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는 은빛이고 정확하며 선입견이 없다.
무엇이든 보면 즉시 삼키고
있는 그대로일 뿐, 사랑이나 증오로 흐려지지 않는다.
나는 잔혹하지 않고, 다만 충실할 뿐.
모서리가 네 개인 작은 신의 눈.
대부분의 시간 나는 반대편 벽을 응시하지.
분홍빛 얼룩이 묻은 벽을 오래 바라보았기에
그게 내 심장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그러나 벽이
깜빡거리고 얼굴들과 어둠이 우리를 자꾸 갈라놓지
(중략)
내 속에 그녀는 어린 여자애를 빠뜨렸고, 내 속에서 늙은 여인이
날마다 그녀를 향해 솟아오른다, 끔찍한 물고기처럼.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의 시 <거울(Mirror)>, 최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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