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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우울증

by dig it 2022. 11. 19.

 

치매와 우울증

 

건망증 또는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면서 제 외래에 방문한 분들을 실제로 진료해보면 반 정도는 우울증이고, 치매인 경우는 1/4도 안 되는 것 같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주관적으로 느끼는 기억력 저하가 심하고 걱정도 많다. 최근 기억에 대한 세세한 질문에 거의 대답을 하지만, 한두 가지 대답을 못 하는 것을 더 걱정한다.

많은 경우에 우울증을 치료하면 우울증이 좋아지면서 기억도 많이 회복한다.

그러나 치매와 우울증의 관계는 생각만큼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다.

두 질환의 관계의 중요성은 많은 연구에서 밝혀져 왔고, 진료실 현장에서도 늘 느끼고 있다. 내가 의과대학생 때만 해도 노년기 우울증이 심하여 인지기능이 뚜렷이 떨어지는 경우를 '가성치매'라고 지칭하였다. 말 그대로 '가성치매'는 증상은 치매랑 비슷하지만 우울증의 호전되면 치매 증상도 가역적으로 회복되는 가짜 치매인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연구를 보면 노년기 우울증 환자의 37%는 회복이 된 후에도 인지기능 저하가 남는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치매의 발병 위험을 2~3배 높이고, 한번 우울증이 걸릴 때마다 치매의 위험을 14% 정도 높인다.

우울증은 치매의 경과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일반 노인 인구에서의 주요우울장애의 유병률이 5%인데,

알츠하이머 치매는 10%, 혈관성 치매는 20%, 루이소체 치매, 파킨슨병 치매는 30%에서 주요 우울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치매와 동반된 우울장애는 치매의 인지기능 저하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증상을 더 악화시키고 환자,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준다. 많은 경우에 빠르게 치매 증상이 나빠지거나 좋아질 때는 동반된 우울증의 증상의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치매의 초기에도 우울증이 많이 동반한다.

치매 초기에 약 2/3는 우울 증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치매의 초기에 나타나는 우울증은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첫 번째는 치매 환자가 스스로 인지기능의 저하가 악화되고 있을 때 느끼는 2차적인 정서적인 반응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치매의 발병과 연관된 병변 부위가 바로 정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부위이기 때문에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우울증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만약, 노년기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치매로 진행이 될까?

일부는 실제 그럴 수가 있다. 노년기 우울증의 약 반은 뇌의 허혈성 병변과 연관된 혈관성 우울증이다. 뇌의 허혈성 병변은 지속적으로 증가되어 노년기 우울증을 일으키고, 더 진행되면 치매까지 이를 수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우울증의 치료뿐만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뇌의 허혈성 병변을 일으키는 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우울증과 치매와의 관계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들고, 복잡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울증의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치매의 위험도를 낮추고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의 증상도 완화시켜서 치매 환자 가족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킨다.

2015년 알츠하이머병 학회의 한 발표에서 노년기 외로움이 인지기능을 20%나 빠르게 나빠지게 하고,

이들 노년기 외로움 중 20%는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박준혁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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