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성 강화를 위한 공간 스토리텔링 / 남상광
장소란 의미가 부여된 공간으로서, 인간이 체험을 통해 공간을 이해하고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장소의 생성이 이루어지게 된다.
장소감(sense of place)은 개인이 자신의 체험을 통해 부여하거나 또는 생성(획득)된 장소와 관련된 의미이고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발생하며, 장소정신(spirit of place)이란 장소와 관련된 집단적 행위와 가치 부여를 의미하는데 상대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형성된다. 장소성(placeness)이란 장소감이나 장소정신이 개인이나 집단의 행위적 차원에서 사회적 의식으로 승화되었을 때 생겨나며, 결국 장소성이란 특정 사회의 구성원들이 집단적 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그 생활의 기반이 되는 장소에 대해 가지는 사회적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1)
곧, 장소성이란 장소에 대한 개인적·집단적 체험이 모여 사회적인 의미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장소의 의미란 사회의 문화적 코드에 의해서 주로 생성되기 때문에, 사회적 공간이 사회·문화적 규범이나 상징으로 확대되어 물리적 공간을 규정하게 되면서 장소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장소는 그 시대의 사회 현상이나 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므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역사의 상징으로 고정되어지기도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유행에 휘말려 사라지거나 변화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그러므로 특정한 공간에 장소성을 부여하고 공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벤야민(W. Benjamin)의 도시관’처럼 공간을 사람들의 기억과 과거의 창고이며 문화적 전통과 가치의 저장소로 이해해야 한다. 공간을 기하학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기보다는 공간의 인식 속에 담겨 있는 공간 수용자의 기억에 근거한 새로운 공간 이야기의 창출과 매력 코드 발굴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2)
장소에 있어 스토리텔링의 개념은 관념적이면서도 기능적이다. 공동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장소의 스토리를 일정한 순서에 의해 구성함으로써 관광객들로 하여금 몰입과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게 하는 기능적 요소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장소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 유의하여 스토리텔링 개념을 활용한 장소마케팅의 체계를 개념화하면 스토리 발굴, 스토리 체험, 스토리 공유 등 세 부문의 상호작용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3)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했다고 하면 지역의 장소성이 스토리텔링의 주제로 명확히 드러나면서 장소가 지닌 다양한 자원의 특성도 적절히 드러나야 하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최소한 다른 길과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스토리텔링 기법의 효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4) 지역 내의 이야기나 심지어는 다른 장소의 이야기를 무차별적으로 남용하여 아무런 공간에 대응시키는 단순 나열에 그치거나, 특정 주제만을 개성 없이 강조하며 건축물 등을 필요 없는 곳에 주먹구구식으로 만든다거나 하는 과잉개발이나 대충 보여주기식 개발을 해서는 곤란하다.
장소성 강화를 위한 스토리텔링 작업 중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문제점들은 장소를 조성하는 과정, 장소성에 대한 탐색, 그리고 방문객과의 소통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서 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의 원인은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속성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에도 근본적인 책임이 있지만, 스토리텔링화하는 과정에 참여한 인문학자들이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장소성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고유성을 기반으로 차별화해야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장소 내의 이야기 자원이 부족하거나 테마와 연결성이 혹 떨어지더라도 방문객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확대하거나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활용하여 장소성을 강화하고 다른 장소와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으로 여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 되게 하려면 이런 점을 꼭 확인해야 한다. 첫째, 테마를 먼저 부여한 다음 모든 건축물이나 환경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 건축물을 먼저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테마를 찾아다니거나 그 환경에 대응시키려 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둘째로, 특정 테마에만 매몰되어 특정 장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들을 살리는 데 등한시해서도 안 된다. 셋째, 방문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중심이 되는 지점을 정해서 명확히 설정해 놓은 다음 그 주변 사항의 여러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추가로, 스토리텔링이 관광 및 공간 연구 영역에 관여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알아보면, 황성윤 외(2002)는 관광지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공간 스토리텔링을 제안했으며, 최인호 외(2008)는 스토리텔링 활용 장소 마케팅 4단계 연구를 선보였다. 또한 전명숙(2007)은 스토리텔링이 관광자원을 설명할 수 있는 해설자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으며, 최혜실(2004)의 경우는 문학작품의 공간화와 테마파크화를 연구하였다. 나아가 노재현(2009)은 공간 스토리텔링의 개념을 물리적 경관에서 의식 프레임 수준으로 심화시켰다. 또한 강상대(2007)는 도시 정체성 구현을 위한 문화자원의 스토리텔링화를 주장했고, 김영순 외(2008)는 인천 검단 지역의 공간 연구에 스토리텔링 개념을 접목하여 지역문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연관성에 주목하였다.5)
1) 이석환·황기원, 1997: 최병두, 2002: Relph, 2005. 최인호·임은미,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장소마케팅에 관한 탐색적 연구」, 『관광학연구』 제32권 제4호(통권 68), 한국관광학회, 2008, 413쪽에서 재인용.
2) 김영순·박여성·오장근·임지혜, 『문화기호학과 공간 스토리텔링』, 북코리아, 2015, 75쪽.
3) 최인호·임은미,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장소마케팅에 관한 탐색적 연구」, 『관광학연구』 제32권 제4호(통권 68), 한국관광학회, 2008, 420쪽.
4) 김광욱, 「장소성 강화를 위한 공간 스토리텔링 방안- 무등산 의병길을 중심으로」, 『스토리앤이미지텔링』 (6), 건국대학교 스토리앤이미지텔링연구소, 2014, 49쪽.
5) 김영순·박여성·오장근·임지혜, 『문화기호학과 공간 스토리텔링』, 북코리아, 2015,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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