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고운동물병원 반려동물 건강칼럼] 웰다잉 준비하기
2017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600만에 달한다.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의 건강에도 관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본보는 반려동물 건강칼럼을 연재한다. 필자 장주원 고운동물병원장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대치동 펫프렌즈 동물의료센터 진료수의사, 대치동 래이 동물의료센터 진료팀장, 송파 두리 동물병원 진료 수의사, 24시 대전 동물의료센터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편집자 주>
세종시 고운동물병원 장주원 원장
반려동물의 수명이 연장되고 가족 구성원의 일부로 간주 되면서 반려동물의 웰다잉(well-dying)이 사람의 경우만큼 깊게 고려되는 시대다. 말 그대로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반려동물에게도 배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마지막 순간을 잘 준비하는 것은 펫로스(pet-loss)로 고통받을 수 있는 주인의 후유증도 줄이는 일이다.
수의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 중의 하나가 오래 함께 봐오던 반려동물의 죽음이다. 직업상 선택적 판단하에 또는 요청에 의한 안락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순간에는 감정을 배제하기 쉽지 않다. 한 생명의 마지막을 본다는 것은 항상 고통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아이가 고통스럽지 않게 견생을 보내기를 바라며 건강관리에 힘을 쏟는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반려견은 건강을 잃어간다. 최악의 경우 숨을 쉬고 있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안고 살 수도 있다.
반려인은 반려견의 마지막 순간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며 그 징후를 조기에 알아차려 최대한 편안하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세상을 떠나기 전 반려견은 여러 가지 징후를 보인다. 일단 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자리 잡은 곳에서 잘 나오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식욕이 떨어지고 식사하기 힘들고 물조차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굳이 음식이나 물을 강제로 급여하기보다는 수의사와 상담한 뒤 피하 수액을 투여하거나 피딩튜브(feeding tube)를 장착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임종을 앞둔 반려견은 기본적인 생명 유지를 위한 움직임도 어려워한다. 그래서 주인은 반려견의 호흡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을 잘 봐야 한다.
반려동물이 호흡을 옅고 빠르게 쉬고 있거나 호흡 리듬이 느리며 힘들게 내쉰다면 호흡을 어려워한다는 의미이다. 이때는 호흡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기 위해 산소방을 준비하거나 병원 처치가 필요하다.
호흡이 힘들고 움직임이 힘들다는 것은 신진대사 능력도 떨어졌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동물은 기본 대사를 통해 체온을 유지하는데, 이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체온도 함께 떨어진 것이다. 반려견의 체온이 떨어질 때는 최대한 편한 자세에서 담요 등으로 몸을 덮고 보온팩으로 가온을 해줘야 한다.
또 기력이 떨어진 상태로 대사가 활발하지 않다 보니 대소변을 잘 보지 못하게 된다. 항문 괄약근의 조절도 힘들어 의지에 상관없이 변을 보기도 하고 최후의 순간에는 체내의 모든 것을 다 쏟아내고 떠나게 된다. 특히 죽음을 앞두고 방해받지 않기 위해 어둡고 조용한 공간을 찾을 수 있으니 주변 정리를 잘 해주도록 한다.
만일 임종기 상태가 반려동물에게 많이 고통스러워 보인다면, 수의사와 함께 안락사를 고민할 수 있다. 평소 지병을 앓아왔다거나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상당하다면 필요불가결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안락사의 선택은 매우 힘들지만, 수의사는 환자의 상태와 삶의 질, 주인의 마음을 모두 살펴 신중하지만 빠르게 판단해줄 필요가 있다. 안락사는 심박과 호흡을 정지하는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절대로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돼야 하며, 무분별한 안락사를 막기 위해 수의사만 시행할 수 있다.
최근 국내 한 단체에서 제대로 된 진통단계 없이 심장에 안락사 약물을 직접 주사하고 사체를 폐기했다는 이야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안락사는 반려견의 고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보호자와 수의사의 면밀한 검토 후 이뤄져야 한다.
잔인하고 무분별한 시행의 제어를 위해 미국에서는 반려동물을 보호해온 보호자와 수의사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고 한다.
동물 종양학자 앨리스 빌라로보스가 제시한 ‘삶의 질 기준표’인데, 총 7개 항목이다. 상처(Hurt), 식욕(Hunger), 수분(Hydration), 위생상태(Hygiene), 행복(Happiness), 이동능력(Mobility), 컨디션이 좋은 날은 얼마나 되는가(More good days than bad) 등의 앞글자들을 따서 ‘HHHHHMM기준표’ 라고도 부른다.
보호자와 수의사는 이 표에 맞춰 기준별로 10점 만점으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돌아보고, 그 결과 총 70점 만점에 35점 미만이라면 삶의 질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여긴다.
물론 보호자는 반려동물을 어느 시점에 놓아줘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힘들 것이다. 반려동물은 생사를 스스로 결정할 의사 표현을 할 수는 없지만, 교감을 할 수 있는 생명체이다. 하나의 생명체로서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있다면 이 또한 잘 파악해주고 마지막을 결정해 주는 것 또한 반려동물의 평생을 함께한 보호자의 중요한 숙제이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잘 보내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장 힘들고 슬픈 시간일 것이다. 슬픔을 주체하기도 힘든데 반려동물을 어떻게 잘 보내줘야 하는지 막막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미리 고민해 둘 필요가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 22조 3항에 따르면 죽음을 맞이한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거나 동물보호법 33조에 따라 동물 장묘업으로 정식 등록된 시설에서 장례를 치러야 한다.
대부분은 가족 구성원을 떠나보낸다는 애틋함에 동물장묘업체에서 장례를 치르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 반려인들을 위해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해서 동물장묘업으로 등록된 업체들을 찾아볼 수 있는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다. 미리 접근성이 좋은 장묘업체를 알아봐 두는 것도 좋겠다.
만일 동물병원이 아닌 집에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면 그 수습이 어려울 수 있다. 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반려동물이 노폐물과 분비물로 지저분해져 있을 수 있고 보기 안타까운 상태의 사후 강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사체를 깨끗하게 정리해 준 다음 목을 잘 받치고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줘야 한다. 이후 장례식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반려견의 몸이 부패하지 않도록 아이스팩을 준비한다. 혹시 장례업체를 이용할 여건이 안되는 반려인은 가까운 동물병원에 문의하여 공동화장을 선택할 수도 있다.
세월의 흔적이 몸의 여기저기에 묻어나며 눈빛이 희미한 노령견들을 보면 생기발랄한 어린 강아지들과 비교해 그 에너지는 비록 떨어지더라도 주인을 향한 애정과 사랑만큼은 더 깊고 밝음을 느낀다. 만성질환으로 지치고 힘든 환자를 케어할 때는 더 간절한 마음으로 치료하게 된다. 이때 수의사로서는 환자 삶의 질을 위한 치료를 이어가면서 다양한 측면으로 의료지식을 동원하고 고민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순간이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병원에 내원하면 행복한 눈빛으로 입에 고무 장난감을 물고 소리를 내면서 보호자와의 외출을 즐기며 진료를 기다려 주었던 환자가 생각난다.
임종기에 가까워 호흡이 힘든 순간에도 코끝에 그 장난감을 놓지 않으려 했던 귀여움이 끝까지 보호자와 의료진을 웃음 짓게 했다. 보호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료진과의 소통은 환자를 끝까지 치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귀여운 친구는 보호자의 준비를 통해 집에서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하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반려동물을 위한 고민과 선택을 하고 그 순간을 함께 해주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반려동물에게 행복함과 따뜻한 기억을 준 것이리라. 가끔 대기실에서 그 삑삑거리던 장난감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내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함께 있어 주세요. 그냥 ‘보고 있는 것이 괴로워서’ 또는 ‘내가 안 볼 때 떠나’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주인님이 함께 있을 때 떠나는 것이 더 행복해요.”
출처 : 세종포스트(http://www.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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