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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해안도로

by dig it 2022. 6. 9.




제주도의 바다는 본토와 완연히 다르다. 백사장은 순백색이고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물들어 영화나 그림엽서 속에 등장하는 남태평양의 예쁜 섬 같다. 그래서 제주도의 바다는 아무리 가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넘친다. 국내에는 더 이상 볼거리가 없다고 해외로 떠돌다가 다시 와 보면 오히려 외국의 그 어떤 명소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제주도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용암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때로는 아늑하게, 때로는 거칠게 만나는 해안도로 240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에도 다시 오고픈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빛깔이 고운 바다

최고의 바다는 색깔로 결정된다. 사람에게 가장 매혹적인 바다 색깔은 단연 에메랄드빛(비취빛)이다. 남태평양의 그 에메랄드빛 산호초 바다가 세계 최고의 휴양지로 사랑받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에메랄드 역시 가장 값진 보석 중의 하나 아닌가. 눈이 시리도록 맑고 매혹적인 그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낙원의 정경이 그대로 그려진다. 아마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파라다이스의 이미지는 이 에메랄드빛 바닷가가 가장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풍경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취빛 바다가 가장 많은 곳은 단연 제주도다. 그런 낙원 같은 바닷가를 달릴 수 있는 것이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코스인데, 이 길을 달려보지 않고 외국의 해안경치를 선망하는 것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진리를 간과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제주도를 많이 다녀온 사람도 자전거로 달려보지 않으면 이 길의 진수를 보았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

 

제주의 해안도로는 용암이 바다와 끈적하게 만나다 식어서 굳어버린, 돌과 물의 특별한 접점이다. 구멍 숭숭한 화산암이 잘게 쪼개지고 해안선이 완만한 것은 울릉도의 그 거친 해변에 비해 그나마 온화해 보인다.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바닷가. 한없이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풍경의 블랙홀이랄까.

 


최소 2박3일은 잡아야

제주의 해안도로 일주는 보통 제주시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게 된다. 그렇게 해야 오른쪽으로 바다를 보면서 달릴 수 있어 경치를 보거나 쉬어가기 편하다. 

 

해안도로라고는 해도 모든 제주 해안에 해안도로가 있는 것은 아니라 제주 일주도로인 1132번 지방도를 오가면서 해안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하게 된다. 대부분 왕복 4차로인 1132번 도로(예전의 12번 국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국도는 모두 지방도로 바뀌었다)는 대체로 해안에서 약간 들어가 있어 바다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이 중간 중간에서 바다와 바짝 붙어 달리는 별도의 해안도로와 연결되는데, 바로 이 지점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대개는 해안도로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으며, 해안도로 옆에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는 곳도 많다. 이렇게 해안도로를 꼬박 일주하면 240킬로미터 정도 된다. 이 길을 무리해서 하루에 달려 버린다면 제주도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2박3일은 잡고, 조금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하며 달려보자. 제주시에서 출발해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2박3일 일정인 경우, 첫날은 산방산 근처나 서귀포 중문에서 묵고, 둘째 날은 성산 일출봉 부근에서 잔다. 이렇게 돌면 하루 80킬로미터 정도씩 이동하게 되어 시간적으로도 여유롭다.


11군데 해안도로

제주시를 기점으로 보아 크게 11군데의 해안도로 코스가 있다. 각 코스마다 특색이 있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비경이 펼쳐진다. 그 중 하귀리~애월리 구간은 작은 언덕을 굽이치는 길이 매우 아름답고, 귀덕리~월령삼거리 구간에서는 제주에서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만나게 된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협재 해수욕장과 금릉해수욕장의 물빛은 한 번 보는 순간 무조건 뛰어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바다 저편에 홀로 떨어진 비양도 역시 멋진 그림을 그려 준다. 고산리~일과리 구간을 지날 때는 여유가 된다면 수월봉 전망대에 올라 보자. 한경면의 드넓은 들판은 육지의 어느 평야 같고, 수월봉 근처의 완경사 들판은 유채화 속 풍경 같다. 모슬포~산방산 구간에서는 묘하게 굴곡진 송악산 일대 초원 언덕이 한없이 매혹적이다. 특히 송악산에서 북향하면서 바라보는 산방산과 한라산 모습은 제주도 최고의 풍경 중 하나다. 이국적이면서도 토속적이고 웅장하면서도 소박하며, 작은 구릉지대가 울렁이는 듯한 이 해안길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다. 작은 포구들과 파도가 밀려드는 도로변의 바다, 옥빛 신양해수욕장, 구릉지대 초원이 이국적인 섭지코지, 성산일출봉의 기경, 우도가 보이는 한적한 바닷길 등 실로 비경과 절경이 이어지는 신산리~세화해수욕장 구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멋진 길이다.


코스안내
해안도로를 일주하려면 최소한 2박3일은 잡아야 한다. 계획을 잘 세워 일주에 도전해 보자. (제주시 기점 반시계 방향)

1. 제주시 용두암~이호해수욕장 - 용두암에서 출발해 바닷가를 끼고 8km가량 이어진다. 낭만적인 분위기의 카페와 벤치, 식당들이 즐비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다.

2. 애월읍 하귀리~애월입구 - 작은 포구와 아름다운 펜션, 리조트들이 이국적이다. 갓길에 자전도로가 나 있다. 11km.

3. 애월읍 귀덕1리~협재해수욕장~월령삼거리 - 바다 빛이 가장 아름다운 곳. 거리 13.5km.

4. 한경면 신창리~용수리 - 6km로 길이는 짧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바다와 매우 가까이 다가선다. 기괴하게 생긴 차귀도가 보이는 용수리 포구 근처의 길목이 압권.

5. 한경면 고산리~대정읍 일과리 - 거대한 해안절벽을 이룬 차귀도 바로 옆을 지나 바닷가 오름인 수월봉(44m)을 거쳐 제주의 시골 마을들을 조용히 스쳐 간다. 거리 13km.

6. 대정읍 모슬포항~송악산~안덕면 화순리 - 모슬포에서 송악산 가는 들판길은 너무나 독특해서 소설 [폭풍의 언덕] 배경처럼 드라마틱한 풍경을 보여주고, 알뜨르비행장 격납고는 제주의 간단치 않은 역사를 말해준다. 거리 14km.

7. 중문관광단지~서귀포 법환동 - 비경의 중문해수욕장과 신비로운 주상절리대를 품고 있다. 국제컨벤션센터를 지나 거대한 전각의 약천사를 거쳐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근처까지 이어진다. 거리 13km.

8. 표선면 세화리~민속촌박물관 - 거리는 얼마 되지 않으나 소박한 해안마을과 탁 트인 바다가 내내 길가로 함께한다. 드넓은 백사장의 표선해수욕장과 다채로운 볼거리를 갖춘 민속촌박물관도 놓치지 말자. 거리 6.5km.

9. 성산읍 신산리~신양리~성산리~세화리 - 길이가 29km에 이르고 볼거리도 가장 다양하며 극적인 곳이다. 일출봉 아래 성산리에서 하루 묵으며 우도나 일출봉을 찾아보기 좋다.


10. 구좌읍 한동리~김녕리 - 이 구간에는 제주의 바람을 이용하기 위한 행원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 있으며, 김녕해수욕장을 제외하고 해변에는 용암이 바다에 흘러들어 급격하게 식어간 흔적들이 온통 뒹군다. 거리 10.5km.


11. 조천읍 함덕리~조천리 - 제주 시내를 지척에 두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해안도로다. 함덕해수욕장을 지나면 해변 곳곳에 자리한 리조트와 펜션들이 우아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길이 8km.



해안도로 곳곳에는 자전거도로가 나 있어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경치를 감상하며 달릴 수 있다.

비취빛 바다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금릉해수욕장. 협재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으며 뒤쪽으로 비양도가 가깝다.


가는길
제주 시내의 명소인 용두암을 기점으로 잡으면 편하다. 제주국제공항에서 2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일주할 경우 첫 번째 해안도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호해수욕장을 지나면 길은 제주도 일주도로인 1132번 도로와 만나는데, 1132번 도로에는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도로가 나 있어 안전하게 다음 해안도로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이렇게 1132번 도로를 기준으로 차례로 해안도로를 찾아 들어가면 된다.


주변관광지
금릉해수욕장의 바다 빛깔 - 남태평양의 화산섬에서도 이렇게 고운 빛깔의 바다를 보지 못했다.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물결.


차귀도의 기경
한경면 고산리에서 수월봉을 돌아가는 길목에 괴기스런 형태의 무인도인 차귀도가 가까이 보인다. SF영화의 무대마냥 지구의 풍경 같지 않다.

알뜨르비행장
일제 때 만든 군용비행장. 격납고와 활주로 흔적이 남아 있다. 모슬포에서 송악산 가는 길에 있다.

약천사
중문단지에서 서귀포 가는 도중에 있으며, 단일 건물로는 국내최대의 절집이 볼거리다.

숙식
2박3일 일정을 잡을 경우 첫째 날은 산방산(제주시에서 75km) 근처나 중문관광단지(88km)에서 묵는 것이 좋다. 주변에 숙소와 식당이 많이 있다. 둘째 날은 성산일출봉 근처가 거리와 편의시설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적당하다(중문관광단지에서 84km).

휴식
해안도로 곳곳에 쉼터와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고, 큰 마을에는 가게와 식당도 충분히 있다.

주의
1132번 일주도로에는 대부분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도로가 나 있지만 해안도로에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없는 곳이 많으므로 차량 통행에 주의한다. 특히 중문관광단지~서귀포 구간은 길이 좁고 복잡해서 길 찾기에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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