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와 일하는 법--
대기업에 있다가 오너의 스카웃으로, 뜨는 벤처 경영자로 가는 후배가 찾아왔다. 내게 조언을 구하기에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도 공동 창업자로 사업을 했지만, 역으로 성공한 창업자 하에 전문 경영자로 직접 일해본 상황도 있다. 이에 양쪽 모두 이해가 된다. 그때 경험을 회고한 레슨이다. 나는 이후 훌륭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많이 만났기에 이 경험은 일반화 될수 없다. 단지, 예방주사라 생각하라. 내 레슨이 틀린다면 당신은 다행이라 여기면 되고, 맞는다면 내 어드바이스는 당신을 구제해줄것이다"
1. 왕 처럼 행동할수 있다. 자기 맘대로 이랬다 저랬다 할수 있다. 말을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수도 있다.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경영방식을 툭하면 바꿀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을 스티브잡스나 엘론머스크 같다고 합리화 할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마라. 위임 받았다고 맘대로 하지말고 열심히 세세하게 보고하라. 구두의 보상 약속에 흥분하지 말라. 나도 구두로 들었던 스탁옵션만 몇십억이었다. 문서화 전까지는 그저 덕담일 뿐이다.
2. 대개 오너는 구두쇠이고 계산이 빠르다. 자신의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면 큰 돈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투입된 돈 대비 결과 계산에 매우 예민하다. 회사 돈이 자신의 돈이라 생각하기에 작은 비용에도 예민하다. 대기업에서는 전결로 쓸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이름있는 벤처 오너 하에 있었던 CEO를 만난적이 있다. 그는 비용 하나하나를 수천억 자산가인 그 오너가 다 체크하고 의심해서 너무 힘들다고 내게 말한적이 있다. 회사돈을 아껴쓰는 모습을 보이고 공사를 구분하라.
3. 당신을 어떤 멋진 말로 스카웃 했건 당신을 신뢰하지 않을수 있다. 대개 창업자들은 몇 차례 배신을 당한 경험이 있다. 당신 이전에 외부에서 경영자를 뽑았는데 사기꾼이거나 조직에 해가 되는 경험을 한적도 있을수 있다. 사기꾼, 횡령 임원, 돈 빼돌리는 임원, 직원들 몰고 딴 살림 차리는 임원, 스펙만 화려하고 입만 살고 실력없는 임원들 때문에 돈만 날리고 뒷통수 맞아보지 않은 창업가들은 거의 없다. 이 세계엔 귀얇은 창업자 이용해 스탁행사하거나 투자받아 먹튀하는 사람, ipo나 exit 기회만 찾아다니는 화려한 학력/경력의 체리피커들이 있다. 이에 처음에는 안 그랬을지 모르지만 이런 한두 인간에게 당하면 "성악설"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좋은 말을 한다고 총애를 얻은것 처럼 생각하지 마라. 신뢰를 쌓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법적/윤리적으로 깔끔하라.
4. 주위에 동고동락했던 가신들이 있을것이다. 그들이 수시로 당신을 평가하고 오너에게 그 내용을 전달할것이다. 이들에게 미움을 사거나 나쁜 평판을 얻으면 어려워진다. 그들이 당신보다 직위가 낮을지라도 겸손하되 너무 멀리도 너무 가까이도 하지말라. 그들을 적극적으로 돕되 입을 절대 풀어놓지 마라. 본의 아니게 해석되고 전달되면 의심이 생기게 된다.
5. 자기가 성공해온 그 방정식을 진리로 여기고 고수한다. 잘 듣지 않는다. 극도의 마이크로 매니저이다. 특히 똑똑하고 크게 성공한 사람일수록 이것이 강하다. 문제는 그 잣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자기 방식대로 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은 유능하게 여기지 않는다. 당신 또한 대기업에서 경험한 승진방정식이나 일 잘한다고 방식이 있을텐데 그것이 창업자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게임장에 갔다면 그곳의 게임의 룰을 빠르게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라.
6. 시스템이라는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몸이 갑자기 커졌는데 옷은 초등학교때 옷을 입고있는것과 같다. 규모를 뒷받침하는 체계나 규정, 프로세스가 제대로 안되있을거다. 대기업과 비교하여 불평하지 말라. 그걸 잘 모르기에 그런 시스템을 세팅해나가라고 당신을 뽑은 것이라 생각하기에 비교하고 불평하면 당신만 바보가 될 뿐이다.
7. 그러나 성공한 창업자들은 대개 학습능력이 뛰어나서 배우며 스스로를 진화시킨다. 매우 속도가 빠르고 감이 예민하다. 대개 미래에 과도하게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머니게임에 능하고 이득 계산에 뛰어나다. 그러므로 당신은 열심에 더해 스피디해야 하고 이득이 됨을 꾸준히 보여야 한다. 조직을 장악하고 체계를 하나씩 만들어가라. 열심히 보고하라. 여기에 신뢰까지 더한다면 최상이다.
8. 아. 그리고 외부 활동이나 개인 브랜딩을 주의하라. 물밑에서 하라. 괜찮다고 해도 믿지마라. 절대 창업자보다 유명해지면 안된다. 그러면 매우 미움을 사게 된다.
어쩌면 네가 비판해왔던 대기업의 관료주의, 많은 스탭, 보고 체계, 과도한 규정과 프로세스, 법, 재무, 평판,인사 리스크 고려 등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고마웠는지 깨달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대기업과 다른 매력이 있으니 도전해봐라. 네가 그러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인정받는다면 그것 또한 너의 강력한 무기요 경쟁력이 될수 있다. 국내에 그런 인력들이 드물기에 대기업, 벤처 양쪽에서 모두 환영받을것이다. 아. 사모펀드도 좋아할수 있겠다.
대기업에서는 잘 나가도 연봉 몇 억짜리 월급장이지만 창업자와 궁합이 잘맞고 타이밍도 맞으면 몇십억, 몇백억의 부도 짧은 시간에 획득할수 있으니 적응 잘해서 성공하기 바란다.
P.s. 페친들 중 창업자들이 많은데 혹 오해마시길~~
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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