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브랜드

서울을 위한 슬로건

dig it 2023. 1. 3. 13:17

서울을 위한 도시브랜드 슬로건

서울시가 27일 기존의 슬로건 “아이 서울 유(I·SEOUL·U)”를 대체할 새로운 후보 4개 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후보 안 중에서 설문조사를 토대로 내년 2월부터 새로운 슬로건을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모호하게 쓰곤했던 “유감(有感)”이 떠오른 건 2015년부터 서울의 정체성을 위해 힘써온 “아이 서울 유”에 대한 미안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많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대로 2015년 10월 8일 서울시는 새로운 도시브랜드 슬로건 “너와 나의 서울(I.SEOUL.U)”을 선포했다, 2002년 “하이 서울(Hi Seoul)"을 시작으로 “소울 오브 아시아”, “인피니틀리 유어스”, “희망 서울”, “함께 서울”을 대신하며 13년 만에 만든 6번째 슬로건이었다. 이후 인천의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All Ways Incheon)”, 울산의 “Ulsan the Rising City”, 대전의 “대전 이즈 유(Daejeon is U)” 등 많은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도시브랜드 슬로건에 영향을 주었다. 부산의 경우도 기존 “Dynamic Busan”을 대신할 슬로건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고 여러 지자체에서 도시브랜드의 슬로건을 비롯해서 도시 정체성과 브랜딩을 위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서울의 경우 4개 후보 안들이 하나같이 문제를 안고 있어 시간이 부족했거나 전문가들의 참여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물론 과정에서 1만여명의 내외국인에게 서울의 정체성과 매력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꿈, 미래, 한계없는, 세련됨, 감성도시, 조화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하였다는 점, 이를 토대로 슬로건 후보안을 마련하고 2천여 명에게 사전 조사하는 등의 노력은 인정할만하나 어떻게 슬로건 후보안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어 알길이 없다.

 

그림 1. 서울시 브랜드 슬로건 후보안


앞으로 한 달간 선호도 조사에 붙여질 슬로건 후보 4개 안은

‘Seoul for you’ , ‘amazing Seoul’, ‘Seoul, my soul’, ‘make it happen, Seoul’인데 각 안별로 브랜드 슬로건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차별성과 독특성 측면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된다. 아울러 국내외 유사 사례도 간단히 구글링만 해봐도 찾을 수 있다(그림 참조). 첫 번째 ‘Seoul for you’는 해외에서도 사용되었고 이전에 김해시와 울산시에서 사용한 바 있어 차별성이 부족하다. 두 번째, ‘amazing Seoul’ 역시 태국의 국가 브랜드 슬로건 “Amazing THAILAND”와 같다. 세 번째 ‘Seoul, my soul’ 역시 서울시가 2007년 맑고 매력있는 도시로 민선 4기를 열면서 도입하였으나 중국 측의 항의로 사용을 중단한 “Seoul of ASIA”의 시즌2에 불과하다.

마지막 ‘Make it happen, Seoul’은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사용 중인 “The Emirates, Make It Happen”의 판박이다.

 

그림 2. 서울 도시브랜드 유사 사례

 

이렇게 보면 사지선다 중에서 찾아야할 답이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브랜드 슬로건은 제2의 이름으로 브랜드의 정체성과 콘셉트를 목표 공중에게 쉽고 빠르게, 그리고 인상적인 이미지를 남길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얼굴이랄 수 있는 서울의 브랜드 슬로건 후보가 이렇게 빈약하다면 앞으로 도시 브랜딩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 염려된다. 도시브랜드 슬로건의 조건을 9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단순함. 둘째, 진정성. 셋째, 다양한 홍보에 활용. 넷째, 도시능력. 다섯째, 현명함. 여섯째, 지속성, 일곱째, 독특성. 여덟째, 시민행복. 아홉째, 상호존중이 있어야 한다.(그림 3. 참조)


그림 3. 도시브랜드 슬로건의 9City 전략(이희복, 2017)
이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많은 도시들에서 브랜드와 브랜드 슬로건을 구분하지 못하고 이를 모두 “브랜드를 만든다”고 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달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오로지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으면서 돋보이게 하기 위한 슬로건이 이어야 한다. 따라서 차별성과 독특성은 모든 브랜드 슬로건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조건이다. 남과 다르되 남보다 더 나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광고론 수업에서 맨 처음 강조하는 기본이다.

서울은 우리나라의 얼굴이자 대표선수다. 서울의 도시브랜드 성공은 서울만이 아닌 243개의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성패를 좌우한다. 지금이라도 도시브랜드 슬로건의 조건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자. 검색만해도 쉽게 나오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슬로건이라면 해를 넘기지 못해 폐기되거나 홈페이지 어느 구석에 잘 모셔지는 그런 우를 범하게 된다. 잘 만든 슬로건 하나가 도시를, 국가를, 브랜드를 더 잘 자라게 한다. 우리는 그런 슬로건을 가질 자격이 있는 시민이고, 국민이다.


※ 이희복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