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에서 포기한 슬픈 사랑의 별자리 염소자리
요즘 저녁의 남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목성이다. 그리고 목성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별은 토성이다. 이번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인 염소자리는 목성과 토성을 길잡이 삼아 그 왼쪽에서 찾을 수 있다. 목성에서 토성 방향으로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곳이 염소의 머리이고, 그곳부터 역삼각형 모양의 염소자리가 시작된다. 염소자리는 3, 4 등급의 희미한 별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주변에 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모양을 구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역삼각형 모양의 염소자리는 상반신은 염소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반양반어(半羊半魚)인 바다염소(Sea-Goat)의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목동들의 수호신인 ‘판(Pan)’이 거인족들의 공격을 받고 물속으로 도망치면서 변신한 모습이 바로 염소자리라고 한다. 목신 판은 좋은 신이었지만 성격이 급한 것이 흠이었다. 그는 위급한 상황에서 변신하는 주문을 잘못 외워 반은 염소이고 반은 물고기인 이상한 모습을 하게 되었다. 잘못된 주문을 바꾸려는 찰나 멀리서 제우스신이 위험에 처한 것을 보게 된 판은 그 이상한 모습으로 풀피리를 불어 거인족들을 유인한다. 판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제우스신은 그때의 판의 모습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갈대로 만든 풀피리를 부는 판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판은 산의 요정 시링크스(Syrinx)의 아름다움에 반해 매일같이 그녀를 찾아가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남자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시링크스는 그의 사랑을 거절했고, 결국 달아나 버렸다. 판은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고, 달아나는 그녀를 계속 쫓아가며 사랑을 애원하였다. 강가에 이르러 더 이상 달아날 곳이 없던 시링크스는 강의 요정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강의 요정은 그녀를 갈대로 변하게 해주었다. 강가의 갈대밭에 홀로 남겨진 판은 며칠을 그곳에서 울부짖으며 시링크스를 불렀지만 결코 그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판은 시링크스가 변한 갈대를 꺾어 풀피리를 만들었고, 그 후 풀피리를 불며 항상 그녀를 기억했다고 한다. 가을철 갈대밭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가 바로 목신 판이 그녀를 기억하기 위해 부른 풀피리 소리라는 이야기도 있다.
목신 판의 입장에서는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의 이야기지만 시링크스 입장에서는 집요한 스토커로 인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갈대로 변한 슬픈 여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태양이 머무는 가장 남쪽 별자리
고대 그리스 시대에 동짓날(태양이 천구에서 가장 남쪽에 머무는 날로 12월 21일경) 태양이 머무는 곳이 바로 염소자리였다. 그런 이유로 염소자리는 황도 12궁 중 열 번째 별자리로 매년 12월 21일부터 1월 19일까지 태어난 사람들의 탄생 별자리가 되었다.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정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의 고도는 하지 무렵에 하늘의 적도에서 23.5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고, 동지 무렵에는 23.5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간다. 동짓날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내려오는 지점을 남회귀선이라고 하는데 남회귀선을 뜻하는 영어가 바로 ‘the Tropic of Capricorn(염소자리의 회귀선)’이다.
남회귀선에 염소자리의 이름이 쓰인 이유가 바로 동짓날 태양이 염소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인해 하늘의 북극 위치가 변하고, 태양의 남회귀선이 지금은 염소자리에서 궁수자리로 넘어왔지만 남회귀선을 뜻하는 용어는 여전히 ‘the Tropic of Capricorn’로 쓰이고 있다.
염소자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을 상징하는 현무(玄武, 거북과 뱀이 뭉쳐 있는 모양) 별자리의 중심에 위치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원본이 처음 만들어지던 고구려 시대에 태양이 겨울에 머무는 별자리가 바로 염소자리였고, 당시의 천문학자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추운 겨울을 수호하는 현무의 별자리를 만든 것이다. 염소자리에는 우리나라의 황도 별자리인 28수(宿) 중 현무를 상징하는 북방칠수(北方七宿 ) 중 두 번째인 우(牛)수가 속해 있다. 소를 뜻하는 우(牛)수는 뱀의 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염소자리의 머리 부분에 있는 여섯(六)개 별이 여기에 속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속의 견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가장 밝게 빛나는 두 별이 일 년에 한번 칠석날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직녀는 머리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거문고자리의 으뜸별이고, 견우는 그 남쪽에 위치한 독수리자리의 으뜸별이다. 실제로 여름 하늘에서 천정 부근에서 견우와 직녀만큼 눈에 띄는 별도 없다. 물론 불빛이 없는 시골 하늘이라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빛나는 두 별을 보면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져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십여 년 전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견우별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고, 지금은 일부 교과서와 백과사전에까지 염소자리의 견우가 진짜 견우이고 독수리자리의 견우는 잘못된 견우라고 나오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천상철차분야지도에 표시된 견우(牽牛) 때문이다. 이 이름을 근거로 고천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독수자리자리의 견우는 일본에서 들어온 가짜 견우이고, 염소자리의 견우가 진짜 견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인구가 많지만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일본에 견우직녀 이야기와 천문도를 전한 것은 우리나라였다는 것은 역사 속에서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각 천문도인 천상철차분야지도에는 28수(宿) 중 하나인 우수(牛宿)의 중심이 되는 별에 견우(牽牛)가 표시되어 있다. 이 별은 3등성인 염소자리의 베타(β)별 다비흐(Dabih)로 북두칠성보다도 어두운 별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와 28수는 삼국시대부터 있어왔던 전통적인 우리 별자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하늘 지도를 만들고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의 천문학자(혹은 천관)들뿐이었고, 그들은 왕족에 버금가는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신분제 사회였던 당시의 분위기에서 그들은 목동 출신인 평민 견우가 공주였던 직녀와 같은 밝기의 별에 이름을 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직녀에서 견우 방향으로 조금 더 먼 평범한 보통 밝기의 별에 견우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천관이나 천문학자들이 28수 중 하나인 우수를 견우라고 불렀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일반 백성들은 전설 속에 등장하는 견우 이야기를 바탕으로 독수리자리의 견우를 견우별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골 하늘에서 두 별을 찾아본다면 누구나 그 진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염소자리의 다비흐를 직접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에는 두 개의 견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귀족들이 알고 있었던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의 3등성 견우와 일반 백성들이 알고 있었던 독수리자리의 1등성 견우이다. 두 별 모두 역사 속에 등장하는 견우이고 우리나라의 견우이다. 물론 독수리자리의 견우가 왕의 부마였던 새신랑 견우이고,
염소자리의 견우가 옥황상제에게 쫓겨난 평민 견우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편하게 두 별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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