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에서 내려 섬을 한 바퀴 돌고 다음 배를 타기까지, 조금만 더 부지런히 걸음을 내달린다면 마라도에서 보내는 시간은 훨씬풍성해질 수 있다. 섬 곳곳을 거닐다 허기진 속은 자장면으로 달래고 차 한잔을 곁들이는 꽉 찬 100분 여행법.
“배에서 가장 먼저 내리는 사람하고 가장 나중에 내리는 사람하고 마라도에 머무는 시간을 비교해보면 20분 정도 차이가 나요. 만약 마라도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다면 배에서 내릴 때 서둘러야해요.” 마라도 김은영 이장에게 들은 쏠쏠한 여행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배에 탄 200여 명이 다 내리기까지 줄 서서 기다리다 보면 10~20분은 그냥 흘러간다. 짜임새 여행을 위한 첫 단계, 문 근처에 앉아서 배가 뭍에 닿으면 재빨리 내릴 것. 또한 선내 직원의 안내와 지시를 잘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마라도는 느긋한 걸음으로 1시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동쪽이든 서쪽이든 어느 쪽에서 여행을 시작하더라도 걸리는 시간은 비슷한데, 마라도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장면 거리와 마라분교, 팔각정, 기원정사 등이 모여 있는 서쪽으로 발길을 둔다. 살래덕선착장에서 마라도 자장면 거리가 시작되는 통일기념비까지 8~10분 정도 걸린다. 선착장을 벗어나 큰길을 따라 오르면 사이로 할망당, 웅덩이, 공중화장실을 차례로 지나치며 통일기념비에 이른다.
길 하나를 놓고 자장면 집들, 식당 사이사이로 이따금씩 호떡집, 기념품숍, 민박집 간판이 고개를 내민다. 마라도해녀촌짜장을 시작으로 총 10곳의 자장면 식당이 모여 있다.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광고문구와 함께 마라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자장면은 배 시간을 기다리는 여행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지도 않게 한 그릇 뚝딱 먹기 좋은 메뉴였으니 자장면 집이 성업을 이루는 건 당연지사. 마라분교를 지나 기원정사까지 약 10분이 걸린다. 기원정사 앞으로 신작로선착장이 있다. 신작로는 화물을 실어 나르는 바지선이 정박하는 곳으로, 여객선은 다니지 않는다. 유념할 것은, 여행온 사람들이 뭣 모르고 이곳에 서 있다가 일순간 휘몰아치는 파도에 쓸려가는 불상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라도 주민들은 혹여 신작로 끝자락에 사람들이 나가기라도 할라치면 위험하니 바다 쪽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다.
기원정사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선인장자생지, 대한민국최남단비, 신선바위, 마라도해양경찰 등이 차례로 나온다. 지대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해풍을 맞고 굳게 버틴 단단한 선인장은 어딘가 위엄이 있다. 마라도해양경찰 지점까지 걷는데 약 10분이 걸린다. 마라도해양경찰 앞마당에 대한민국최남단비가 있다. 바위 끝에서 위험천만하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에 단연 눈에 띈다. 하늘의 신이 땅의 신을 만나러 내려올 때 발을 디딘다고 여기며 신성시하는 곳인 만큼 이곳을 아끼고 지키려는 태도를 갖추자.
대한민국최남단비에서 마라도성당을 지나 마라도등대까지, 저 멀리 수평선을 끌어안고서 야트막하게 오르는 이 구간은 마라도에서 반드시 보고 담아야 할 아름다운 풍경이다. 성당지기 부부가 부지런히 가꾼 성당 앞마당 또한 연중 꽃이 불거지는 마라도의 자연 명소다. 이 일대는 해돋이뿐만 아니라 해넘이의 장관을 보기에 좋은 명당이기도 하다.
마라도등대에서 다시 살래덕선착장까지 13~15분정도 걸리는 제법 긴 구간이다. 직선 구간이라 할만큼 죽 뻗어 있는 길이라 앞만 보며 걸어가면 된다. 경사도 완만하고 중간중간 의자가 있어 바다풍광을 마주보며 머물다 가기에 좋다. 이 구간은 ‘별빛보호구역’으로 밤이면 불빛이 적어 별을 보기에 최적지이다. 제주 본섬의 반짝이는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 섬을 파노라마로 담아보자.
마라도민들이 꼽는 구간별 추천 스폿
1구간 살레덕 근처 해식동굴, 자리덕 근처 해식동굴
2구간 통일기념비 동산에서 바라보는 팔각정과 초원
3구간 서쪽 바다(서바당 부근), 대한민국최남단비
4구간 마라도성당, 마라도등대, 절벽 앞 울타리
5구간 절벽 앞 울타리에서 보는 제주 본섬
마라도 홈페이지 www.jejumarado.com
마라도의 최북단 지점으로, 물살 세기로 알아주는 곳. 작지끝으로 나가는 길에 순비기나무군락지와 해녀의 쉼터인 불턱이 있다. 한라산, 산방산 등 멀찍이 보이는 제주 풍경에 마음이 동한다.
학생이 없어 문을 닫은 지 오래다. 그래서 정낭도 닫혀 있다. 1958년 설립되었으며, 2003년까지 졸업생 수는 83명이다. 학교 부지 앞으로 펼쳐진 평원은 예전 학교 운동장 자리다.
이곳에서 보는 바다와 갯바위는 그야말로 야성적이다. 자연에 대한 경외가 절로 이는 듯한 이곳에 옛사람들은 돌담을 쌓아 신당을 지었다. 할망신을 모시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신을 모시는 이들이 굿을 하면 안 된다고.
탄생화로 만든 팔찌 등 액세서리를 파는 기념품 숍이다. 이 외에 아담한 사이즈로 포장되어 있는 톳, 미역도 있다. 선착장 가기 전 들러 소소하게 쇼핑하기 좋은 곳.
과일로 단맛을 첨가한 몸에 좋은 한과를 파는 곳. 마라도에 아담한 본점을 두고, 오누이 같은 부부가 매일같이 한과를 만든다. 푸짐하게 담아내는 시식용 한과에서 서글서글한 인심이 느껴진다.
수제 댕유지 청을 듬뿍 넣은 에이드나 차 한 잔이면 피로가 삭 가신다. 최근 주인장이 개발한 특제 음료 ‘마라도 바당에이드’ 3종과 더불어 음료에 곁들이기 좋은 자리돔빵, 와플도 있다. 바다 앞 야외 자리야말로 일등석.
우도산 땅콩을 넣어 만드는 호떡 맛집. 자장면 거리에서 노란 간판으로 단연 존재감을 드러낸다. 섬 한 바퀴 돌고 나서 ‘급속 당 충전’이 필요하다면 들러보자.
1985년 세워졌으며, 높이 2.9m, 너비 1.2m의 현무암에 ‘大韓民國最南端(대한민국 최남단)’이 새겨져 있다
2000년 건립된 이곳은 정기 미사는 없지만, 배가 뜨는 시간에 맞춰 건물을 개방한다. 성당 창문 아래로 핀 조명처럼 떨어지는 선명한 볕 아래 서면 경건함이 감돈다.
마라도등대는 세계 해도에 표기되는 곳으로 마당에 세계 등대 모형과 등대스탬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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