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내가 너를
찰나가 이렇게 길어지는 순간.
그리고 찰나에 불과했음을 깨달은 순간.
시작은 아주 찰나의 마주침이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시작된 마음은 아주 단편적인 한 번의 순간에도 쉽게 요동쳤다. 지나가며 짤막히 주고받은 지극히도 일상적이고 무의미한 대화 속에서도 수 천 가지의 감정이 오간다.
3초의 눈짓을 수도 없이 되새기고 곱씹었다. 그렇게 무수히 되새겼던 잔상이 온몸에 퍼져 아주 사소하고 작은 그의 행동에 꼭 시선이 아니어도 많은 감각들이 분주하게도 그의 뒤를 좇았다.
우연찮게 마주치는 시선은 스포이트에서 떨어트린 한 방울의 물감처럼 쉽게 마음에 번졌다.
하지만 찰나는 찰나에 불과하다.
나는 단순한 주변인, 심지어 주변인 6 정도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너무나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느끼고 뚜렷해져 오는 그 모든 것에 괴로웠다. 한편으로는 마음속에서 지워버려야 할 기억들이 그다지 많지 않음에 안도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방적인 마음이었음을 그제야 새삼스럽게 알게 된다.
그러나
짝사랑의 결말은 완벽하다.
내가 짝사랑 체질인 인간이라서 짝사랑 예찬론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일 뿐이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제쳐도 될 만큼 짝사랑의 결말은 단호하고 완벽하다.
내 감정을 제외한 모든 것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온전히 나만 감당하면 괜찮아질 마음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는, 순전히 내가 좋아서 품어온 마음이라 오롯이 나의 감정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을 뿐이다.
놓여 있던 마음을 비워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를 떠올리며 즐겨 듣던 노래가 우연찮게 흘러나올 때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도, '그대는 나를 좋아한다' 정말로 주문을 걸듯이 되뇌었던 그 노래가 괴로워도 나를 둘러싼 일상은 변함이 없다. 정리라고 할 것도 없다. 애초에 우리는 살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도 아니었고, 그저 예전처럼만 지내면 그렇게 그 사람만 아무렇지 않은 사이에서 서로가 아무렇지 않은 사이가 될 테니까.
그 빈틈 없는 완벽함이 나를 두 배, 세 배 괴롭히긴 하지만 그래서 완벽한 결말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미완성된 형태의 감정이라 마지막 만큼은 완벽하다고 굳게 믿고 싶은 나의 억지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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