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의 기술
정신과 의원을 처음 개원할 때만 해도 홧병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흔히 시부모나 직장 상사 때문에 힘든데도 이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참다가 생겨나는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역으로 홧병이 나타나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그리고 직장상사가 직원에게 할 말을 못하고 참다가 홧병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특히, 어떤 직장상사들은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 할 말이 있어도 참고 넘어가거나 자신이 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충고를 하지 말아야 할까요? '충고忠告'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결함을 진심으로 타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충忠'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은 '정성精誠'을 의미합니다. 즉, 충고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전제되어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그에 비해 '지적指摘'은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없이 상대의 잘못과 결함을 드러내는 것을 말합니다. 더 나아가 '비난非難'은 상대의 잘못이나 결함을 나쁘게 말하는 것입니다. 좋은 충고는 나를 도와주는 말 즉, '조언助言'과 같습니다. 상대가 나를 진심으로 위해서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우리는 잠시 불편할 수는 있지만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자신은 상대를 위해서 충고를 할 뿐이지 상대방에게 지적이나 비난을 하지 않았다고 여깁니다. 자신의 '의도'를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의도와 표현을 일치시켜 표현하도록 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의도와 표현이 엇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내가 아무리 상대를 위해서 해주는 이야기라도 상대가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나의 이야기는 상대에게 충고가 아니라 지적이나 비난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충고를 한다고 해서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충고의 태도와 내용입니다. 흔히 꼰대라는 느낌을 주는 태도는 상대의 문제를 나쁨이나 틀림으로 보는 도덕적 판단,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는 독단적 태도, 계속해서 자기 이야기만 반복하는 일방적 대화, 팩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화시키는 지적, 감정 섞인 언사 등입니다.
당신의 말이 지적이나 비난이 아닌 충고가 되려면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가까운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충고하면 좋을까요?
문요한 마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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