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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이야기

by dig it 2021. 4. 25.

www.facebook.com/tedkim27/posts/3761484843920210

정말 정말 오랜만에 페북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래 글은 작년 말에 코인의 재열풍 조짐을 느끼면서 약간의 죄책감으로 여러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입니다.

사실 어떤 산업을 비판적으로 이야기 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저는 부족한 사람이고 제가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에 개인의 평안을 위해서 침묵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워 부족하지만 쓸데없이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과 글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고, 당연히 틀린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번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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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랫동안 코인쪽에서 일을 했습니다. 최근 유동성이 시장에 풀리며 또 다시 지난번과 같은 코인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걱정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바쁘시겠지만 코인을 사시려고 고민중이시라면 그 전에 한번만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비트코인과 그 외의 코인

코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주체가 있는 코인과 주체가 없는 코인. 비트코인은 주체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코인은 주체가 있습니다. 그 코인을 발행한 회사가 있고, 팀이 있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걸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2. 투자하는 게 아닙니다, 기부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는데 주체가 있는 코인을 사는 것은 그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부분인데 코인은 법적으로 투자가 아니라 기부에 가깝습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특정 코인을 샀어도 그 코인을 발행한 회사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법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친숙한 싸이월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도토리를 산다고 해서 싸이월드의 주주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도토리는 싸이월드에서 이용되는 디지털 화폐일 뿐입니다. 따라서 도토리 소유자는 싸이월드 회사 내부의 정보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싸이월드의 주주구성이 어떤지, 대주주들이 급여를 얼마나 받는지, 횡령은 없는지, 그 어떠한 기업 정보와 재무정보 등을 제공받을 권한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3. 탈중앙화라는 철학에 숨겨진 불투명성

여기서 바로 탈중앙화라는 철학에 숨겨진 불투명성이 나타납니다. 재미있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야 말로 탈중앙화 된 사회입니다.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뉘어진 삼권분립과 기업과 회계법인을 분리시켜 공시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독재 국가가 아닌 이상 행정부(정부)가 입법부(국회)와 사법부(법원)를 무시하고 화폐를 찍어내거나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은 반드시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회계적으로 속이는 것은 없는지,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없는지 말입니다. 또한 주주 구성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대주주가 증권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매도 하면 이 역시 반드시 공개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금융의 투명성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는 소액 주주들과 개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고 이러한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 역사적으로 수많은 논의와 협력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바로 코인은 이러한 가치들이 사라진, 과거의 불투명한 금융서비스의 모델을 따릅니다. 코인회사는 자신들이 발행한 코인을 누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얼마의 가치를 지불하고 그 코인을 소유했는지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주식은 자본금을 얼마나 넣었는지, 그에 따라 얼마의 지분을 가져갔는 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외부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얼마의 기업가치에 따라 얼마의 주식을 새로 발행했는지도 공개합니다.

코인은 그런 공개 의무가 없습니다. 코인을 만든 회사의 대표와 구성원들이 각자 얼마의 코인을 가지고 있는지, 그걸 얼마를 주고 샀는지 (보통은 공짜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개의 의무가 없습니다. 코인을 투자하는 펀드도 비슷합니다. 그들이 얼마의 금액으로 얼마만큼의 코인을 샀는지(보통 펀드들은 할인 된 금액+보너스 물량 등으로 코인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매수합니다) 공개의 의무가 없습니다. 펀드뿐만 아니라 어드바이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많은 코인 회사들은 자사 코인의 신뢰성과 도움을 받기 위하여 어드바이저들에게 코인을 보통 무상으로 제공하는데 그게 개개인들에게 얼마씩 무상으로 제공되었는지 밝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불투명하게 분배된 코인들은 거래소에 상장되면 손바뀜이 일어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왜 내가 산 코인 가격이 상장된 가격보다 한없이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물량의 상당수가 매우 저렴하게 혹은 공짜로 누군가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짜로 받은 누군가는 손절가격이 없습니다. 공짜로 받은 것이기에 얼마에 판매되던지 이득입니다. 물론 최대한 높은 가격에서 팔고 싶기에 매도 타이밍을 보며 판매합니다.

4. 코인회사의 딜레마

이런 구조를 이해하고 코인을 발행한 회사를 보면 그들이 엄청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싸이월드는 그래도 실체가 있습니다. 만들어진 서비스가 있고 실제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인기를 얻었기에 도토리가 팔리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코인 회사는 먼저 도토리를 판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판매가 이루어 집니다. 판매된 도토리의 가격은 오로지 기대감에 따라 가격이 변동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대가 높을 수록 가격이 올라갑니다.

그렇기에 코인을 발행한 회사 입장에서는 백서에서 이야기했던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역설적으로 리스크로 발생합니다. 서비스가 출시되었는데 반응이 별로면 판매된 코인 가격이 폭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코인 회사들은 구조적으로 서비스 출시보다는 기대감을 쉽게 높일 수 있는 쪽으로 회사의 역량이 집중되게 됩니다. 신뢰할만한 기업들과 MOU를 맺거나 인기 많은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발생시킨 기대감이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상장할 수 있는 거래소도 한계가 있고 MOU도 한계가 있습니다. 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코인 구매자들은 회사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선택하는 게 마켓 메이킹입니다. 다른 말로 유동성 공급이라고도 합니다. 코인가격이 하락하거나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떨어지면 코인거래량이 떨어지는데 그렇게 되면 가격하락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외부의 누군가가 (혹은 코인기업 자체가) 의도적으로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 파는 행위가 나타납니다. 이게 유동성 공급입니다. 그런데 이는 가격을 상승시키는 행위를 촉발시키기도 합니다. 이걸 의도적으로 하면 시세 조작이라고 부릅니다. (어감이 강하기에 유머스럽게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상장된 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코인 회사는 비난을 받게 되고 초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비스는 언제 출시될지, 출시되어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인 처방으로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통해 거래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올라가는 모습을 통해 기대감을 일시적으로 올릴 수 있지만 이는 끊임없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됩니다.

5. 블록체인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럼 이런 코인들을 발생시킨 블록체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블록체인은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화해서 생각하면 저장방식의 새로운 모델입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들은 그 데이터가 발생한 회사의 서버에 저장됩니다. 네이버에서 쇼핑을 하거나 검색을 하면 그 기록이 네이버 서버에 저장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블록체인은 그 개별 회사들의 서버는 위변조가 가능하기에 그들을 신뢰하는 것 보다는 개개인들이 데이터를 똑같이 복사하고 분산해서 저장하자는 것입니다. 복사, 분산되기에 한 명이 데이터를 바꿔도 나머지 사람들의 데이터와 비교해보면 쉽게 위변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개개인들이 공짜로 해줄 이유가 없기에 여기에 참여하면 보상으로 코인을 주게 됩니다. 이걸 채굴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똑같은 데이터를 복사하고 분산 저장하고, 누가 변조하지 않았는지 맞춰보는 과정을 거치기에 구조적으로 속도가 느려지고 비용이 증가하며 효율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물론 서로가 신뢰를 못하는 사회라면 이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회가 코인을 사야할 만큼 불신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혹시 네이버와 쿠팡에서 쇼핑을 해보셨나요? 개개인들의 거래 데이터와 결제하기 위해 충전시켜 놓은 돈은 모두 네이버와 쿠팡 서버에 저장됩니다. 제품을 사고 나서 생기는 적립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네이버와 쿠팡이 나의 거래 데이터와 충전시켜 놓은 돈과 적립금을 조작 할꺼라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시나요?

다른 예도 있습니다. 카카오나 토스, 은행앱을 통해서 돈을 송금해본 적 있으신 가요? 어떻게 그들을 믿고 계신가요. 내가 송금한 금액을 조작할 거라 걱정되지 않으신 가요? 물론 걱정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위에 회사들은 앞서 말했던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 사회제도 하에 행정적, 법률적 책임과 규제 하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그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처벌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분식회계를 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하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한 항상 외부 기관 들로부터 재무적 회계적 감사를 받게 되어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시세 조작도 완벽한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주가를 조작하면 바로 징역을 살게 됩니다.

상당수의 코인 프로젝트들은 이러한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철학에서 시작합니다. 네이버와 쿠팡을 믿을 수 없고, 카카오톡와 토스, 은행,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는데 '데이터 주권'이라는 개념입니다. 개개인들이 발생시킨 데이터를 기업들이 이용해서 돈을 벌기에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로 하여금 데이터 주권이라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주기에 매우 좋은 발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공짜로 보고 쓸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개개인들의 데이터를 통해 광고 상품을 개발하여 그 서비스의 운영 비용을 감당합니다. 이걸 성공시키면 큰 이익을 창출하게 되지만 실패하면 기업은 적자가 쌓여서 도산되게 됩니다. 다행인 것은 이 과정에서 개개인들이 받는 경제적 피해는 없다는 것입니다. 싸이월드가 망해도 이용자들이 금전적으로 심각한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많은 코인 프로젝트는 구조적으로 데이터 주권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개개인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코인을 먼저 판매하고 있습니다. 만약 데이터 주권에 대한 가치를 깊게 믿는다면 그냥 회사를 만들어서 서비스를 기획, 개발해서 출시하고 성공해서 영업이익이 많이 생긴다면 그 돈을 분산해서 서비스를 이용한 개인들에게 "당신의 데이터에 따른 보상입니다"하고 나눠주면 됩니다.

6.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블록체인

한가지 더 이야기 드리면 블록체인이 처음 이야기될 때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블록체인 자체에 현실의 데이터를 넣을 때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미술품 거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누군가 미술품들을 사람들끼리 거래하는 것을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서 거래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여기서 두 번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먼저, 기록을 할 때마다 누군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블록체인이 완결성을 가져도 거래를 했다는 것을 누군가가 기록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조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판매자가 미술품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보냈다고 기록한다면, 혹은 구매자가 구매했는데 구매하지 않았다고 거짓말 한다면 블록체인은 이걸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두번째는 더 큰 문제인데, 만약 거래를 실제로 완료하고 서로 합의해서 블록체인에 기록했어도 판매자가 모조품을 구매자에게 보냈을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이런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실의 법체계가 필요하게 됩니다. 블록체인의 어떠한 스마트컨트랙트도 이를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따라서 결국 블록체인 위에서 유의미하게 돌아가는 것은 ‘디지털에서 발생한 것이 디지털에서만 돌아갈 때 유의미하게 작동’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코인’입니다. 그래서 현실에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의 작동(트렌지션)보다는 수천개가 넘는 코인들의 작동(트렌지션)만이 대부분입니다. 최근에 이야기되는 NFT도 세상에 한 개만 있는 코인이라고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7. 비트코인은 불안정한 금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어떨까요? 다행이 비트코인은 뭔가를 하겠다는 게 없습니다. 그냥 거래 내역이 수많은 컴퓨터에 분산되어 저장되고 여기에 참여한 사람에게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이상적으로 잘 작동했습니다. 작지만 분산에 가치를 믿는 개개인들이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기꺼이 자기의 컴퓨터를 이 시스템에 기여하는데 제공했고 이러한 채굴행위를 통해 비트코인을 보상받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급격한 투기현상이 발생하면서 이것 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등장했습니다. 중국의 채굴 기업(채굴 Pool)이 그것입니다. 수천 수만대의 컴퓨터(정확히는 연산용 기계)를 이용하여 비트코인의 채굴을 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분산의 핵심 가치가 훼손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훼손을 넘어서 비트코인을 지탱하는 연산파워를 특정 업체들이 50%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현상도 일으켰습니다. 비트코인은 구조상 연산파워를 50%이상 가지게 되면 장부 조작도 가능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을 때는 다른 컴퓨터들에 분산된 기록과 대조를 하는데 변조된 데이터들이 더 많으면(50%를 넘어가면) 그것을 맞는 기록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조작은 비트코인 신뢰도를 급격하게 떨어트리기에 비트코인의 가치가 유지되어야 하는 채굴 기업들 입장에서는 할 수 있어도 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분산의 가치가 훼손된 것은 명확하며 조작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도 옳은 말은 아닙니다.

그럼 이러한 구조를 바탕으로 금과 비교해보겠습니다.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기업이 아니라 국가기관들입니다. 미국과 독일, IMF 순으로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은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금이 오랫동안 높은 신뢰를 받아왔던 것입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보다 중국의 채굴 기업들이 더 신뢰도가 높다고 주장하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8. 절대 코인가격이 폭락한다고 이야기하고자 글을 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든지 오를 수 있고 전 고점뿐만 아니라 1비트코인이 수십 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망한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오직 거래 가격만 있을 뿐입니다. 주식에 기반한 기업은 망할 수 있습니다. 이익을 못 내고 비용이 누적되면 청산됩니다. 국가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망한다는 개념은 무엇일까요? 망한다는 개념은 오직 소유자에게만 해당됩니다. 비트코인을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산과 바꿔서 비싸게 샀는데 가격이 하락한다면 개인의 인생에서는 망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비트코인이 망한건 아닙니다.

사실 이 글의 초안은 2018년에 썼습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제 주변의 지인들이 코인에 대한 개념 자체를 이해를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일을 해서 번 돈을 잘 알지 못하는 것과 바꾸고 늘 불안해하며 고통받는 모습이 없었으면 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삶이 힘들 수록 본인의 인생을 바꿔줄 무언가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유혹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더 쉽게 침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코인을 사더라도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고 사는 것이 개인들의 주체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타인이 만든 것에 본인의 주체성이 상실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고 잃고의 문제가 아닌 시장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코인을 거래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곧 코인열풍이 꺼졌고 글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이미 시장에 대해서 회의적이었기에 덧붙여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9. 과거의 침묵했던 저를 비난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사실 글을 쓸 당시에는 그 누구보다 이쪽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을 것입니다. 다행히(?) 전 역설적으로 코인을 포기하며 큰 돈을 날렸고 오히려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며 빚이 생겼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누구에도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서 쓴 것도 아니고 코인을 사지 말라고 쓴 것도 아닙니다. 과거에 많은 것을 알아도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고 침묵했던 저를 비난하기 위해서 쓴 것입니다.

이 글은 당연히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경험했던 것과 제가 아는 선에서 쓴 것이기에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쉽게 쓰기 위해서 디테일한 부분을 삭제하고 단순화시켰습니다. 이 글을 읽어 주길 바라는 대상이 그때 제가 만났던, 코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하지만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본질을 왜곡한 부분은 없다고 믿습니다. 진심으로 과거에 침묵했던 저를 비난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글에 대한 비판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족한 글에 비판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논리를 만드시는 것도 제가 이 글을 쓴 목적입니다. 그 과정에서 더 날카롭게 주체적인 의사결정으로 코인을 구매하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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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을 쓰고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특별히 정의롭거나 대단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 주변의 수 많은 사람들이 주체성을 상실한체 돈을 잃는 것을 보면서 죄책감으로 썼던 글입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고 예상밖으로 많은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그래서 가상화폐는 사기인거가요?”

그 분들의 질문의 본질은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지난 글에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썼기에 이런 질문을 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개별적으로 대답 드리기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글을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코인 관련된 글은 쓰지 않고 개별적인 질문에도 죄송하지만 답변드리기 어려울것 같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스스로 의심하고, 질문하고, 공부하신다면 제 얕은 글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

또 지난번보다 조금 더 제 주관을 개입해서 쓴 글이기에 절대 제 글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가격은 절대로 가치와 연동되지 않습니다. 그냥 하나의 견해로만 읽어 주시 길 바랍니다.

[사기의 정의]

먼저 사기인지를 물으신다면 ‘사기에 대한 정의’부터 필요합니다. 저는 사기를 ‘1) 특별한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서, 2) 다수의 부(富)가 소수의 사람들로 이전되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1) ‘특별한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저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코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수백,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관심 가질 기술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은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장의 다른 형태입니다. 데이터의 기록(장부)을 특정 서버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다수의 서버에 분산하여 저장합니다.

일단 이 구조는 기존의 방식보다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IT산업이 빠르게 발전됨에 따라 급격하게 증가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기업들은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서비스가 ‘아마존 AWS’입니다.

각기 개별적인 서버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초대형 시스템을 구축하고 필요에 따라 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아마존은 데이터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끊임없이 낮춰왔습니다. (조금 더 도움이 되실 수 있게 자료를 링크해 놓았습니다.) (https://han.gl/lgMmt)

그런데 블록체인은 이러한 구조를 역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구조가 필요한 곳도 있습니다. 사회 인프라에 대한 신뢰가 크게 무너진 곳, 혹은 어떠한 규제를 피하고 싶을 때 이러한 시스템은 수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블록체인을 더 다양한 곳에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려고 나온 것이 바로 ‘이더리움’입니다.

[이더리움의 가치와 가격]

이더리움은 AWS처럼 수많은 탈중앙화된 프로젝트들을 작동시킬 수 있는 베이스가 되는 블록체인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이더리움의 가치가 투기꾼들에 의해서 왜곡되었다는 것입니다.

먼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이기에 AWS와 같은 시스템보다 대단히 느리고 비효율적입니다. 또한 책임의 소재가 없기에 이더리움이 허접한 고양이캐릭터거래 (크립토키티사태)만으로 정지되어도 이 플랫폼 위의 사업자는 이더리움 재단에 배상을 요구할수도 없습니다. 또한 이렇게 이더리움 시스템 위에서 프로젝트들을 작동시키려면 ‘가스(gas)’라는 이더리움과 연동된 재화가 필요합니다.

즉, 이더리움이 정말로 많은 플랫폼에서 다양하게 쓰이려면 가스의 가격이 낮아져야 하고, 이더리움 가격도 낮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더리움이 앞으로 수많은 곳에 쓰일 것이니 가격이 올라간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이것이 답답했던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도 이와 관련해서 꾸준히 이야기해왔습니다. ("블록체인, AWS보다 100만배 비싸" https://han.gl/wLcd8) 그러나 모두 아시는 것처럼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반대되는 구조]

그리고 위와 같은 가격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블록체인과 그 위에 돌아가는 프로젝트들은 현실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탈중앙화라는 비전이 ‘인간의 본성에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야기 드리기 위해 블록체인 혁명이 온다고 외쳤던 과거의 책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2016년에 돈 탭스콧은 ‘블록체인혁명’이라는 책 (https://han.gl/LTFCL)을 발표하며 앞으로 중앙화된 서비스들은 물러나고 탈중앙화된 서비스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나 우버가 아닌 탈중앙화된 에어비엔비와 우버가 나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런 혁명은 오지 않았습니다. 2016~2017년 ICO광풍을 보셨던 분들은 이러한 탈중앙화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나온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중에 제대로 돌아가는 서비스가 있을까요? 기다리면 나올까요? 저는 부정적입니다.

그 이유는 애초에 이러한 가정이 앞서 '인간의 본성'과 '기본적인 경제적 유인'을 상실한 체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선한의지만으로 사업을 일궈 나가지 않습니다. 향후 발생할 큰 경제적인 유인과 비전을 바라고 끊임없이 투자 받고 개발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기술혁신과 시장을 개척해 나갑니다.

그런데 대다수 코인은 이것과 반대로 작동됩니다. 먼저 ICO를 진행하고 코인을 팔아서 돈을 ‘먼저’ 취득합니다. 여기서 이 돈을 모은 주체는 파운데이션이라는 모호한 형태입니다. 코인을 산 사람들은 애초에 회사의 지분을 산 것도 아니고 프로젝트에 대한 권리를 산 것도 아닙니다. 미래의 언젠가 작동하길 희망하는 프로젝트에 이용될 디지털코드를 산 것입니다.

이때부터 코인회사는 오히려 서비스를 개발하고 여기에 투자를 할수록 자신들이 취득한 돈을 써야 되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또한 프로젝트들의 백서를 보면 탈중앙화의 가치에 기반하여 극도로 낮은 수수료 기반의 서비스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꿔 말하면 서비스를 통해 그것을 만든 회사는 서비스를 통해 큰 수익을 창출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결국 치열하게 서비스를 만들 동기는 구조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입니다. 만약 서비스가 나왔는데 반응이 별로면 코인은 폭락하게 됩니다. 그래서 계속 ‘베타’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하거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MOU나 마켓 메이킹(시세조종)에 몰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저는 코인을 통해 만들어진 수 많은 프로젝트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즉 '1) 특별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수 천개의 코인들만 작동]

한가지 예외가 있다면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던 ‘코인’입니다. 다시 말해서 코인 그 자체는 블록체인 위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동합니다. 문제는 코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코인 프로젝트들이 수 천개가 넘어가는데 제대로 된 서비스가 없기에 사람들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다양한 신용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스마트컨트랙트, De-fi, NFT' 등등 끊임없이 이 시장에서는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코인들이 나타납니다. De-fi도 결국 파생상품을 코인으로 만든 것이고 NFT도 하나의 코인일 뿐입니다. 785억 NFT 판매로 이슈가 된 비플의 작품도 그것을 산 주체는 NFT펀드를 운용하는 사람(https://han.gl/wUrDa)입니다. 물론 그 분이 진심으로 그 가치를 믿는지 알 수는 없지만 NFT의 흥행과 자신의 수익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개인들이 뉴스에서 떠드는 이야기가 아닌 스스로가 그러한 수 많은 용어들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고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질문하고 답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격하지만 데이비드 호크니처럼 말입니다. (https://han.gl/BsolP)

메타버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블록체인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디지털에서 발생한 것이 디지털에서만 돌아가는 것(앞선 글 6번 참조)에 이 시장은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쪽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코인의 가치와 연동해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메타버스의 정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로블록스-마인크레프트-리니지와 같은 플랫폼이 블록체인으로 돌아가는게 아닌데 정말 블록체인이 메타버스에서 효율적인지, 현재의 기술수준이 현실의 삶을 가상으로 스위칭 할 정도로 고도화 되었는지, 혹시 이 용어가 핫해짐에 따라 어떠한 주체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2) ‘다수의 부(富)가 소수의 사람들로 이전되는 행위’

사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간략하게 누군가는 여러분이 비싼 돈을 내고 구매하는 코인이 무료로 혹은 아주 저렴하게 엄청나게 많은 수량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철저하게 불투명한 구조에서 거래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 드렸습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누군가가 블록체인을 통해서 큰 부를 얻었다면 질문해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 냈는지”. 그냥 싸게 사서 비싸게 판거 말곤 어떤 것이 있는지 말입니다. 그것에 대해 대답 할 수 있는 분이라면 신뢰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여러 번 이야기 드렸지만 저는 미래를 예측할 정도로 똑똑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구조에 대해서 의심하고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전에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에도 많은 비판할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비판하시면서 스스로의 논리를 통하여 더 날카롭게 주체적인 의사결정으로 코인을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절대 생각을 아웃소싱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두 번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많은 분들이 페이스북 메신저로 여쭤봐 주셨는데 대답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족하지만 이 글로 대신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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