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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으로 떨어지다

by dig it 2022. 12. 25.

우종학

Falling Upward - Richard Rohr

인생의 후반을 준비해야 한다며 몇년 전에 누가 권해주신 (아마도 선물해 주신... 아 기억이...) 책을 이제야 읽고 있습니다.

칼 융이 그랬답니다. 젊은이에게 정상적이던 목표가 노년에게는 신경거슬린 방해물이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지역과 문화마다 다르지만 인생의 전반과 후반, 혹은 청년 시절과 장년 시절로 대비되는 두개의 삶의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두개의 삶이 그저 연속되는 삶이라기 보다는 매우 달라야 한다는 점을 저자인 리차드 로어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삶이 자신이 누군지 발견하고 자신을 입증하고 경제적 사회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가정을 꾸리고 친구와 지인들의 네크워크와 바운더리를 형성하는 어떤 건축의 과정이라면, 두번째의 삶은 그 창고를 채우는 과정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두번째 삶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자기를 입증하려고 하고 끝없이 경제적 안정성에 집착하는 등 창고를 계속 수리하고 바꾸고 가꾸는 일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성공과 안정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첫번째 삶 너머에, 두번째의 삶이 있다는 걸 인식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젊은 시절부터 해오던 창고짓기에만 매달려 인생을 그대로 보내서는 안된다는 메세지가 이 책의 핵심 같습니다.

읽다보니 맞는 것 같습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죽을때까지 벌기만 하고 쓰지도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학위도 그렇습니다. 죽을때까지 공부만하고 학위만 받으면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테니스든 축구든 연습만 죽을때까지 하면 뭐합니까, 경기에 나가야겠지요. 첫번째 삶도 중요하지만, 두번째 삶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두번째 삶을 잘 살 수 있는 걸까요? 읽다보니 딱 저에게 필요한 내용인 듯 합니다. 오십고개를 넘을 때 받은 이 책을, 이제 한국 나이가 없어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좀 늦게 읽는다 싶습니다.^ㅋ 그래도 이 책이 생일 즈음에 눈에 띈 것이 다행이겠지요. ^^

저자는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 첫번째 삶에서 잘 사용하던 도구는 다 소용이 없다고. 오잉? 이 대목을 읽으니 위기 의식도 살짝 느껴집니다. 첫번째 삶에서 성공을 이루고 안정된 삶을 이룩한 사람들도 두번째 삶에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성공이라봐야, 사회적 경제적 지위라고 해봐야 다들 고만고만하고 오십보백보 차이일텐데 도토리 키재기 하고, 누가 더 나은 자인지 서로 싸워봐야 별 볼일 없습니다. 천국에서는 어린아이가 가장 낫다지 않습니까. 인생의 후반에서도 여전히 도토리 키재기만 하기보다는 두번째 삶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직 첵의 초반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 답은 책의 제목에 있겠다 싶습니다. falling upward... falling은 실패와 좌절, 낮아지기 등의 의미이겠습니다. 그때가 바로 배움의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알이 씨가 땅에 falling 해야 썩어져서 백배의 결실을 맺는 비유가 생각납니다.

2nd half of life 라.... 요즘 제 고민과 비슷한데, 중요한 점은 두번째 삶이 첫번째 삶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깊이 깨닫는 것이겠습니다.

저자가 어디로 책을 끌고 갈지 점점 궁금해집니다.


P.41
인생 전반부의 임무는 자기 인생을 위하여 적절한 ‘컨테이너’를 만드는 것이고 “무엇이 나를 값진 존재로 만드는가?” “어떻게 나 자신을 지원할 것인가?” “누가 나와 함께 갈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인생 후반부의 임무는 간단하다. 그 컨테이너에 담아서 운반하기로 되어 있는 내용물을 찾는 것이다.
-1. 인생의 전반부와 후반부

P.59
그렇다. 우리는 언제고 생의 후반부로 접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기꺼이 들어갈 수 있으려면 첫 번째 임무를,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잘 마쳤어야 한다. 이전 단계를 잘 살고 잘 마쳤을 때 우리는 곧장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기꺼이 나아가게 될 것이다. 때가 되면 우리 모두 은총의 고요한 움직임에 의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면 지난날의 낡은 인생 목록들이 별것 아니었음을 스스로 보여주거나 저절로 떨어져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어진 현재를 사는 것이요, 실은 그게 전부다. 우리는 인생의 강물을 더 빨리 흐르도록 밀거나 당길 수 없다. 오직 삶의 모든 단계들에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갈 따름이다. 그것 말고 다른 무엇을 할 필요가 더 이상 없다!
-2. 영웅의 여정

P.69
우리는 나중에 인생의 내용들을 담기 위하여 튼튼한 컨테이너가 필요하다. 역설적이게도 당신은 당신의 에고를 버리기 위하여 강한 에고를 갖추어야 한다. 규범을 벗어던지기 위하여 엄격한 규범을 지켜야 한다. 당신은 얼마쯤 외부의 가치들에 저항함으로써 비로소 그 가치들을 내면화할 수 있다.
-3. 전반부 인생

P.99
복음은 인생이 비극임을 용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여 우리로 하여금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었고, 이 비극에서조차 성숙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것이 위대한 전환이다! 모든 것이 우리가 과연 내려감(down)을 올라감(up)으로 볼 것인지 또는 칼 융이 말하는 “걸려 넘어진 곳에서 순금을 발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레이디 줄리안은 그것을 더욱 시적인 언어로 이렇게 표현한다. “먼저 추락이 있다. 그 뒤에 추락으로부터의 회복이 있다. 둘 다 하나님의 자비로운 은총이다.”
-4. 삶의 비극성에 대한 감각

P.113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넘어지고 추락해야 한다. 지금 당신이 여기에서 하고 있듯이 추락에 대한 글을 읽는 것 가지고는 안 된다. 얼마동안은 실제로 운전석에서 쫓겨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진짜 안내인’(Real Guide)한테 자기를 내어맡기는 법을 끝내 배우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필수 과정이다.
-5.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기

P.123
우리 모두 더 크고 진짜인 집을 찾기 위하여 집을 떠나야만 한다. “그것 없어도 좋으니 집을 떠나지 말라”(don’t leave home without it)는 우리의 보통 정서 대신, “그것을 찾기 위하여 집을 떠나라”(leave home to find it!)가 영성의 위대한 모토인 것이다. 그리고 물론 여기서 떠나라는 것은 육신의 가족뿐만이 아니다. 집안과 가족들이 제공하는 모든 안전장치, 가치관, 착각, 편견, 왜소함 그리고 상처들 또한 우리가 등지고 떠나야 하는 것들이다.
-6. 필요한 고통

P.139
“인생은 본디 하나인 두 개의 큰 신비 사이에서 잠시 빛나는 멈춤(luminous pause)이다. 만일 우리가 어느 것의 깊이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먼저 본질이고 진실인 무엇을 노크하는 것부터 시작할 일이다. ‘믿음’이라는 출발 장치를 떠나 실질적인 ‘앎’으로 옮겨가야 한다.
-7. 집과 향수병

P.153
인생은 천국을 향해 가는 수련이다. 우리는 일찍이 합일을 선택하였고, 그래서 지금 이 수련의 길을 가고 있다. 여기(here)와 나중(later)이 합일된 상태, 거기가 천국이다. 지금이 이렇듯이, 그때도 이렇다. 누구도 자기가 원치 않으면 천국에 있을 수 없고, 누구나 합일 속에서 살면 곧 천국에 있는 것이다. 이웃과 사귀는 친교의 방이 충분히 넓어서 더 크게 증축할 필요가 없는 사람, 그 사람이 지금 천국에 있는 사람이다. 이웃을 받아들이는 방이 큰 그만큼, 당신의 천국도 클 것이다.
-8. 기억상실증과 큰 그림

P.165
왜 사람들이 전반부 인생을 사는 동안 그와 같은 관제탑 안에 머물러 있는 건지 그 이유를 알겠다. 모든 부분들을 포함하는 전체를 아직 충분히 경험 못했기 때문이다. 전반부 인생의 ‘순진함’에는 더 깊고 검정(檢定)된 행복이 당신 앞에 있음을 알 때까지 놓아버릴 수 없는 행복과 흥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전반부 인생인 당신은 그걸 모른다! 그래서 후 반부 인생이 당신한테 그걸 말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9. 두 번째 단순함

P.179
후반부 인생에게는 우주가 추는 총체적 춤의 한 부분이 되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다. 춤마당에서 누구보다 돋보이거나 더 잘 추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제 그의 인생의 의미는 자기를 돋보이는 데 있지 않고 함께 참여하는 데 있다.
-10. 밝은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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