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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 사랑은 우정을 닮아간다

by dig it 2024. 5. 6.

 

인간은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자유로워지고 싶은 이중적인 존재이다.
그렇기에 인간관계에서 우리의 감정은 늘 양가적이다.
멀어지면 가까워지고 싶고,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싶어진다.
이 이중적 욕구 때문에 우리의 관계는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이를 서로 인정할 수 있다면 적절한 거리를 찾아가게 된다.
어느 정도를 함께 공유하고 어느 정도의 개별성을 유지하는게 적절한지 그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다.
그러나 애착손상을 입은 이들은 이러한 거리조절과 균형을 맞춰가는 게 쉽지 않다.
이들의 욕구는 극과 극이다. 이들은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기를 원하거나 반대로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지면 밀쳐내기 급급하다. 그리고 이 양극을 오가는 이들이 있다. 완전한 하나가 되기를 원하다가 작은 실망도 참아내지 못하고 완전한 남이 되어버리는 이들이다.
간단히 말해 불안형은 관계에서 융합fusion을 원하고 회피형은 분리separation를 원한다. 혼합형은 이를 오간다.
물론 사랑의 초기는 융합으로 시작한다.
잃어버린 반쪽을 만난 것 같은 열정으로 완전한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열정은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그토록 원했던 하나됨은 답답함을 넘어 질식감으로 변해간다.
그렇다면 왜 어떤 이들의 사랑은 오래가거나 깊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우정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고슴도치 딜레마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사랑이 아니라 우정이다.
우정은 '융합'도 아니고 '분리'도 아니다.
'연결'이다. 즉, '서로의 개별성을 존중하면서 상호성을 유지하고 확장시켜가는 것'이다.
사랑과 우정은 다르다. 사랑은 상대의 전부를 요구하지만 우정은 상대의 일부를 원할 뿐이다.
일방적인 사랑은 있지만 일방적인 우정은 없다.
우정의 본질은 상호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래가는 사랑은 우정을 닮아간다.
연인이자 친구가 되는 것이다.

 

문요한

Van Gogh의 1888년도 작품 <Two Lover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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