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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소개하면서 최근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바로 ‘경험’입니다. 시대의 환경이 바뀌고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화되면서 ‘경험’은 소비문화의 전반 여기저기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여러 경로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에게는 여러 선택지가 존재하는 시대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더 이상 단순히 한 가지 목적만을 지닌 공간 운영은 시대에 맞지 않다고 여겨지고 있죠.
소비자들은 새롭고 다양한, 차별화된 경험을 위해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합니다. 건축과 패션, 카페와 서점, 레스토랑과 리테일 샵 등 여러 기능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 뜨는 이유이기도 할 텐데요. 특히 이런 요즘 소비자의 취향을 충족시키고 특별한 경험을 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중심에 ‘문화 · 예술’이 있습니다. 오늘은 공간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체험이 가능한 특별한 장소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사실 요즘 이런 색다른 경험이 가능한 잘 만들어진 공간이 주변에 많은데요. 최근 개인적으로 방문해 본 공간 중 좋았던 곳 위주로 소개해드릴게요.
1. 독특한 건축과 전시 콘텐츠의 만남: 통의동 브릭웰 - 그라운드시소 서촌
동네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대지의 장소성을 살린 특색있는 건축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독특한 건축이 가져다주는 경험으로 SNS상의 뜨는 핫플이 된 통의동 브릭웰인데요. 원래 건축주가 사옥 목적으로 의뢰하여 지어졌지만, 현재는 ‘그라운드시소’라는 이름으로 문화공간을 운영 중인 전시 제작사 미디어앤아트가 임차하여 한시적으로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간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건물의 본래 목적인 사옥으로 활용되기 전, 아름다운 건축과 그 속에서 즐기는 매력적인 콘텐츠 경험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죠. 이 공간의 매력은 원통 형태의 중정을 품고 있는 건축이 주는 경험인데요. 브릭웰은 건물을 관통하는 중정을 만들고 1층을 필로티로 설계하였습니다. 중심에 있는 나무와 아담한 연못으로 이루어진 중정은 누구든 골목을 걷다가 들어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심 속 휴식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내부 설계도 벽을 최대한 줄여서 어느 위치에서도 중정이 보일 수 있도록 의도했다고 합니다.
▲ 벽돌 우물이라는 뜻의 ‘브릭웰(Brickwell)’이라는 건물 명칭에 어울리는 원통 형태의 중정
그라운드시소는 작년 개관과 동시에 성황리에 운영한 첫 번째 전시를 끝내고, 두 번째 전시로 스페인 출신 핫 한 아티스트 요시고(Yo Sigo, 계속 나아가다)의 사진전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시고의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은 브릭웰 공간이 가진 장점과 작가의 독창적 예술 감각으로 재창조한 사진 콘텐츠의 매력이 만나 MZ들의 인증샷 성지가 되고 있는데요. 전시 공간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층별로 섹션을 나누고, 다양한 작품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 전시를 관람하다 마주치게 되는 중정 풍경. 전시장 초입에서 제공되는 프레임 카드를 활용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전시 경험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 평범한 풍경과 장소를 자신만의 감각적인 시각 언어로 담아낸 요시고의 작품을 ‘건축’, ‘다큐멘터리’, ‘풍경’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해 선보입니다. 특히 야외 테라스에는 따뜻한 촉감을 전해주는 해변 사진을 디스플레이하고, <Explore the world〉 프로젝트 섹션에서는 전시장 바닥에 사막을 재현하는 등 세심한 연출로 콘텐츠의 전달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2. 한국 문화를 영감으로 탄생한 브랜디드 콘텐츠: 구찌가옥
최근 가장 힙한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이곳일 것 같습니다. ‘구찌하다=쿨하다’라는 유행어를 만들 만큼 MZ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구찌가 지난달 한남동에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가옥(Gucci Gaok)을 오픈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손길 아래 훌륭한 브랜드 리쥬비네이션(Rejuvenation)을 선보인 구찌답게 이번에도 특색 있는 현지화 전략으로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전통 주택을 상징하는 '가옥(家屋)'을 명칭으로 활용한 이유로 "한국의 집이 풍기는 고유한 환대 문화를 담아 방문객이 편하게 다녀갈 수 있는 공간을 표방했다"고 합니다. 또한 다양한 현대 작가들과의 협업이 돋보이는 곳으로 단순히 쇼핑을 넘어 공간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시하는 공간이자 글로벌 브랜드가 재해석한 한국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플래그십을 만들면서 국내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였는데요. 박승모 작가와 협업한 구찌 가옥의 외부 파사드 건축은 구찌가옥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회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 조각인 이 작품은 상상의 숲에서 영감을 얻은 ‘환(幻·헛보임)’을 주제로, 실재와 허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찰나를 와이어의 중첩을 통한 명암의 대비로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낮과 밤 그리고 빛과 조명으로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어, 문화의 다채로움을 반영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변합니다. 실내로 들어가면 화려한 복고풍의 공간이 펼쳐지는데요. 1~4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각 층마다 의자를 두고 제품과 함께 인터랙티브 아트 등 체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추후 5층에는 구찌 레스토랑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오픈할 예정으로 음식과 문화 경험이 결합된 구찌만의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시즌별로 달라지는 라이팅으로 새로움을 선사할 예정인 구찌 가옥 외부 파사드
▲ 중앙 원형 계단으로 이어진 ‘구찌 가옥’ 실내는 전통 무늬에서 착안한 바닥 패턴과 메탈릭한 타일과 유니크한 조명을 이용해 1970~80년대 펍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행운을 기원하던 ‘고사’ 문화를 브랜드만의 감각으로 풀어내 호응을 얻었던 오픈 전 티징 포스터 (출처_구찌 코리아), 5월 말 오픈 당일에는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 컴퍼니’가 함께한 축하곡 ‘헬로 구찌’ 공연 영상도 온라인으로 공개했습니다.
3. 전시 콘텐츠로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체험과 브랜드 경험, 코오롱스포츠 한남
한남동 꼼데길을 걷다보면 금속과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한 모던한 건물이 나타납니다. 작년에 오픈한 코오롱스포츠의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인데요. 모던하고 젊은 감각으로 거듭나고 있는 브랜드를 상징하듯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공간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곳입니다. 특히 타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와는 다르게 1층을 시기마다 주제를 바꾸는, 모두에게 열린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여 사람들의 방문을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는데요.
코오롱스포츠는 작년 공간 오픈과 함께 피크닉을 운영하는 전시 기획사 글린트와 협업한 전시 콘텐츠를 지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6월에 오픈한 네 번째 전시는 공간 디자인 그룹인 ‘스튜디오 프레그먼트’가 디자인한 설치 작품으로 본격적인 여름 시즌을 맞이하여 캠핑과 휴식을 주제로 한 ‘캠핑 에브리웨어 (Camping Everywhere)’전시인데요. 전시는 텐트, 타프, 해먹 같은 캠핑 용품의 소재를 활용하여 산의 지형을 표현하고, 그 속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유도해 캠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불멍, 물멍 등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감각적인 소리와 영상으로 재현된 공간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사색하고, 자유롭게 쉬어 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답니다. 공간은 물 소리, 바람소리, 모닥불과 빗소리 등 야외 캠핑의 소리를 ASMR처럼 들을 수 있고, 공간을 흐르는 향도 야외 캠핑을 모티브로 하여 오감 체험을 유도해 오픈과 동시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 1층에 위치한 전시 공간은 개방감으로 방문객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캠핑이 가지는 휴식의 의미와 도심 속 힐링 문화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 패브릭을 스크린 삼아 콘스탄츠 호수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물멍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전시의 형태이지만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서 편안한 시간을 즐기며 힐링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작품과 제품의 자연스러운 연결로 코오롱 스포츠의 아웃도어 제품을 자연스럽게 경험합니다.
4. 음식과 예술 경험이 함께, 보메청담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예술은 훌륭한 조합 중의 하나입니다. 인기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한 필 수 조건으로 실내를 장식하는 예술 작품들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보메청담은 높은 층고와 내부 곳곳에 배치된 아트워크들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마치 갤러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기는 기분을 주는 곳입니다. 3m에 달하는 프랑스 설치 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구슬 시리즈가 반기는 입구를 지나면 천정에는 김지민 작가의 해골 설치 조각이 나타납니다. 높은 층고가 돋보이는 벽면에는 양혜규 작가의 ‘이모저모 토템’이 자리하고 있죠. 화장실에는 다니엘 아샵의 ‘브로큰 미러’ 거울 작품이 마치 공간의 일부처럼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곳곳에 있는 작가들의 작품과 디자인 가구 그리고 식기까지,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일상 속 예술 경험을 원한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아도 좋은 곳입니다.
▲ 작품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실내가 돋보이는 보메청담
뜨는 핫플의 조건 ‘전시 경험’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MZ를 우리는 ‘인증’과 ‘기록’의 세대라고 합니다. SNS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인증샷과 경험 기록은 자연스러운 일상인데요. 사전 예약이 필수가 되고 제한된 인원이 정해진 시간에 즐기는 한정 경험이 대세가 되면서, 디지털을 중심으로 변화된 운영 방식은 대로변에 위치한 장소나 큼지막한 간판 등 전통적인 성공 입지의 조건을 바꾸고 있죠. 오히려 숨겨진 장소를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고, 정해진 시간에 소수의 인원만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더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간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해주는 콘텐츠는 예술과 결합된 문화 경험이라 생각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공간들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여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힐링과 치유가 필요한 요즘, 주변의 일상 공간에서 나만의 문화 감성을 찾아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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