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거짓 투성이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이미 인이 박힌 상태다. 잘못을 하면 시인하기보다 일단 거짓말부터 던지고 보는 세상이 되었다. 자식의 부모에 대한 거짓말은 기본이 되었고 부부 사이, 친구 사에에서도 거짓말은 횡행한다. 그런데 거짓말이 우리의 삶에 필요한,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정직이 생명이라는 사회적 합의도 거짓말일까?
“아, 거짓말 아니고요. 아 진짜 거짓말 아니라니까요. 진짜 거짓말 아니에요.” 클라라가 최근 거짓말로 곤욕을 치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을 바꿔서다. 그녀는 “치맥 싫어하는데 좋은 친구들과 분위기가 좋아서 치맥 좋아한다고 말하면 거짓말인가요? 요가 배운 적 없는 데 잘하면 거짓말인가요? 연예인 남친 사귄 적 있는데 굳이 그런 거 말하기 싫어서 사귄 적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가요?”라고 말한 바 있다. 학생들의 멘토였던 김원기(28) 씨는 최근 경력이 거짓이라는 게 들통 났다. 지난해 6월 <스펙보다 열정이다>라는 자서전을 출판했던 그는 삼성SDS에 특채로 입사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연세대 MBA(졸업)의 경력을 추가하고 계속해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들과 당신은 얼마나 다를까?
우리 모두는 거짓말쟁이입니다.
B,C에 해당하는 사람이 다수일 것이다. 안심하라. 당신은 정상이다. 너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거짓말을 아예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인간들이 완전한 진실만을 이야기하며 살아가야 했다면 이미 세상은 전쟁으로 멸망했을 것이다.
심리학자 벨라 드폴로는 147명에게 일주일간 다른 사람을 속인 회수를 적어달라고 했다. 그러자 피실험자들은 하루 평균 1.5회의 거짓말을 했다고 알렸다. 마크 트웨인도 말했다.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매일, 매 시간, 깨어 있을 때, 잠잘 때, 꿈꿀 때, 기쁠 때, 슬플 때에도…” 현대사회에서 거짓말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다. 사람들은 진심 대신 거짓을 가슴에 달고 나타난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하고 실수를 숨겨야 경쟁자보다 빛날 수 있고, 일감을 따낼 수 있으며, 직장에서 상사의 눈에 들 수 있고, 가족과 친구에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관습상 거짓말부터 병적인 거짓말까지
거짓말의 종류가 하도 많아서, 학자들은 몇 개의 카테고리로 거짓말을 분류했다. 먼저 사회관습을 충족시키기 위한 거짓말이 있다. “오늘 모임 정말 즐거웠어요. 인상적인 분들이 많아요.”(사실 모임은 끔찍하게 지겨웠으며, 다시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는 다른 사람의 품위를 존중하기 위한 예의상의 거짓말이다.
남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네가 어딜 봐서 뚱뚱하니, 넌 매력적이고 너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여자가 분명 나타날 거야.”(올해 39세이며 식습관 조절에 실패한 지 16년째인 지인에게)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상대의 고통을 경감시키거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사용한다.
또 하나는 방어적인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의 공격을 피하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다. “갑자기 블루 스크린이 뜨면서 자료가 날아갔어요!”(중요 파일 작성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야 하며, 아직 자료 작성을 하지 못했다) “그(녀)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업무상 얼굴을 보는 사이지.”(사실 어느 정도 호감이 있었으며 데이트도 몇 번 했다)
다른 하나는 공격적인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사용한다. “저는 이 업계에 지인도 많고, 프로젝트 하나를 이끈 적도 여러 번입니다.”(사실 단 한 번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맡아봤고, 업계에 아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마지막으로 병적인 거짓말이 있다. 사건과 진술이 불일치하며, 사실과 환상이 섞여 있는 거짓말이다. “저는 2009년 XX대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등록을 했지만 졸업을 하지 않았다.)
거짓말은 빙산의 일각일 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테스트와 위의 분류에서 뒤쪽을 차지한 사람들이다. 습관적인 거짓말은 사실 심각한 문제의 증상인 경우가 많다. 성격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연극적, 자기애성, 경계성, 반사회적 성격장애인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심각한 경우 다음과 같은 질병이 의심되므로 전문의나 상담전문가의 친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질병 A 자기애성 성격장애
“내가 해 봐서 다 아는데 말야…”
“A사 프로젝트는 사실 전부 내가 해낸 일이야. 나 때문에 회사가 일어선 것이나 다름없지.”(사실 동료와 함께, 혹은 동료가 해낸 일을 혼자 했다고 각색한다) “그거 사실 나도 해봐서 잘 아는데…”(해본 적이 없거나 관련 견문만 간신히 있다)“아! 그거 나도 이미 생각해 놨던 기획이야.”(기획은 커녕 오늘 처음 듣는다)
그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그의 습관적 거짓말은 성격장애의 징표일 수 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인 사람과 어울리면 피곤하다. 그들은 자신의 업적을 부풀리고, 하지도 않은 일을 거짓으로 자랑하며, 옆의 누군가가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나아 보이면 사정없이 깎아내린다. 그들은 권력을 욕망한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요, 특별한 대접을 받기 합당하다고 생각하기에 남들을 부당하게 이용해 본래 위치(라고 본인이 믿는)로 돌아가려 한다. 해낸 일을 과장하고, 거짓으로 약속하고, 실패는 남 탓으로 돌리고, 허위로 진술하는 덕분에 그들은 결국 권위 있는 자리에 서게 된다. 속은 사람이 제일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바로 이런 자기애성 환자들의 거짓말이다.
질병 B 경계성 성격장애의 경우
죽도록 사랑했다가, 죽도록 미워한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자아상, 대인관계, 정서가 불안정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적인 감정 기복을 보인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자신감에 넘치는가 하면, 아무 것도 못하는 존재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이들 역시 거짓말의 대가다. 이들은 자신이 만든 환상을 이야기한 뒤, 상대가 그것을 믿으면 자신도 이를 사실로 생각해버린다. 부유하고 존경받는 부모님, 화려한 학벌에 대한 환상은 이들의 단골 메뉴. 데이트를 거절당하면 상대가 자신을 때렸다고 거짓으로 고소하고,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악의를 품고 루머를 퍼뜨리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살을 시도하는 등, 자기 파괴적인 거짓말도 불사한다.
질병 C 연극적 성격장애의 경우
이들의 첫인상은 매력적이다. 남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그럴 수밖에. 이들은 거짓말에 살을 붙여가며 계속해서 큰 거짓말을 만든다. 이들이 거짓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사랑받고 싶어서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극적으로 과장한다. 거짓말을 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결국 반복되는 거짓말은 꼬리를 잡히고 진실이 드러나, 그들에게 속은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행동을 연구한 맥키논과 마이클은 이들의 거짓말이 작화증(없던 일을 있는 것처럼 꾸며 말하는 병적 상태)을 넘어설 만큼 심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외에도 반사회적 성격장애 등도 습관적인 거짓말이 특징이다. 주의점은 성격장애의 특징이 한두 가지 나타난다고 상대를 곧바로 성격장애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진단이 내려지기까지는 여태까지의 행동패턴, 오랫동안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들 같은 습관적인 거짓말쟁이들은 주변의 사람에게 금전적이나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준다. 이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이후에 누군가와 신뢰를 다시 쌓기 어려워한다. 만약 주변 사람 중 하나가 위에서 열거한 성격장애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된다면, 해결책은 하나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라!’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스스로가 의심된다면 혼자서 집에서 치료한다던가, 나름대로 개선해보겠다던가 하는 생각은 버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거짓말을 간파하는 네 가지 방법
그렇다면 누구에게서 도망칠 것인가? 거짓말을 간파하는 몇 가지 방법을 전한다.
1. 얼굴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읽었다면
상대의 얼굴에서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을 동시에 읽었다면 후자를 믿자. 떫은 얼굴로 ‘당신을 만나 반갑다’고 하면 그 말은 거짓이다.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왜 믿어야 하는가. 미소나 기쁨을 표현하기는 쉬워도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경멸이나 괴로움, 수치심 등을 표현하려면 당시의 얼굴표정을 떠올려서 억지로 근육을 움직여야만 한다. 배우가 아닌 일반인은 이것 자체가 어렵다.
2. 대답하지 않는 그 사람
단도직입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던졌을 때 예, 아니오로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거야 상황을 보시면 모르시겠어요”라던가 “성격상 그런 일은 하지 못합니다” 등 관련된 답변은 하지만 직접적인 답변을 피한다. 이는 거짓말에서 나오는 죄책감을 완화하고 유연하게 상황을 빠져나가고자 하는 시도일 가능성이 있다.
3. 얼굴이 아니라 몸을 보세요!
더 강력한 힌트는 얼굴이 아닌 몸에 있다. 우리는 언어로 거짓말을 하는 방법은 배웠지만 몸으로 거짓말을 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명절에 친척이 빨리 돌아가기를 바라면서도 그들과 함께해서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얼굴을 보면서 거짓을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발과 다리는 놀랍게도 정직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겉으로는 침착하고 차분해 보여도 발을 구르거나 다리를 떨고 있다면 ‘얼른 도망치고 싶다’는 불안, 걱정, 불편함의 증명일 수 있다. 상대가 앉아 있는 자세에서 갑자기 발을 멈추었다면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의심해보자. 발 정지는 위협 당했을 때 나오는 대표적인 행동이다. 입이나 눈을 가리거나, 손을 부자연스럽게 마주잡는 것 역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불쾌한 감정의 표현일 수 있다.
4. 파고들면 진실이 드러난다.
얼굴, 몸짓, 대답에서 이상 징후를 느꼈다면 이제는 파고들 차례다. 작화증을 앓고 있지 않은 이상, 질문이 구체적이 되면 대답이 궁해진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게, 신병 때 어떤 기초 훈련을 받았죠? 라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곤란해진다.
사실 거짓말을 간파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심리학자 찰스 본드와 벨라 드폴로가 거짓말 감지에 대한 100건 이상의 연구에 대한 분석을 해봤더니, 사람들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확률은 고작 48퍼센트에 불과했다. MRI라도 찍어 보지 않는 이상, 위의 방법들 역시 힌트에 불과하다는 점에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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