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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소비의 지도

by dig it 2021. 2. 22.

 

국내 백화점의 지난해 점포별 실적이 공개됐다.

 

1등 실적을 보인 곳은 매출액 2조394억 원의 신세계 강남점이다. 2등은 롯데 본점으로 1조4,768억 원을 기록했다(이하 백화점 점포별 매출은 각사 제공자료 기준). 역대 백화점 단일 점포에서 매출액 2조 원을 넘긴 곳은 신세계 강남점이 유일하다.

 

전통적으로 패션과 유통업계에서 백화점의 바로미터로 삼던 곳은 롯데 본점이었다. 줄곧 백화점 점포에서 1등을 고수해오던 롯데 본점은 2016년 매출 1조8,6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신세계 강남에 밀려 2등으로 내려앉았다.

 

2017년부터 롯데 본점이 2등으로 내려앉게 된 이유는 한국 내 사드 배치 때문이었다. 한국은 사드 배치의 영향으로 중국과 관계가 경색됐고, 중국 관광객의 국내 유입도 엄청나게 줄었다.

 

당시 매장마다 중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판매사원을 둘 정도로 중국 관광객 매출의존도가 높았던 롯데 본점은 이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 2017년 롯데 본점은 매출이 1조6,410억 원으로 전년대비 11.8% 역신장했다. 이때 신세계 강남점은 2016년 대비 20.6% 신장한 1조6,620억 원을 달성하면서 백화점 1등 점포로 올라서게 됐다.

 

롯데 본점은 2017년 이후 1등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6년 1조8천억 원을 넘긴 이후 지금까지 그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2020년에는 매출이 1조4천억 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8곳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백화점은 역신장

백화점 유통은 2015년 국내 매출 29조 원을 달성한 이후 2019년까지 30조4천억 원으로 소폭 신장하는데 그쳤다(통계청 서비스업 동향조사).

 

코로나가 크게 영향을 미친 2020년도에 큰 폭의 성장을 보인 유통은 온라인과 홈쇼핑이다.

 

반면 백화점은 국내 5대 백화점(롯데, 현대, 신세계, AK, 갤러리아)을 기준으로 2020년 실적 27조8,944억 원으로 동일 점포 66개 기준 전년대비 마이너스 8%의 역신장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점포가 2019년 대비 역신장을 기록한 가운데 신장한 곳들도 있다. 

 

그곳은 신세계 강남점(2조394억 원, 5.5% 신장), 신세계 센텀시티점(1조2,323억 원, 7.5% 신장), 현대 판교점(1조74억 원, 9.4% 신장), 현대 본점(8,815억 원, 3.5% 신장), 갤러리아 명품관(8,098억 원, 8.5% 신장), 신세계 본점(7,827억 원, 0.5% 신장), 신세계 광주점(6,392억 원, 3.3% 신장), 신세계 영등포점(4,714억 원, 3.2%)의 8개 점포다(2019년 오픈해서 2020년 매출액 5,651억 원으로 전년비 1.8% 신장한 롯데 인천터미널점은 제외했다).

 

국내 5대 백화점 중 이 8곳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점포는 역신장을 기록했다. 가장 큰 역신장을 보인 점포는 롯데 관악점으로 마이너스 26.7%에 이른다.

 

 

<신세계백화점.> 

 

불황에도 끄떡없는 그들

전년대비 매출이 신장한 점포는 신세계 5개점, 현대 2개점, 갤러리아 1개점으로 구성돼 있다.

 

신세계 백화점 점포들이 대부분이고, 롯데는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점포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부분 비교적 소득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 점포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신장한 것을 알 수 있다(신세계 강남점-서울 반포, 신세계 센텀시티점-부산 해운대, 현대 판교점-경기도 판교, 현대 본점-서울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서울 청담동, 신세계 본점-서울 충무로).

 

코로나의 시대에 패션과 유통산업은 큰 어려움을 맞았다. 경기는 위축됐고 고객들은 소비하지 않았다. 온라인 유통을 이용해 꼭 필요한 소비재만을 구매했다. 

 

이 여파는 고급 유통인 백화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백화점의 전체 매출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점포는 이러한 여파를 벗어나 매출에 지장이 없었고 오히려 코로나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0%(한국은행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 발표)를 웃돌며 신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21년 1월 27일에 배포한 보도자료 ‘2020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상품군별 매출 증감률은 해외 유명브랜드가 전년대비 15.1% 신장, 가정용품이 10.6% 신장이었다.

 

이 두 상품군을 제외한 다른 상품군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명품과 가전, 리빙 분야가 백화점의 매출을 이끌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상품군의 소비층이 두껍고, 이들을 주력으로 전개하는 점포의 매출이 크게 신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불황에도 끄떡없는 소비 여력이 있는 곳이 대한민국에서 어딘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각 백화점이 추구해왔던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알 수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그동안 점포를 고급화하고 소비 여력이 충분한 지역을 중점 공략했던 방향이 주효했다. 반면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준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좀 더 명확해졌다.

 

롯데백화점은 대중적인 이미지와 매스의 형태로 볼륨화를 가져왔던 장점이 앞으로의 소비패턴과 맞지 않는 것을 확인했기에 대폭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롯데가 추진하고 있는 유통 구조조정은 그 일환일 것이다.

 

<현대백화점.>

 

누가 어디서 무엇을 원하는가? 

이제는 백화점의 매출도 양극화되고 있다. 소비 여력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편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대한민국 소비의 지형이 코로나로 인해 명확하게 드러났다. 소비 여력이 있는 고객들이 어디에 있으며 그들은 무엇을 사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 

 

소비의 지형이 드러난다는 것은 불편한 사실이긴 하지만 피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통과 기업, 브랜드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앞으로 어떠한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며 소비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재정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코로나로 인해 대한민국 소비의 지형은 분명해졌다. 현실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적절한 전략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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