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참 신기한 일이다. 이 분이 오시는 날은 극히 드물다. 여간해서는 쉽게 곁을 내주지 않으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빈둥거린다. '일 할 기분'이 나지 않아서다. 하기야 언제고 일 할 기분이 나서 일한 적이 있었나. 그런 면에서 보면 5일 전에 과제를 끝내는게 원칙이라는 하버드가 미국에 있어서 다행이다. 갈 일은 없겠지만 가까우면 비교되니 쉬우니까. 놀고 싶은 기분은 그토록 쉽게 드는데 일 할 기분은 여간해선 나지 않는다. 그러다 그러다 마감이 닥쳐서야 밤을 새며 겨우 일을 마무리한다. 이러고도 밥 먹고 산다는 것이 신기할 때가 있다.
그래도 일 할 기분을 만들려면 바닥과 소파의 중력을 이겨내야 한다.
어떻게든 엉덩이를 들어올려 의자에 앉힌다.
그래도 손은 딴짓을 한다. 유튜브를, 뉴스 사이트를, 커뮤니티를 돌아다닌다. 그래도 이건 직립 보행하는 원시인처럼 진화한 결과다. 그러다 이마저도 지겨워지면 글을 쓴다. 속엣 얘기를 털어놓는다.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의 8할은 글쓰기이다. 하지만 일과 상관없는 글쓰기는 노동이 아니라 일종의 유희다. 농담처럼 글을 쓴다. 그러다 불현듯 발동이 걸릴 때가 있다. 어릴 적 보았단 경운기처럼. 한참을 돌리다보면 '일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물론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그런데 희한한 건 뮝기적대는 그 순간에 에너지가 회복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오히려 하기 싫은 그 일을 하는 순간에 삶의 의욕은 차오르고 살아 있음을 느끼곤 한다. 그건 아마도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꼭 일할 때만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 행복한 시간도 일할 때와 똑같은 생산적인 기분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의미'로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오늘 일 할 기분이 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게으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나의 DNA에 새겨진 삶의 작동 원리가 그렇기 때문이리라. 의미는 쉽게 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소중한 지도. 우리의 유한한 인생처럼 말이다.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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