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우리의 삶 속으로
뉴욕의 타임스퀘어는 지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장소다. 타임스퀘어가 이토록 유명해진 데는 거리를 수놓은 반짝이는 전광판이 한몫한다. 거대한 옥외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는 미디어아트는 오늘날 서울을 비롯해 국내의 주요 번화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광판에 실리는 광고는 기업에 금전적인 이익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이미지 향상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요즘의 미디어아트는 단지 광고성 효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예술의 한 매개체로도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아트를 묻다
미디어아트는 대중매체를 미술에 도입한 것을 뜻한다. 특히 미술 중에서도 스크린을 통한 작품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미디어아트다. 김형규 미디어 아티스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아트는 전통적인 매체를 벗어나 영상 또는 소리를 통해 예술을 표현하는 모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가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매체로서 미디어를 이용한 작품을 미디어아트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즉 미디어아트의 범주는 넓고 구체화되지 않아 작가 혹은 관람자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무한히 달라진다.
미디어아트, 예술과 과학의 융합
「예술과 과학기술이 융합된 뉴미디어아트의 특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미디어아트는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정보, 오락 서비스 전파형태의 예술을 제공한다. 해당 논문은 미디어아트의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적 특징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개성화 특징이다. 개성화된 디자인 방식은 시각적으로 강한 충격을 주고 체험감을 전달한다. 이에 따라 대중들은 시각, 후각 등 여러 방면의 자극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종합적 특징이다. 미디어아트는 여러 가지 문화나 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창작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관람객들이 종합적인 표현 방식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세 번째는 동적 특징이다. 이는 미디어 아트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여러 정보를 종합해 유동적인 시간과 공간의 상태를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설계할 때 전통적인 기술에 얽매이지 않고 소리나 그래픽 같은 여러 요소를 아우르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은 상호적 특징이다. 미디어아트는 오감을 자극하는 등 작품과 관람객이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광선이나 이미지가 따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이런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사진 출처·디스트릭트 공식 홈페이지
삼성동 코엑스
코엑스 광장에 상영된 ‘웨이브(WAVE)’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3D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화면 속 파도와 고래가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연출이 특징이다. 또한 파도가 투명한 유리 벽 안에서 출렁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아나몰픽 일루전(anamorphic illusion)’ 기술을 적용했고 총 4개월의 제작 시간이 소요됐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초대형 LED 스크린을 이용해 유동 인구가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미디어아트는 제한적인 공간에서도 스크린을 통해 작품이 담고자 하는 의미를 고스란히 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웨이브(WAVE)’는 미디어아트가 담아내는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만족시켰다.
광화문 광장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의 재개장을 맞이해 해치마당에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당 작품을 통해 600년 전의 육조거리부터 광화문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다. 또한 서울의 사람, 자연 등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송출된다. 해치마당의 미디어월에서 선보인 첫 번째 작품은 ‘광화화첩’으로 ‘천지인(天·地·人)’을 주제로 한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아트가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진정한 휴식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모두의 이야기가 서울의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와 미디어를 톺아보다
각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며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 미디어아트는 어떻게 제작될까?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미디어아트 개발 환경은 어떨까? 이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영남대학교 트랜스아트과 유원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미디어아트가 만들어질 때 필요한 기술과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미디어아트 특성상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합니다. JAVA와 Processing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죠. 미디어아트를 만들 때는 4가지 기술을 주로 사용해요. ▲이미지-영상 기술 ▲상호작용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센싱 ▲피지컬 컴퓨팅 ▲프로그래밍 기술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미디어아트의 종류와 형태는 너무나도 다양해서 제작 시간을 특정하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많은 사람의 노력과 고뇌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디어아트가 발전하고 구체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마주하는 환경 자체가 미디어로 점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변화에 관객들은 미디어를 관람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작품을 직접 체험해보며 미디어 환경 안에 머무르게 되죠. 또한 아트의 개념 자체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디어아트는 과거 예술이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을 현실화한 형태예요. 따라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예술 흐름을 이해하며 현재의 미디어아트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디어아트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궁금해요.
미디어아트는 기술 미디어를 통해 제시할 수 있는 상호작용성, 가상성 등의 특성을 예술과 결합한 것입니다. 이런 특성은 관객들이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죠. 과거 예술은 주로 사회를 반영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미디어아트를 통해서라면 사회의 모습보다 미디어로 구성돼 가는 ‘우리의 삶’을 찾아보게 될 수 있을 거예요.
현재 우리나라 미디어아트의 개발 환경의 장점과 보완돼야 할 점이라면요?
우리나라의 영상 미디어를 활용하는 기술 수준은 보편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분명 이런 환경은 미디어아트가 확대되는 점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죠. 다만 기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것을 예술에 적용하는 측면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환경과 지원시설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는 정부 및 지자체 그리고 대학과의 연합을 통해 미디어 환경을 구축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미디어아트가 가진 힘
우리 일상에 녹아들어 이용되는 범위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 미디어아트. 미디어아트가 점점 발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디어아트가 가진 힘과 그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미디어아트와 브랜드의 연결고리
미디어아트의 가장 큰 효과는 브랜드 홍보다. 미디어아트가 가진 광고 효과로 인해 기업들은 브랜드 홍보를 위한 미디어아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색이 담긴 아름다운 디자인과 영상물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킨다. 현재 많은 브랜드가 그들의 존재성을 알리기 위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미디어아트를 활용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화장품 브랜드 ‘랑콤’은 최근 자사의 화장품으로 다채로운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팝업 이벤트를 개최했다. 디지털 요소가 추가된 3가지 주제의 미디어아트 전시를 도슨트와 함께 차례대로 관람하면서 제품과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미디어아트를 통한 관광지 발전
미디어아트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관광지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각 관광지의 지역문화와 미디어아트를 결합해 관람 상품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실제로 전라도 광주에서 미디어아트와 지역문화를 결합한 ‘광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5.18 민주 광장에 미디어 큐브를 설치해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과 지역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며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탄생시켰다.
(사진 출처·무등일보) 첨단 디지털 기술과 예술작품을 결합한 여러 미디어아트를 구경할 수 있는 ‘광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개최됐다. 축제장을 찾은 시민들이 대형 스크린에 보여지는 작품을 화려한 불빛과 함께 관람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로 뻗는 우리나라 미디어아트
지난해 융복합 실감 콘텐츠인 ‘한국: 입체적 상상’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전시됐다. 기존에는 우리나라의 미디어 기술과 문화예술을 접목한 행사가 외국에 진출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전시에서는 를 비롯한 세계적인 미디어아트와 더불어 영화 <기생충> VR 체험, BTS의 안무 매핑* 등 관객들에게 실감 콘텐츠를 활용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미디어아트는 한국에 국한돼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그 효과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매핑: 입력 데이터를 원하는 목적지에 배치하는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 기능을 말한다.
미디어아트에도 구독 서비스가 있다?
미디어아트 공급 플랫폼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VERS(이하 벌스)’는 도심의 여러 디스플레이에 예술을 제공하고 작가의 권리 보호에 앞장선다. 미디어아트의 성장에 발맞춰 미디어아트 구독 서비스 ‘VIDO(이하 비도)’를 개발한 벌스의 심상훈 대표를 만나봤다.
비도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희는 비도를 선보이기 이전에도 신진이나 중견 미디어 아티스트들에게 전시 환경을 지원해 주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었어요.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나 하드웨어 등 시공간에 대한 지원을 해왔죠. 이런 활동을 계속하다 보니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등단할 기회가 부족하고 그들에게 대공간과 비싼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옥외나 실내 전광판에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해 주고 작가들이 그것을 통해 고정적인 수익을 받아 갈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리하자면 작가와 전광판 소유주 간의 중간 플랫폼 역할을 해서 미디어아트의 전반적인 선순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계기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전시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하는 강남대로 프로젝트입니다. 강남역부터 신논현역까지 미디어폴 14개, 전광판 5개를 묶어서 송출하고 있어요. 국내 유명한 회화 작가의 작품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해서 동물들이나 풀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들이 도시 곳곳에서 랜드아트 개념의 미디어아트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제일 주력으로 생각하는 기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로 하는 것은 작품이나 수익 분석과 관련한 것들이에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어떤 작품이 어디 전광판에서 얼마나 틀어졌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광판 소유주분들도 본인의 작품이 얼마나 송출됐는지를 계속 확인해볼 수 있죠. 이는 어떤 미디어아트가 가장 인기 있고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작품들을 선호하는지를 데이터화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도가 가진 신념이나 앞으로 어떤 기업이 되고 싶은지 그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미디어아트가 콘텐츠로 소비되지 않고 그것만의 가치를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어요. 그래서 미디어아트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을 통해 작가, 갤러리, 그리고 미디어 캔버스(전광판) 소유주 모두에게 도움 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미디어아트나 디지털 아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vido.gallery’에서 작가로서 폭넓게 활동할 수 있어요. 또한 내년 초 선보일 트레이딩 시스템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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