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신경'쓰이는 사람이란 뭘까?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물론 해석하기에 따라 둘 다 될 수 있지만 여기서 '신경'쓰이는 사람이란... 딱히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계속 그 남자의 그림자가 내 주변에서 맴도는 것 같고... 그냥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올리게 되는 그런 사람... 설마 내가 그 남자를 좋아하게된걸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말도 안돼? ...라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왠지 모를 미소가 번지게 하는 그런 사람...^^ 만약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이런 느낌을 줄수있다면 그 시작은 이미 반쯤은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그녀에게 '신경'쓰이는 사람이 될수있는 것일까?
솔로가 된지 1년 정도된 B양. 똑똑하고 자신감 있어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남자친구도 필요없을 것 같아 보이는 그녀였지만 사실 내면은 감성도 풍부하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천상 여자였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가 너무 굳어져서일까. 이상하게 대쉬해 오는 남자가 없었는데... 다니던 회화학원에서 얼마전부터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이는 남자가 생겼다. 바로 옆 클래스의 H군. 딱히 끌리는 외모도 아니고, 다른 반이라 친해질 기회도 없었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밤늦게 수업을 마친 어느날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우산을 미처 준비하지못한 B양, 학원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하고있는데...
B양: 어떡해... 비 온다는 말도 없었는데...
이때 학원 문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뚫고 나와 H군이 우산을 펼쳐든다. 저 사람은 우산 들고왔나봐, 좋겠다.하며 그냥 쓰고 나가려니 했는데... 이게 왠일인가! 그는 B양에게 자신의 우산을 건냈다.
H군: 이거 쓰고 가세요.
B양: 우산 하나밖에 없으시잖아요. 괜찮아요. 저 요앞까지만 가서 버스 타고 가면돼요..
H군: 저는 집이 가까워서 괜찮아요. 저 먼저 갑니다.
B양: 아, 저기 잠시만요....
만류하는 B양을 두고, 이제는 숫제 들이붓다 싶이하는 비 속을 헤치고 달려갔다. 달려가는 그의 등이 벌써 흠뻑 젖어있다. 미안하기도하고, 고맙기도하고... 같이 쓰고 정류장까지 바래다 줘도 됐을텐데 왜 그렇게까지... 혹시 나한테 관심 있는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머리만 아파와서 기왕에 받은 우산을 집까지 쓰고갔다. 그러나 반이 달라서였을까 이상하게 한동안 우연히라도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B양은 H군에게 우산을 돌려주기 위해 날마다 우산을 가지고 학원에 왔지만 번번히 돌려주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또 갑자기 비가 내렸다. B양은 H군의 우산을 들고 입구 쪽으로 갔다. 그때, H군이 보였다.
H군: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이죠...^^
B양: 아... 안그래도 우산 돌려드릴려고 했는데...
H군: 괜찮아요. 저도 오늘은 우산을 들고왔답니다. 다음번에 돌려주세요... 그럼...^^
그는 왠지 푸근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우산을 펼쳐들고 또다시 빗속으로 사라져버렸다. B양은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우산을 빌려준 H군에게 고마운 마음은 있었지만 딱히 좋아하는 감정은 없었는데... 그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자 왠지 모르게 섭섭한 마음도 드는게 아닌가.
'뭐야,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빌려줬던거 아냐? 우산을 핑계 삼아 커피라도 한잔 하자고 할 법도 한데... 그나저나 내 기분은 또 왜 이렇지.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B양은 애써 묘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론 학원에 가지 않는 날에도 비가 오면... H군이 한번씩 떠올랐다.
'왜 자꾸 그 사람이 떠오르는 걸까... 설마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걸까. 아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그냥 내가 외로워서 그렇겠지.'
...하고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 다음 날 인터넷 일기예보를 찾아보는 B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또 다시 비가 왔다. 입구 앞에 서성거리고 있노라니... 또다시 H군이 나타났다.
H군: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이죠?
B양: 아... 저 우산...
H군: 아녀요. 공교롭게도 만날때마다 비가 오네요. 그냥 쓰고가세요.^^
달려나가려는 H군 등뒤로 B양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B양: 저기요... 제가 고마워서 그러는데 커피라도 한잔 살께요.
그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그 둘은 지금도 잘 사귀고 있다. 바로 3년 전 알게 된 필자의 학원 친구 커플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무척 단순한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간 심리기법은 무려 3가지나 된다.
첫째, 연상 효과다.
혹시 이병헌과 이은주 주연의 '번지 점프를 하다'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그 영화에서 이은주를 짝사랑하는 순진한 청년 이병헌은 그녀 앞에 나타나 주먹을 쥐고 새끼 손가락만 편채 말한다.
"저... 제가 마법을 걸었어요. 이제 물건을 집을 때마다 이렇게 새끼 손가락을 올리게 될꺼예요."
이상한 사람이네... 하고 이은주는 무심히 넘기지만 얼마 후 커피를 마시다 우연히 새끼손가락만 펼쳐든 자신의 손을 보고 문득 이병헌의 순진했던 미소를 떠올리며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비슷하게 H군은 비와 우산을 그 매개체로 삼았다.
둘째, 착각 효과다.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뭘까... 그렇다. 바로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다. 예전보다 더 많이 그 사람을 생각하고 떠올리게된다. 처음에는 구체적이지 않던 모습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명확해진다. 그래서 나중에는 눈감고도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묘해서... 그 순서를 바꾸어놓아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간단한 예로 생리학자인 파블로프의 실험을 예로 들수있다.
누구나 과학 시간에 한번쯤은 접해봤겠지만... 개에게 먹이를 주면서 종을 울리면, 나중에는 먹이를 주지않고 종만 울리더라도 개는 먹이를 대한것마냥 침을 흘리게 된다는 조건반사의 증명이다. 이를 파블로프의 개라고한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이건 바로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지만...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되면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착각을 일으키는 효과와 같다^^ 결국 전후 관계는 다르지만 당신의 뇌는, 당신의 마음은 상대방을 자주 떠올리면서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H군이 사용한 방법과 동일하다. 그는 연상 효과와 짧고 굵게 임팩트를 줌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주 떠올리는게되는 사람이 되는데 성공했다.^^;
셋째, 애태우기 효과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일지라도.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다가 왠지 주춤하면, 왠지 그 남자는 나를 좋아하는 거 같은데... 그게 확실한 것 같은데 하고, 뭔가 답답함을 느낀다. 다가올듯 말듯하면서 다가오지 않는 그에게 더욱 더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애태우게 되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상대의 짧지만 강한 호의가 반복되면 그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않는 마음까지 생긴다. 자연스럽게 상대는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합리화시키면서 오히려 상대의 적극적인 공세를 기다리게 되는 마음까지 들게 되는것이다.
이 방법들은 비단 연애 초반뿐만 아니라 사귀고 나서 둘 사이가 삐걱거릴 때도 도움이 된다. 상대방이 마음에 안들어 헤어지려고 마음을 먹었더라도. 공교롭게 비가 내리면 그가 생각나는 것이다. 심지어 헤어진 후에도 비만 오면 왠지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비단 비나 우산이 아니더라도 다른 모든 사물이, 장소가, 상황이 같은 효과를 낼수있다. 이만큼 상대방의 마음 속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킬수 있는 방법이 또 있겠는가...^^ 기억하라. 연애 초반에는 급하게 서두르는게 능사가 아니다. 때론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다가서는게 자신의 존재를 더 부각시킬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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