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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가 추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by dig it 2023. 9. 14.

2022년

현대카드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미디어 & 퍼포먼스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 <스며드는 빛>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5명의 미디어 작품은 기술이 우리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말한다.

 

스며드는 빛: 뉴욕 MoMA 미디어 & 퍼포먼스 컬렉션, 현대카드 Storage, 2022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은 시각적 경험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를 들어, 10년 전까지만 해도 어색했던 CCTV 화면은 이제 익숙함을 넘어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까지 되고 있다. 이런 시각적 경험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기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대중이 미디어 아트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정지된 이미지가 아닌, 움직이고 소리가 나며 시간의 속성까지 가지고 있는 미디어 아트를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몰랐던 사람들도 이제는 익숙하게 그를 받아들인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을 등에 업은 미디어 아트는 더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며 범위를 넓히고 있다.

 
스며드는 빛: 뉴욕 MoMA 미디어 & 퍼포먼스 컬렉션, 현대카드 Storage, 2022
 

현대 미술계에서 높은 권위를 가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미디어 & 퍼포먼스 아트를 새로운 시대를 반영한 예술의 한 형태로 정의하며, 약 2천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19년에는 미디어 & 퍼포먼스 전용 공간인 ‘마리 조세 & 헨리 크라비스 스튜디오(Marie-Josée and Henry Kravis Studio)’를 개관하며 다양한 라이브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곳에서 열리는 모든 프로그램은 ‘현대카드 퍼포먼스 시리즈’라는 이름 아래, 현대카드가 단독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처럼 MoMA와 10년 이상 파트너쉽을 지속하고 있는 현대카드는 오랜 협의 끝에 국내 최초로 MoMA의 미디어 & 퍼포먼스 소장품을 선보이는 전시 <스며드는 빛: Works from MoMA’s Media and Performance Collection>을 6월 10일부터 9월 25일까지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미디어아트 작가 5인은
영향력 있는 미술 전문지,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권위 있는 미술상과 비엔날레에서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인종, 성별, 국적, 연령까지 각기 다른 이들은 공통으로 기술과 매체, 예술 사이의 미학적 관계를 탐구하고 이것이 우리 시각문화와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을 살펴본다. SNS, 얼굴 인식, 드론 항공샷 등 기술 발전으로 인해 등장한 시점이 어떻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는지, 이미지 과잉 시대에서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지 등 현시대의 기술 발전과 그로 인해 변해버린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문제점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스며드는 빛: 뉴욕 MoMA 미디어 & 퍼포먼스 컬렉션, 현대카드 Storage, 2022
 

먼저, 전시 제목에 영감을 준 산드라 무징가(Sandra Mujinga)는 콩고 출신의 노르웨이 작가다. 음악, 영상, 설치, 패션 디자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융합한 멀티미디어 작업을 선보이며 독일 국립미술관협회가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었다. 전시 제목과 동명의 작품 <스며드는 빛(Pervasive Light)>은 종교 제단화처럼 3개의 모니터가 관객을 둘러싼다. 각 모니터에서는 노르웨이 뮤지션 마리아마 엔두류가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이를 통해 작가는 매체에서 비춰지는 흑인의 모습이 진짜 현실에서의 흑인의 삶을 확장해주지 못함을 전한다.

 

이어 흑인 여성 작가로 흑인 문화, 페미니즘, 언어 등을 주제로 작업하는 마틴 심스(Martine Syms)는 개인 작업 외에도 유명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등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는 젊은 작가다. 지난해에는 영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에서 파워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튜브, 80년대의 TV쇼, 개인이 제작한 영상 등을 편집해서 만든 영상 180개로 구성된 ⟨Lessons I-CLXXX⟩와 흑인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한 엘리스 워커의 소설 <컬러 퍼플>에서 영감을 받은 월페인팅 작품을 선보인다.

 
스며드는 빛: 뉴욕 MoMA 미디어 & 퍼포먼스 컬렉션, 현대카드 Storage, 2022
 

전시 <스며드는 빛>에서는
독일 영화감독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로 전쟁, 자본주의, 노동과 같은 주제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정치적 에세이 필름을 보여준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의 작품도 상영된다. 이번 전시는 2014년에 세상을 떠난 거장의 대표작 ⟨Eye/Machine⟩ 3부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본 작품은 군사, 의료, 민간 부문의 다양한 영상을 편집함으로써 군사 산업과 기술 산업 간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동시에 전쟁 기술에 활용된 시각 문화가 어떻게 우리 삶에 침투했는지를 보여준다.

 
스며드는 빛: 뉴욕 MoMA 미디어 & 퍼포먼스 컬렉션, 현대카드 Storage, 2022
 

미국 작가 트레버 페글렌(Trevor Paglen) 역시 하룬 파로키의 작품처럼 군사 산업과 현대 사회에 만연해진 감시 문화를 담은 작품을 통해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 ⟨Behold These Glorious Times!⟩는 AI가 물체, 얼굴, 표정, 움직임을 인식하는 과정을 소재로 만든 것으로, 영상 후반부에 AI가 인식한 대상을 선, 픽셀, 흑백패턴과 같이 기본 요소로 단순화시키는 과정은 묘한 괴리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다른 미국 출신 작가 아메리칸 아티스트(American Artist)는 작가명부터 기존 관념에 도전하는 그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주로 기술, 인종, 지식 생산의 역사를 발굴하고 탐구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본 전시에서 소개된 <2015>는 뉴욕 경찰이 테러 방지를 위해 치안 예측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 시작한 연도를 의미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인종 차별적으로 작동되는지를 보여주고, 우리 모두의 치안을 위한다는 목적이 모순적임을 알려준다.

 
스며드는 빛: 뉴욕 MoMA 미디어 & 퍼포먼스 컬렉션, 현대카드 Storage, 2022
 

여전히 미디어 아트는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고, 전통적인 미술과 다른 형태에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짧은 정보조차도 영상으로 제공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미디어와 기술이 우리 삶에 스며든 만큼, 전보다 미디어 아트를 받아들이기가 조금 더 쉬워졌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 <스며드는 빛>은 미디어 아트의 비전과 영향력을 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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