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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도 늦어요, 슬리퍼 신고 바로 사다가 드세요”

by dig it 2021. 3. 31.

슈퍼키친 이진호 대표가 2021년 3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슈퍼키친 교대점에서 매장에 있는 반찬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표는 배민찬 엑싯 후 반찬 스타트업 슈퍼키친 창업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최근 서울 강남과 마포·서대문 일대에 사는 3040세대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반찬가게가 있다. 노란색 간판의 ‘슈퍼키친’이다. 들어가면 낚지볶음, 호두떡갈비, 갓김치 등 200여종 메뉴가 진열돼 있다. 요즘 대세인 모바일 배송 서비스가 없어 직접 가서 사야 한다. 그런데도 슈퍼키친은 창업 4년 만에 직영매장을 33곳으로 확장했다. 올해 30곳을 더 낼 계획이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슈퍼키친 교대점에서 만난 이진호(39) 슈퍼메이커즈 공동대표는 “주부는 다음 끼니 반찬을 고민하고 있는데, 새벽 배송도 이미 늦죠”라며 “바로 슬리퍼 신고 나가 사올 수 있는 오프라인 동네상권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모바일 새벽 배송이 트렌드인 식품 시장에서 역발상으로 동네 상권을 공략하게 된 데에는 이 대표의 창업 경험이 작용했다. 그는 2011년 신선식품 정기배송 서비스인 덤앤더머스를 창업했다. 2015년 회사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에 인수되면서 반찬배달 ‘배민찬’, 신선식품 정기배송 ‘배민프레시’ 서비스 운영을 맡았다.

이 공동대표는 2017년 다시 한 번 창업에 나섰다. 그는 “아내가 큰 깨달음을 줬다”고 했다. 남편이 반찬 사업을 하는데도 아내가 좀처럼 이용하지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시켜봤자 다음날 와서 먹고 싶을 때 못 먹지 않느냐”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슈퍼키친은 철저히 동네상권을 공략한다. 이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 한계는 기술력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조리와 판매를 완전히 분리한 것이다. 반찬 제조와 연구개발은 경기도 부천에 있는 1980㎡ 규모 공장(센트럴키친)에서 전담한다. 전문 조리사·영양사 등 50여명 직원이 매일 반찬 1만여개를 만든다. 매장발주·생산·운송까지 전부 IT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빅데이터로 수량을 관리하니 반찬 폐기율도 2019 12%였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에는 1.8%까지 줄었다. 남는 반찬이 없다 보니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녁 떨이 세일’도 슈퍼키친에서는 볼 수 없다.

회사 매출은 창업 첫해 1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55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200억원 매출이 목표다. 오는 7월에는 모바일 주문 배송도 시작한다. 이 대표는 내년엔 100호점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1시간 내 배달이 가능한 초신선 반찬배달 서비스”라며 “동네 매장이 물류창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태 기자 sha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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