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발표한 ‘글로벌 폰트 Noto 프로젝트’ 들여다보기
지난 16일, 구글이 어도비와 손잡고 범세계적 폰트인 Noto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 부르기는 ‘본고딕’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Source Han Sans”이고, 또 구글 웹페이지에서는 Noto Sans로 부릅니다. Noto가 상위개념이고, 그 아래에 본고딕은 ‘한중일 통합’폰트라서 따로 이름을 붙인 것 같아요. 왜 이랬는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Noto로 부르겠습니다.
Noto의 한국 참여회사는 산돌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오랫동안 양강구도였던 국내 서체업계가 산돌의 원톱으로 진행되는 것 같네요.
산돌과 윤디자인 이 인쇄매체와 클래식함에 빠져 있을 때 실용적인 노선을 잘 침투해 들어간 폰트릭스는 조금 정체기인 것 같고, 윤디자인은 국제적인 큰 기회(애플고딕과 Noto, Windows 맑은고딕 등)들을 놓치며 예전의 명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안상수님과 안상수체로 한국 폰트의 한 획을 그었던 agfont는 이제 문학적인 폰트만을 소량 생산하고 있지요.
산돌 커뮤니케이션은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국제적으로 한글을 쓰는 모든 곳에 막강한 영향력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Windows와 OSX(iOS)는 물론 안드로이드까지 자사의 영향권에 두게
되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중 하나만이라도 윤디자인에서 가져갔으면 했었습니다.
산돌의 서체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기는 하지만, 윤고딕을 통해 보여주었던 묵직하고 고상함을
간직하고 있는 윤디자인의 폰트가 어떻게 리비전될지 궁금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서체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Noto 프로젝트는, 비라틴어권의 다양한 폰트를 종합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입니다.
아마도 이 규모의 다국어 지원은 역사상 최초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아시아권 서체 중심의 개발이라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요. 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 시장에서의 안드로이드의 약진이 큰 모멘텀이
되었을 겁니다.
http://blog.typekit.com/alternate/source-han-sans-kor/
위 링크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Noto는 (혹은 Noto의 한 부분인 Source Han Sans는) 같은 한자문화권 내에서의 문화 디테일까지 고려하는 열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쓰는 한자와 한국에서 쓰는 한자 사이의 미묘한 차이와 중국의 간/번체간의 뉘앙스까지 잡아내는 등 세심하게 공들인 폰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글에 있어서는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아시아권 문자의 통합이라는 부분에 집중한 나머지, 한글의 속성을 한자의 밸런스에 맞도록 조정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한글을 한문과 병기하는 것이 점차 줄고, 실제로는 한글과 영문이 함께 쓰이는 경우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한글과 한문의 밸런스에 초점을 둔 것 같습니다.
Noto의 디테일을 가장 유사한 ‘애플 산돌고딕’과 비교하여 보겠습니다.
1. 글씨의 Base 크기가 커졌습니다. 위의 황색 글씨가 애플산돌고딕, 아래가 Noto입니다.
애플고딕은 46pt, Noto는 44pt임에도 불구하고, 둘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맞추자면 46:44.5 정도의 비례일 것 같습니다. 획이 많은 한자를 배려하여 글씨의 마진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확실히 중국어와 알파벳간의 밸런스는 훨씬 좋아졌으나, 한글과 영문의 밸런스는 오히려 더 안좋아졌습니다.
2. 한글의 자간이 넓어졌습니다. 실제로 넓어진 자간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metrics, 즉 글자가 갖고
있는 고유의 너비가 획일적으로 정리되면서 한글의 리듬감이 다소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약간 넓어진 자간이 더 커 보입니다.
3. 애플고딕이 여백에서의 밸런스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면, Noto에서는 획의 뻗어나감과 각도에
따른 스트로크의 굵기 변화에 더 민감한 듯 보입니다. 글씨사이의 여백이 주는 ‘회색도’가 균일하지
않아진 대신, 힌팅을 용이하게 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나열된 글자 사이의 리듬보다는 글자단위의
명료성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런 정책은 획 중심의 중국/일본문자에 아주 유리합니다. 한자의 획들은 방향과 주변 면적에 따라 정밀하게 조정되어 글자간 밸런스가 아주 우수해 졌습니다. 한글과는 반대로 일어의 void는 아주 시원해 졌고 균일해 졌습니다. 표의문자와 상형문자를 같은 해석하에 조정한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재밌게도, 영문은 두 서체간(애플고딕과 Noto) 높이의 차이가 없습니다. 한글에서 거의 2pt의
차이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영문은 플랫폼을 건드리지 않은 채 형태의 변화만 있는 것 같습니다.
5. 영문이 주는 서체의 매력은 (개인적이지만) 그다지 높은 성취를 한 것 같지 않습니다. 구글이 개발자 base회사이기 때문일까요? ^^ 조형적으로는 좀 더 humanistic 해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부호들이나 점 등이 크고 단단해 졌다는 것 외에 서체만의 매력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6. 기술적인 장점은 많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i,j 등에서의 점이나 dot, comma등이 보다 크고
시원해져서 시인성은 훨씬 좋아졌고, b,q,u,m 등에서 획들이 만나는 stem이 두꺼워져서 형태가 깨지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한 개선점입니다. x height도 훅 올라가서 트렌디하기도 하구요.
7. 왠지는 모르겠지만, Noto 영문과 Noto Korean 의 영문이 다소 다릅니다.
밸런스를 위해서 그랬다고 해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Noto 프로젝트는 확실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간 관심 밖에 있었던 비라틴 문자들에 주목했다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이고, 국제적인 큰 foundry들이 연합하여 이뤄낸 성과라는 것 역시 특징적인
부분입니다. 우리같은 실무자들에게는 이런 고품질의 폰트가 완전 open source라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물론 apache license를 따르고 있지만)
사실, 안드로이드 작업할 때 더이상 Droid, Roboto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참 고마운 일이기는
하지요, Roboto도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범용서체라기엔 너무 개성적이었고, 그 개성이라는 부분도
잘 세공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요. 구글이 이런 일들을 먼저 해 주는 것이 일반 유저/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참 감사한 일입니다.
링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고딕 링크
http://sourceforge.net/projects/source-han-sans.adobe/files/
(SourceHanSansKR-1.000.zip)
Noto고딕 링크
http://www.google.com/get/noto/#/
( Noto Sans Korean )
산돌 커뮤니케이션
http://www.sandoll.co.kr/IR/index.ASP
윤디자인
http://www.yoonfont.co.kr/business/license.asp
폰트릭스
http://rixshop.fontrix.co.kr/Default.aspx
agfont
http://agfont.com
관련기사
http://blog.typekit.com/alternate/source-han-sans-kor/
http://nymag.com/daily/intelligencer/2014/07/google-is-designing-the-font-of-the-future.html?mid=facebook_ny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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