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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언어 개발이 중요한 이유

by dig it 2023. 8. 12.

비주얼 브랜딩이 다는 아니니까

브랜드 언어 개발이 중요한 이유

 

01. 얼마 전 비슷한 직군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리브랜딩을 의뢰하면 돌아오는 결과물은 새로운 디자인의 명함과 종이가방이더라."

 

02. 다들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안에는 씁쓸한 포인트가 분명 있었습니다.

브랜딩이라는 중요한 과제 앞에서 오직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적용하는 것에만 열을 올리는 경우를 매우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 비주얼 브랜딩을 하기 위해 고민한 방향성과 수집하고 추출한 키워드들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의미 있는 시도들이 늘 빛을 보지 못하고 몇 가지 키 비주얼에 갇혀버리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그러니 의뢰한 입장에서도 '우리 브랜딩 새로 했어'보단 '우리 로고 바꿨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03. 저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브랜드 언어를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하면 '브랜드 언어가 뭔데요?'라는 반응이거나 '그거 디자인 언어 말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반응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브랜드 언어는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폭넓은 역할을 합니다.

 

04. 브랜드 언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흔한 것들에 대해 흔하지 않게 말하는 법

way to communicate uniquely about something that isn’t unique

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즉 업계에서 모두 사용하는 용어와 가치들을 어떻게 하면 우리만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죠. 누구나 이야기하는 우수한 품질을 우리는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여기저기 널려있는 고객 경험이라는 워딩을 우리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05. 이를 위해선

첫째, 명확한 브랜드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하고

둘째, 우리의 고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어떤 화법으로 듣고 싶은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만의 쓰고 말하는 규칙을 만들고 이를 조직 전체에 퍼뜨리는 노력이 필요하죠.

 

06.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어떻게 실천할지가 난감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하나는 경쟁사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담긴 워딩과 우리 제품 및 서비스에 담긴 워딩을 섞어놓고 과연 구분이 가능한지를 진단하는 겁니다. 보통 이 경우 특정 브랜드 네임을 제외하면 지극히 높은 확률로 거의 두 가지 언어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구분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우리에게 브랜드 언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07. 이런 진단이 끝났다면 우리만의 말하기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주로 DO 보다는 DON'T의 규칙을 설정하는 편이 훨씬 접근이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검수가 널널한 영역에도 절대 비속어 카피를 쓰지 않는다'거나

'경쟁사의 명확한 브랜드 언어를 유사하게 따라 쓰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용해서는 안 될 브랜드 언어를 먼저 규정해 보는 것이죠.

이는 생각보다 실천하기도 쉽고 효과도 빠릅니다.

 

08.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내부용 언어(Internal Language)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브랜드 언어는 우리 내부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우리가 어떤 말과 글을 쓰느냐, 우리가 어떤 화법으로 대화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관과 문화가 브랜드에 녹아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브랜드 만드는 사람들이 먼저 사용할 수 있는 단어와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09. 브랜드 언어가 있는 쪽과 없는 쪽은 본능적으로 파악이 됩니다.

특히 사용자나 소비자들은 귀신같이 알아내죠. 어느 날 그 브랜드가 쓰는 단어, 화법이 조금만 달라져도 '너희답지 않다'는 판단을 냉정하게 내립니다. 심한 경우는 마치 '엄마 나 핸드폰 액정 깨졌어'라고 카톡 보내는 보이스 피싱범 대하듯 하니까요.

 

10. 브랜딩에 정답이 없다는 건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기와 감각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어서 빨리 이쁘고 멋진 디자인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싶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더 단단하고 더 생명력이 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도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관여가 되어있는 분들이라면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이 브랜드 언어를 정립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익힌 언어는 쉽게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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