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혼자 웃는 이유 獨笑

혼자 웃는 이유[독소獨笑]
정약용 丁若鏞 (1762-1836)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곡식 넉넉한 집엔 먹을 사람 없는데
유속무인식有粟無人食
자식 많은 집에서는 굶주림을 걱정하네
다남필환기多男必患飢

영달한 사람은 어리석기만 한데
달관필창우達官必憃愚
재주 있는 사람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네
재자무소시才者無所施

복을 다 갖춘 집 드물고
가실소완복家室少完福
지극한 도는 늘 펴지지 못하네
지도상릉지至道常陵遲

아비가 아낀다 해도 자식이 늘 탕진하고
옹색자매탕翁嗇子每蕩
처가 지혜로운가 싶으면 신랑이 꼭 어리석네
부혜랑필치婦慧郞必癡

달이 차도 구름이 가리기 일쑤고
월만빈치운月滿頻値雲
꽃이 피어도 바람이 떨구네
화개풍오지花開風誤之

세상만사 이렇지 않은 게 없어
물물진여차物物盡如此
혼자 웃는 그 뜻을 아는 이 없네.
독소무인지獨笑無人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