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삶이 아니다

 

기술은 삶이 아니다
아버지와 함께 은행에서 한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가 송금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따라 나선 것이다.
나는 무료한 시간을 참을 수 없어서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 인터넷 뱅킹을 하시면 훨씬 편해요."
"일 없다. 그런 짓을 내가 왜 해야 하니?"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러면 송금하느라 여기서 한 시간씩이나 보낼 필요가 없잖아요. 온라인을 이용하시면 쇼핑도 할 수도 있고 훨씬 편리해요."
나는 아버지께 온라인 뱅킹이 얼마나 편리하고 신속한지 신이 나서 얘기했습니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을 텐데?”
"그럼요." 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는 아버지께 택배가 발달되어 이제는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으로 신선식품도 집에서 편리하게 배달받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돌아온 아버지의 대답이 나의 말문을 막히게 하였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오늘 이 은행에 와서 친구 네 명을 만났고,
지금까지 나를 잘 아는 직원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혼자 지내지 않니. 이 은행은 내게 꼭 필요하단다.
나는 옷을 차려 입고 집밖을 나와 은행에 오는 것이 좋다.
시간은 내게 충분해. 내가 절실히 원하는 것은 실제적인 만남이야.
2년 전 내가 병이 났을 때는, 과일 가게 주인이 찾아와 내 손을 잡고 한참 위로해 주셨지.
그리고 며칠 전 네 어머니가 아침 산책 중에 쓰러지셨을 때는, 우리 동네 식료품 가게 주인이 어머니를 발견하고는 즉시 차로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왔지. 그분은 내가 어디 사는 지를 알고 있었거든.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디서 내가 이런 '인간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겠니?
왜 모든 것을 컴퓨터를 통해서만 처리되도록 해야 하겠니?
나는 나와 거래하는 사람을 알고 싶단다. 단지 '판매자'로서뿐만 아니라 나와 유대감이 있고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쿠팡도 과연 이 모든 것을 제공해주고 있을까?"
 
 
기술은 삶이 아닙니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십시오. 기계장치가 아니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