한편의 공연을 감상한 듯 한 효과를 연출했다는 점 등이다.
빛의 벙커는 수천 개의 명화 이미지와 음악을 디자인한 작품을 공간 전면에 파노라마처럼 투사하여 수십 대의 빔프로젝터와 수많은 그래픽 서버에 의해 작동된다. 또한 공간 맞춤형 3D 오디오를 설계하여 관객이 어디에 있건 균질한 사운드로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 2020년 9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
'아르떼뮤지엄'은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디자인 컴퍼니 디스트릭트가 선보인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2020년 9월 제주 애월에서 첫 아르떼뮤지엄을 오픈했고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이라는 주제 하에 자연 속 소재와 공간을 미디어로 재해석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10개 이상의 전시공간과 체험형 F&B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전시 작품은 프로젝션 맵핑과 거울 반사 등을 활용한 이형적인 미디어 공간에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감각적인 디지털 콘텐츠의 결합으로 구성되었고, 작품 주제에 걸 맞는 사운드와 조향까지 연출해 관람객에게 청각과 후각을 아우르는 몰입 경험을 선사한다. 각각의 전시 공간은 작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분리되어 있지만, 자유 동선으로 구성하여 관람객은 전시관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르떼뮤지엄 제주의 성공으로 2021년에는 여수와 강릉에 아르떼뮤지엄을 오픈했다.
‘자연’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각 지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작품에 반영하여 각각의 아르떼뮤지엄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여수는 바다, 강릉은 산과 계곡을 콘셉트로 한 작품을 신규로 선보였다. 특히 강릉 아르떼뮤지엄의 마지막에 위치한 <가든>은 200평 규모, 7m 높이의 대형 공간에서 명화 미디어아트가 클래식 음악과 함께 바닥과 벽면에서 펼쳐진다.
이러한 아르떼뮤지엄은 1400평 국내 최대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라는 타이틀이나 관람객 숫자도 의미가 있겠지만 더 주목할 포인트가 있다. 우선 최고 수준의 창작 기반 작품 전시라는 점, 체험형 F&B 티바(Tea bar)를 선보였다는 점, 뮤지엄이 위치한 지역별 지역성이 반영된 콘텐츠를 제작하여 선보이고 있어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는 점, '아르떼메타(ARTE META)' 프로젝트 NFT 작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의 성공 요인
일반 전시는 작품을 중심으로 관객과의 간극을 메우는 별도의 기능이 존재하며 다소 관조적/수동적 감상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몰입형 전시는 작품이 투영된 공간 속에서 ‘몰입’의 공감각적 체험을 통해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경험과 함께 주체적/능동적 감상이 가능한 전시 관람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관람평을 보면 “전율을 느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다”는 후기가 유난히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감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의 주요 3가지 특징에 주목해보자. 첫째, 영화나 공연의 극장처럼 특정 공간 안에서 관람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물리적 환경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동선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둘째,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이나 명화를 소재로 하면서도 테크놀로지 기반으로 이미지를 역동성 있게 구현하여 작품 속에 빠져들게 한다. 셋째, 해석을 필요로 하는 시각예술(그림)과 직관적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리듬의 청각예술(음악)이 융합하여 완성도 높은 멀티미디어 예술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 정리 및 시사점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미술, 음악, 공간, 기술, 디자인, 인문학까지 아우르는 다학제적 발전이 기대된다. 또한 초연결과 초융합의 시대에 문화소비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최전선에 서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관객의 예술적 경험을 다변화시킨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예술의 범주와 형식을 확장하고 강화하는데 기여하였다.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공간 기반 콘텐츠라는 점에서 여타 시각예술과는 다른 차별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공간은 그 안을 무엇을 어떻게 채우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전시 중일 때는 20세기 유럽의 거리를 산책하거나 혹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 속을 거니는 체험을 하다가 전시가 종료됨과 적막한 텅 빈 공간에서 꿈에서 깨어난 듯 현실을 자각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공간 기반이라 함은 현장에 방문해서 직접 경험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공간은 필히 어느 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그 지역의 지역성을 반영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도 차별화된 경쟁력 요소로 기능할 수 있다.
프랑스 시인이자 평론가인 폴 발레리는 “새로운 것이 사랑받으려면 인간의 가장 오랜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새로워도 인간의 내재된 욕구를 건드리는 제품이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를 오가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에서의 미적 체험을 통해 영감을 얻고 휴식을 즐기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 참고자료
김현정(2019), 「미디어아트에 의한 유휴공간의 문화재생 연구: 몰입형 전시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비대면 시대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지키는 ‘한국판뉴딜’(20220.3.17),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https://www.mcst.go.kr/kor/s_notice/news/newsView.jsp?pSeq=5587
‘빛의 벙커’ 홈페이지, Retrieved 2022.03.10.
https://www.deslumieres.co.kr/bunker
‘아르떼뮤지엄 제주’ 홈페이지, Retrieved 2022.03.10.
https://artemuseum.com/JEJU
“immersive”, Random house webster’s unabridged dictionary, Random House, Retrieved 2022.03.10.
http://dictionary.reference.com/browse/immers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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