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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와 진화

by dig it 2023. 3. 12.

프로메테우스와 진화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얀 코시에르(Jan Cossierss, 1600~1672),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전적으로 인간에게 우호적인 신이 있다. 바로 프로메테우스다.

프로메테우스가 유명한 이유는 불 때문일 것이다.

불은 인류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불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외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고, 추위에도 강해졌으며, 음식을 익혀서 먹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편은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와 인류의 진화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선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신화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일단 그리스로마신화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작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 나오는 그리스 로마신화는 ‘그리스로마신화(토머스 불핀치 지음)’을 기반으로 쓰도록 하겠다. 

프로메테우스도 마찬가지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 땅에 살던 거대한 종족인 티탄 신족의 일원이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뒤늦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후에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 프로메테우스는 티탄과 올림포스 신족이 벌인 전쟁에서 티탄족의 패배를 예지하고, 동생과 함께 올림포스 신족에게 투항하였다. 그 후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만들고, 동생은 인간과 그 밖의 모든 동물들에게 자신들을 지키는데 필요한 능력을 제공하라는 역할이 맡겨져 있었다. 에피메테우스가 이러한 일을 수행했으며 프로메테우스는 그 작업이 다 끝났을 때 확인을 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에피메테우스 여러 동물들에게 용기, 힘, 재빠름 등의 다양한 선물을 제공하는 일을 진행했다. 하지만 다른 모든 동물보다 더 뛰어나게 만들기로 되어 있던 인간에게 무언가를 주려 했을 때, 에피메테우스는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다 써버렸기 때문에 인간에게 줄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프로메테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하늘로 올라가 태양의 마차에서 자신의 횃불에 불을 붙여 인간에게 불을 전해 주었다. 하지만 다른 책에서는 헤스티아의 화로에서 훔쳤다, 헤라의 부엌에서 훔쳤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불을 훔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로야 어찌 되었든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신들로부터 훔쳐 인간에게 주었던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불은 신들의 소유였던 것이다. 그만큼 불은 신성시 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 신들로부터 불을 훔치게 된 후로 인간들은 다른 모든 동물보다 더 강해졌다. 불은 다른 동물들을 제압할 무기와 땅을 경작할 도구들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자신들이 사는 곳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었으므로 어느 정도는 기후와 관계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예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거래와 무역의 수단인 화폐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어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에게 신으로 숭배 받는다. 불을 훔친 죄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벌을 받게 된다. 코카서스의 바위산에 묶고, 매일 독수리(혹은 까마귀)에게 간을 쪼이게 된다. 이후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는 독수리들을 처치하고 사슬을 풀어주면서 해방되게 된다. 

신화에서는 불을 신들로부터 훔친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떻게 불을 사용하게 되었을까? 초원에서는 번개가 치거나하면 자연적으로 불이 나곤 한다. 그러나 다른 동물은 다 도망가도 인류의 조상은 그 따뜻함과 열기에 눈이 번쩍 뜨였을 것이다. 불이 무섭기는 해도 그 열기에 이끌려 그 주변을 맴돌았을 가능성이 높다. 줄어드는 털과 추운 환경이 불을 가까이해야 할 필요성을 만들어준 것이다. 실제로 영장류 중 일본원숭이의 경우 보온을 위해 겨울이 오면 온천욕을 하기도 한다. 일본원숭이보다 지능이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조상이 보온을 위해 불을 이용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본더벌크(남아프리카 공화국) 동굴

 

그러면 인간은 언재부터 불을 사용할 수 있었을까?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년  전에 불을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남아프리카 북부의 한 동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고인류 유적지 본더벌크 동굴에서 발견된 식물의 재와 불에 탄 동물뼈 등을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반복적인 불 사용 흔적이 드러났다. 이는 바람이나 물에 운반돼 동굴 안으로 밀려들어온 것이 아니라 동굴 안에서 불에 탄 것으로 확인됐고 이와 함께 불 사용의 또 다른 증거인 표면이 갈라진 철결석도 발견됐다. 

리처드 랭엄의 ‘요리본능’이라는 책에 의하면 600만 년 전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이 아프리카를 배회했다. 일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되고 일부는 침팬지가 됐다. 현대인이 보기에 인간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우리보다 침팬지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식단이 좋아지면서 차츰차츰 뇌 용량이 늘어나다, 직립원인(870~950㏄)에 이르러 혁명적으로 점프했다. 곡물이건 고기건 잘게 갈거나 익혀 먹어야 소화가 잘 된다. 녹말을 익혀 먹으면 95% 이상 소화되지만, 날것으로 먹으면 소화율이 확 떨어진다(48~71%). 가열했을 때 손실되는 영양소를 감안해도 익혀먹는 게 역시 효율이 높다. 

야생 침팬지는 사실 먹는 게 '일'이다. 침팬지는 하루 6시간을 입속에 뭔가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보낸다. 살코기 300g 먹는 데 1시간이 걸린다. 날걸로 먹으니 오래 씹고 힘들게 삭힌다. 고기를 먹으나 과일을 먹으나 시간당 섭취하는 열량이 엇비슷하다. 직립원인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랭엄은 "직립원인부터 본격적으로 턱과 입과 이(齒)가 작아지고 소화관이 짧아지는 데 주목하라"고 했다. 

소화관이 짧아지면서 뇌의 용량이 커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간이 뇌를 다른 동물보다 효율적으로 많이 사용함으로서 지각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상과 대상, 성질과 성질, 사건의 특징에 대한 지식을 얻으면서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동물보다 물리적으로 약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인류가 섭취하는 열량의 20~25%를 두뇌 활동에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다른 척추동물들은 섭취 열량의 약 2%만을 두뇌에서 사용한다. 

불의 사용은 오늘날 인류가 진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것이다. 불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훗날 소독을 할 수 있었고, 호모사피엔스가 이후 3만년 동안 문명을 건설하고 우주를 유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 두뇌의 진화에 대하여 논쟁의 여지는 남아있다. 두뇌의 생물학적 진화인지 아니면 인간의 수가 많아져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한 결과 발생한 진화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하지만 어떤 인류사를 찾아보아도 불은 인류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현대에서 불은 손가락을 튕기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흔하고 유용하다. 하지만 불은 유용한 만큼 유의해야 한다는 것을 어른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현대에 일어나는 화재의 주요원인이 사람의 부주의 때문이다. 즉, 사람이 화재의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 산불의 원인 역시 전선 자체의 노후, 부실시공, 부실관리 등 인간의 부주의였다.

프로메테우스는 예언의 능력이 그 어떤 신보다 뛰어난 신이었다. 그런 신이 신들의 물건인 불을 훔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벌을 받을 각오를 하고 행동한 것 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이 불로 인하여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현대의 우리는 불을 사용하다 못해 스스로 삶의 터전을 태우고 있는 수준이다. 불이 더 이상 사람을 해치기 전에 더욱 현명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참고 문헌>

1. 사이언스올 칼럼/에세이- 생활 속 인류진화의 실마리 (이준호 교사)
2. 교수신문- 인류는 에너지의 20%를 어디에 사용하고 있나(김재호 학술객원기자)
3. 요리본능-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
4. 중앙일보- 고성 속초 산불 원인 한전 부실시공 등 인재로 드러나
5. Science times-인류조상, 100만 년 전부터 불 사용
6. 본더벌크 동굴 사진 : 소년한국일보 -인류 100만 년 전부터 불 지폈다… 동굴 흔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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